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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Feb 11. 2024

준비, 준비, 준비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4

일요일 아침, 고향을 내려가지 않은 까닭에 설 명절에 시간이 적지 않게 남는다. 

평소보다 조금은 늦게 일어나 살짝 몸을 풀고 달리러 나갔다. 지난 일주일간 달린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은 호수공원 2바퀴를 포함, 총 15km를 달리는 것이 목표다. 


운동화를 신을 때의 기분과 내디딘 첫 발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썩 괜찮았다. 심장과 허벅지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 뛰는 맛이 나쁘지 않겠네!'


2km 조금 넘는 공원길을 지나 호수공원까지 순조롭게 접어들었다. 1시간가량 늦게 나온 까닭인지 달리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많았다. "자, 이제부터 2바퀴!"라고 혼자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혼자서 걷더나 뛰는 사람, 담소를 나누며 걷는 둥 마는 둥 하는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에도 쭉쭉 뻗은 기럭지를 자랑하는 이들은 거침없이 달려 나가곤 했다. 부러울 따름이다.


어느 정도 달려 나갈 때쯤, 뒷덜미를 때리는 소리가 뒤통수를 향해 다가왔다.

"탁! 탁! 타탁!" 


호수공원을 주름잡는 마라톤 동호회 멤버들이다. 

나이와 남녀를 불문하고 다들 하나같이 달리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금세 나를 스쳐, 벌써 저 앞에서 달려 나가고 있다. 


"쩝.."

'즐겁게 달리기'를 추구하는 나는 저들과 다르다. 그치? 난 내가 원하는 만큼, 내 수준에 맞게 조절하며 즐겁게 달리면 된다. 내가 정한 페이스에 맞게.


"타악 탁! 타악 탁! 탁탁!"

또 다른 무리가 달려온다. 남녀 합이 세 명이다. 스키니와 쫄쫄이를 받쳐 입은 마라톤 복장에서부터 풍기는 아우라가 나와는 다른 실력자임이 확실하다. 어느새 벌써 저 앞으로 또다시 나를 스치듯 지나 달려 나갔다.


나는 나와 경쟁한다. 남들의 레이스는 관심 밖이다. 상관없다. 괘념치 않는다.


"탁.! 탁..! 탁..!" 또 다른 무리다. 그런데, 앞서 지나간 이들보다는 조금 만만해 보이는 페이스다. 남녀 각 두 명씩 총 네 명이다. 


지나갈 수 있도록 살짝 비켜섰는데, 두 명이 내 앞에 자리해서 달리는데 속도가 썩 붙지 않는 모양새다.

'어? 내가 막혔잖아?' 이런 생각이 들면서, 

'어쭈, 페이스 맞춰서 한 번 달려봐?'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스퍼트!!


그렇게 다섯 명이 뭉쳐서 달렸다. 나는 그저 앞에서 달리는 두 사람의 뒤통수만 보고 달릴 뿐이다. 할 만했다. 아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놈의) 심장이 구원의 모스 부호를 계속 보냈다. 


"야! 이건 합의된 내용이 아니잖아!!"

"....(그냥 달린다)"

"정신 차려! 넌 즐거운 달리기를 해야지!!'

"...(EC..)"

"야!!!"


채 1km도 달리지 않아서 나는 심장의 호소에 답을 줘야 했다(물론, 허벅지와 종아리도 아우성이었다.) 급속하게 속도를 줄이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가는 10분여 가량의 동료들(?)에게 이별을 고해야 했다. 


나는 처절하게 당했다. 너덜너덜 그 자체였다. 호수공원 첫 바퀴를 뛰는 중이라서 한 바퀴만 뛰고 그만두려는 '똥멍청이' 같은 생각도 굴뚝처럼 솟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나마 목표한 두 바퀴는 완주했다(혼자만의 위안을..)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왜 난 그들과 함께 달리지 못했을까?

당연히, 실력의 차이가 있다. 타고난 달리기 재주의 차이와 정확하게(당연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달려온 이력을 생각해 보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들과 동등한 실력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자유롭게 달리지 못하는가?

빨리 뛰기도 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들을 보낸 후에 혼자 달린 6km 정도의 거리도 억지(!)로 달렸다. 오늘 내 모습은 무방비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달리는 것에도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매번 달리기를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도 있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더 잘 달리기 위한 준비도 있다. 달리기 전에는 모든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스트레칭을 하고, 심장을 예열해 준다. 이는 다치지 않고 달리는 것이 건강해지는 활동이 되도록 해주는 씨 뿌리기이다. 


또한 달리는 능력을 높이고,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레이스를 위해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나는 어떤 준비를 했나? 어쩌면 심장을 뛰게 만들고 허벅지를 긴장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피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나의 달리기는 '심장과 타협하기', '다리 근육과 노닥거리기' 정도의 수준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


근육을 단련하거나 심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달리기에 사용되는 다른 신체부위를 향상하기 위한 노력 또한 무시하면 안 된다. 나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뛰었다기보다는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2/4(일) 6.9km/공원/ 몸풀기 페이스/ 이틀 연속 달리기 때문에 천천히, 자세에 집중

2/9(목) 1시간/ 호수공원/ 중급 강도 페이스/ 나흘 만에 달렸더니 힘이 들고, 장갑을 깜빡하고 새벽조깅을 했더니 손이 꽁꽁

2/11(일) 1시간 15분/ 호수공원/ 페이스 엉망/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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