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서재를..
4년 만에 이사를 했다.
많은 물건을 버리고, 또 버리며 집안의 군살을 도려냈다. 아내의 표현이 가관이었다.
"여보, 집을 내시경 한 것 같아!"
이사를 준비하면서도 매일마다 무언가를 던져버렸지만, 이사를 와서 더 많은 것을 버리고 (당*) 나누었다. 이삿날을 포함해서 정신없는 3일이 지나니 거실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옷들이 옷걸이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정리했다.
예전부터 서재를 내 맘대로 꾸미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다들 그렇지 않나?) 아내가 다른 짐들로 정신을 쏟는 사이에 선수를 쳤다.(며칠 후 다시 원복 되더라도..)
가장 먼저 책장의 무게 중심이 되어 줄 책들이다. 주로 '벽돌책'이고, 섣불리 책 표지를 펼치기가 두렵다. 3분의 1 정도는 읽었고, 3분의 1은 몇 장 읽다가 덮었다. 나머지는 미래를 약속하기 어렵다.
작가별로 책장을 정리하고 싶은 욕심은 계속 있어왔다. 적지 않은 작가들의 두 편 이상의 작품들이 있었다. 함께 모았다. 만족스럽다.
다시 찾을까 싶지만 계속 함께 가져가고 싶은 책들이 있다. 주로 아이들과 함께 해온 것들이다. 역사와 신화, 미술이야기는 가만히 읽고 있으면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차곡차곡 차오르는 듯해서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 좀 더 충실하기 위해 자기 계발, 재테크 관련 책들을 가장 자주 찾은 것 같다. 이 책들을 통해 나의 하루하루가 변하고 습관이 바뀌었다. 미래도 바뀔 것을 기대한다. 소중한 지침서들이다. 정리해 보니 그 양이 많지는 않다. 도서관 등에서 빌려 읽은 수가 많은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성경이라고 한다. (2위가 해리포터라고 하니, 우리 집에 세계 1,2위 최다 판매 도서가 다 있구나) 하지만, 실제 읽은 사람의 수는 다르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달라지고 싶다.
내 맘대로 정리한 책장을 가져보는 것은 대부분 독서가들의 로망일 것이다. 소소하고 부분적이고 일시적일지라도, 나는 오늘 위시리스트 하나를 달성했다. 책을 정리하다 보니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졌다. 몇 권은 몇 장씩 펼쳐보면 정리를 했다. 서재를 정리한다는 것은 독서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이 앞에 주저앉아 이 책, 저 책을 헤매 다니며 머리와 마음속의 서고를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더 일었다. 실제로 시간이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모락모락 피어나는 책에 대한 욕심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마음을 숨기기 싫어 살며시 일어나 가장 왼쪽에 꽂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다시 꺼내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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