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53
정말 오랜만에 달렸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이후로 한 달 여만에 오늘 처음으로 달렸다. 와, 정말.. 달리기를 처음 하는 사람 마냥 헉헉헉, 어기적 어기적, 후와 후와 심호흡을 내뿜으며 걷뛰를 하고 밀았다. '정말 볼성사 납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운동화 끈을 묶지 못했다. 아니, 묶지 않았다. 몇 가지 그 이유를 들자면,
1. 바빴다.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일정이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의 일정이 술자리로 이어지다 보니, 다음 날 달리겠다는 작정이 무색하기 일쑤였다.
2. 아팠다.(비슷한 증상을 겪은 분의 조언을 부탁드림)
예전부터 고관절부위가 조금씩 아팠다. 지난 11월에는 10km 달리기를 하다가, 그 부위가 아파서(뻑뻑해지며 통증 범위가 확대)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낮은 산행을 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미끄러운 겨울산을 올랐다. 약 1시간 30분을 올라 거의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통증 부위가 급격히 경직되고 통증이 극한에 달했다. 산 정상의 바람과 추위까지 더해 너무너무 아팠다. 더욱이 미끄러운 산길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 이차저차 해서 산에서 내려온 이후 그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부랴부랴 정형외과를 찾아 오만가지 자세로 X-ray를 촬영하고 의사를 만났다. 진찰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요'였다. 나는 아픈데 이상이 없다니, 미칠 노릇이다.
이런 이유와 핑계로 한 달 넘게 달리기를 멈췄다. 사실, 좀 쉬면 통증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 달을 쉬었어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마냥 쉬다 보니 몸은 풀어지고 체력은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대책 없이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오늘, 드디어 달렸다.(걱정이 많이 있었지만 무작정 나갔다)
호흡은 거칠고, 다리는 무겁고, 정말 바보처럼 달렸다. 아픈 허벅지까지 신경 쓰느라 페이스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왜 밥을 먹고 달렸을까, 옷을 많이도 껴입었네, 신호등은 왜 이리 많이 걸리는 거야.. 갖가지 핑계가 속출했다. 하... 정말, 이제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리라! 날마다 앞마당처럼 내달리던 호수공원이 이렇게 길게만 느껴질 줄이야..
그래, 이유와 핑계를 찾다보면 정작 목표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것, 내가 두려웠던 건 아픈 다리가 아니라 흐트러진 마음자세였다는 것이었다. 결국 문제는 내 머리와 가슴에 있었다. 속에서 수 많은 걸림돌을 내가 스스로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흐트러진 정신상태를 점검하고 다시 달려보자, 아픈 다리를 탓하기 전에 ...
다들 건강 챙기며 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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