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3
'날씨도 괜찮은데 한 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과 '오늘은 집에서 출발해서 공원을 한 바퀴 달릴 거야. 그러면 10km를 조금 더 달릴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앞에 생각은 마라톤 완주를 결심하기 전의 내 모습이고, 후자는 현재 달리기를 준비하는 나의 자세이다. 달리기에 투자된 시간과 노력은 비슷할 텐데 뭐가 차이가 있을까?
과거의 나는 소위 건강을 위해, 시간이 남으니까 달렸을 뿐이다.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조금만 달리다가도 숨이 차면 멈췄다. 살짝 언덕길이 나와도 속도를 줄이고 걷기 일쑤였다. 공원을 한 바퀴 달리겠다고 했지만, 저만치 출구가 보이면 '이제 다했네'라며 스스로 뛰는 것을 마무리했다.
그러니 항상 '달리는 것이 힘드네'라는 생각이 떠날 줄 몰랐다. 그래, 목표가 없으니 끝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었고, 이유가 부족하니 달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만 했었던 것이다(그럴 거면 왜 달린 거야?)
지금 나는 달리는 이유가 명확하다. 42.195km를 완주하겠다.
그 목표가 달리는 이유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한다. 훈련을 해내기 위해 스트레칭과 몸관리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달리기 시작하면 이전에 달리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목표가 없어서 힘들었던 것이다.
마라톤을 '인생'에 자주 비유한다.
혼자 하는 운동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다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내가 생각하는 마라톤과 인생이 가장 닮은 이유는 '누구나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달린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향해 달린다. 어떤 사람은 어제와 같이,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길을 찾아 제각각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왜, 어디로, 어떻게 달리느냐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그저 달린다.
출근해야 하니까, 학교 가야 하니까, 먹어야 하니까, 만나야 하니까.. 큰 그림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흡사 누군가 만들어 놓은 판에서 짜인 길로 달리는 것과 같다.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는 빨리 가야 하는지 등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저 달린다.
생각을 해보자. 나는 왜 달리는가?
그것이 목표이다.
목표가 없는 달리기는 힘들다. 속도를 내야 하는지, 조금 쉬어도 되는지,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바른 길로 달리고 있는지 등 목표가 없으면 알 수 없다.
가끔 등산이란 걸 하는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해요? 헉헉.."
말을 걸어주니 기분이 좋아진 산사나이의 말에 힘을 얻은 나는 그 바위를 넘나 마자 깨닫는다.
'속. 았. 다'
목표와 목적지는 내가 세우는 것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남들이 만들어준 목표는 오히려 나의 갈길을 힘들게 하고 나의 시간을 갉아먹을 뿐이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은, 산길에서 만난 또 다른 목표가 없는 사람에 의해, 잘못된 정보롤 헤맬 수밖에 없다.
나는 목표를 42.195km로 정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제 나는 달릴 뿐이다. 내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28(일) 6.9km/ 공원/ 몸풀기 페이스
1/31(수) 30분/ 서울시내/ 달리기 복장이 온전치 않았지만 땀나게 달렸다.
2/3(토) 7.5km/ 공원/ 몸풀기 페이스/ 어젯밤에 아시안컵 축구 직관(새벽 3:30에 취침)의 여파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