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에스컬레이터는 엘리베이터와 더불어 공간을 확장할 수 있게 만든 대단한 발명품이다. 옆으로만 확장하던 우리의 생활공간을 위와 아래로 만들었으니..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무가치(無價値)하게 사용하면 그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스컬레이터는 높은 곳을 계단 없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건물과 깊은 지하 건축물이 가능해졌다. 에스컬레이터는 순서대로 타고 제대로 서서 이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더 빨리' 가기 위해 걷거나 뛰어서 오르내린다(사실 나도 그런 경우가 있다).
서 있는 사람을 주의하면서 걷는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자신의 바쁨과 조급함만 생각하며 정신없이 뛰어서 오르내리는 이들을 볼 때면 아찔할 때가 종종 있다. 서 있는 내가 다치거나 뛰어다니는 저 이가 다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실제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거나 걸으면서 생긴 사고들도 적지 않다. 2021년 청량리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가던 승객이 발을 헛디뎌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같은 해 부산에서는 에스컬레이터로 뛰어오르던 어린이가 넘어져서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이동에 대한 법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 하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고 때문에 지하철역을 비롯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는 '걷거나 뛰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곳곳에 붙여놓았으며, 방송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에 대해 경고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이 크게 바뀌지는 않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다니는 계절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이동할 경우 서있는 사람을 스치거나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 노약자 또는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은 돌발적인 상황에 취약하다.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위험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움직이는 계단. 참으로 신기하고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약이 되기도, 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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