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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Dec 28. 2024

병상에서도 책, 책, 책

신수정 <거인의 리더십>

매년 겨울이 그렇지만, 올해도 독감이 독하다.

'나는 아닐 거야'라며 이어지는 연말 약속과 일정으로 조금 무리를 하나 싶더니, 크리스마스를 넘기자마자 기침과 가래, 오한과 몸살이 함께 엄습했다. 하루는 휴가를 내고 쉬려는 계획도 무산되고 결국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작은 방 침대에 병상을 차렸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침대에 혼자 누우니 시간이 많아 좋다. 책과 스마트폰 그리고 노트북으로 무장하니 세상 부러울 것도 없다. 그렇게 손에 쥔 책 <거인의 리더십>을 훌쩍 읽고 이렇게 글로 남긴다.




40대를 넘어가는 사회인(아니, 20~30대도 많은 것 같다)이라면 크고 작은 조직에서 종종 '리더'의 역할을 맡고 다. 소위 말하는 '장'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동료와 선후배들이 의지하고 이끌어주기를 원하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리더십'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때는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님처럼 "나를 따르라"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 같고, 어떤 때는 삼국지의 조조처럼 머리를 잘 쓰거나, 유비처럼 '허허'하는 모습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리더십'에 대한 이론과 책은 다양하고도 많다. 학자들이야기는 이상적인 내용에 갇힐 수 있고, 코칭 강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만 강조할 수 있다. 실제 창업이나 CEO를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는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자뻑'에 빠진 자화자찬에 빠질 수도 있다.


저자 신수정은 KT의 B2B사업을 이끌고 있으며(책에 따르면), 올해 12월에는 퇴직을 한다고 한다(페이스북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여를 대기업의 임원을 지냈고, 33세부터 회사에서 크고 작은 리더를 맡았다. 젊은 나이에 조직의 리더를 맡아 일하고 또 회사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업종과 업무를 겪은 그의 이야기에는 '리더십'에 대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 하나씩 정리해 보면,


1. 리더란, 자신의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리더십과 팀플레이를 '프로스포츠 팀'에 비유하고, 좋은 선수가 훌륭한 리더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100% 공감한다. 리더는 개인기를 잘하거나 킥을 잘 차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팀이 승리하고 우승과 그 이상의 성과를 얻도록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훌륭한 기술자가 위대한 사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2.  리더십이란, 

하나, 구성원의 영감과 동기를 불러일으켜서
둘, 팀의 다이내믹스를 만들어
셋,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이다.

문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떻게'라고 생각하니 막막하다. 사실, 이 책 전반에 걸쳐 이 3가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기 부여, 팀 시너지, 성과관리 등.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인용해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리더는 구성원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동기와 영감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도록 돕는다.(중략)
팀의 다이내믹스를 만든다는 것은 구성원들 개개인의 합보다 더 큰 역량을 팀이 내도록 하는 것이다.(중략)
마지막으로 리더십은 조직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3. 리더십을 기르는 목적

    리더십은 조직의 목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위의 인용문처럼, 리더십을 기르는 목적 또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더십의 첫 번째 목적은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성과란 조직이 정한 목표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과 이익이 될 수도 있고, 고객만족과 회사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리더십이 아닌 다른 요소(산업 트렌드, 높은 급여, 신기술 등)로 이룰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십의 목적이 성과의 달성이 맞나? 그래서 저자는 그 두 번째 목적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리더십의 두 번째 목적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성과는 리더십과 관계없이 달성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성장시켜서 훌륭한 기업의 반열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4. 리더가 해야 할 일

    저자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은 1) 목표 관리 2) 일 관리 3) 사람 관리라고 계속적으로 강조한다.(실제 책에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1) 목표관리

    기업의 미션/비전/전략을 창출하거나, 자신이 책임지는 조직의 목표를 그에 맞게 정렬하는 것. 그리고 그 목표와 전략을 명확히 하고 가시화하는 것(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리드하는 것)

2) 일 관리

    일하고 싶은 환경,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구성원들이 마음껏 목표를 향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3) 사람 관리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고무하며 임파워먼트 하여 팀의 다이내믹스를 만들어 목표를 달성하는 것(구성원들을 통해 성과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것)


리더십에 대한 확실한 인사이트가 아닐 수 없다. 조그마한 조직의 리더를 맡고 있는 나에게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저자는 이에 두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4) 커뮤니케이션, 5) 결단과 책임이다.


5. 리더는 무엇으로 조직(구성원)을 움직이는가?

    요즘같이 다양성이 창궐한 시대에 어떻게 수많은 구성원을 하나의 골(Goal)로 이끌 수 있을까? 모든 리더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아주 전통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을 다시 한번 제시한다.

1) 기업의 미션과 가치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에 대한 제시

2) 기업의 목표와 전략

    사업 단위의 방향성, 사업 목표지점과 설계도

3) 기업의 경영 시스템과 프로세스

    기업의 내외부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업무구조

4) 조직구조

    사람을 움직이는 커다란 동인

5) 인사 체계

     목표의 설정과 관리, 평가와 보상 시스템(사람들은 인센티브가 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고위 리더십은 기업 전반의 틀을 설계해야 할 것이고, 팀이나 그 보다 작은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조직에 걸맞은 규모와 내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작은 '팀'의 리더로서 이 책을 통해 큰 영감을 얻었다. 한 번 읽고 덮어두지 않고 곁에 두고 종종 꺼내 읽을 교본이 생긴 것 같아 이 책을 선물해 준 동료에게 감사한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어떤 책이던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에 공감하고 머리와 마음에 담기는 어렵다. 나에게 울림이 있는 구절이 있는 반면, 소제목만 보고 '휙휙' 넘어가는 내용도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대에 누워서 꾹꾹 눌러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와 마음에 '쏙' 당기는 내용은 '리더십'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따로 남는다.


내가 근무하는 조직은 지난 1년간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고, 끊임없는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의 연속이다. 고정적인 인력은 물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여력까지 제고에 제고를 고민해야 하는 지경이다. 이런 숨 막히는 상황에서 나는 나를 더욱 푸시(push)하며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이 시점에 읽은 <리더에게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장(章)은 책을 덮고 잠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00% 극단의 효율로 돌아가는 조직은 위험한 것이다. 너무 빡빡하고 효율화되어 백업이나 버퍼가 없는 조직은 하나만 무너져도 도미노가 될 수 있고 위기나 위험 시 쓸 여유자원이 없어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무엇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나를 그리고 내 팀을 밀어붙이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통제 불능의 위기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은 것이, 신수정이라는 거인을 알게 된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병상에 누워서 큰 배움을 얻었다(아직도 콜록거리며 타이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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