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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Mar 17. 2024

새로운 경험, 2시간 달리기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9

2시간 동안 달렸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달리면서 지속적으로 혼자만의 실험을 해왔다. 5km 그리고 10km를 달리면서 거리를 늘렸다. 달리는 시간을 늘리면서 오랫동안 달리는 데에 익숙해지기 위한 방법을 몸에 익히려 노력해 왔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2시간 달리기에 도전했다. 2024년 3월 16일.


코스는 한강이다. 

영등포를 가야 할 일이 있었고, 별도의 짐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리기 딱 맞는 일정이었다. 코스는 당산역에서 출발해서 대곡역지이다. 


"헉! 4시간 27분... 거리는 17km..."


'걷는 속도로 4시간 30분 정도니까, 달리면 2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뛰어가다가 힘들면 근처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 오랜만에 '똥멍청이'같은 생각이 고개를 들었지만, 끝까지 완주를 고집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다.


작은 배낭 하나를 챙겼고, 그 안에는 330ml 생수 1병, 에너지바 2개, 초콜릿 2알을 담았다. 또 땀이 나면 갈아입을 티셔츠도 하나 챙겨 넣었다. 가방의 무게가 달리는 것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물건을 빠뜨렸다.. 바로, 스마트워치를 집에 두고 왔다. 으이그~~ 어쩔 수 없지 랩타임은 몸소 측정할 수밖에..


이제 시작이다. 

당산에서 출발해 가양대교를 향해 한강을 끼고 달리는 길은 거칠 것이 없다. 쭉 뻗은 일직선 길이다. 스스로 체크해 볼 때 1km당 약 5분 30초의 페이스 정도.. 큰 무리 없이 가양대교에 이르렀고, 계단으로 올라가 다리를 건넜다. 가양대교 위에는 바람이 만만치 않게 불었다. 오가는 자전거도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가양대교를 넘어 강북으로 접어들었다. 달린 시간은 아직 1시간에 이르지 않았다. 가방 옆구리 그물에 꽂아둔 생수를 까서 한 모금 마셨다. 아직은 체력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양대교와 행주산성을 향해 뛰는 이 길을 상당히 익숙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자전거를 타고 종종 다녔던 길이다. 



그 시절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 길을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여기서 뛰는 사람은 언제까지 얼마나 뛰려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길이 쭉 이어진다. 


익숙했던 강매동 입구를 지나 행주산성 옆을 스쳐가면서 시계를 보니, 출발한 지 1시간 2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물을 한 모금, 에너지바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견과류를 잔뜩 묻힌 에너지바는 숨쉬기에 불편했다. 다음부터는 탈락이다. 달린 시간에 비해서는 아직도 체력이나 페이스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대곡역을 지나 더 뛸 수도 있겠다.


잘 될수록 나대지 말라고 했던가. 힘을 받아 달리던 이 순간 문제가 생겼다. 

행주를 지나 능곡을 접어들었는데, 달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달려온 도로변 보도길이 끊어졌다. 아.... 어쩌지? 결국 도로에서 들어와 있는 흙길로 접어들었다. 비닐하우스와 각종 창고들이 들어서있는 이런 길은 달리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각종 악취는 코와 머리를 괴롭혔고, 갑자기 짖어대는 견공들의 울부짖음은 달리기에 집중하기 어렵게 했다.


그러면서 아직 문제없을 것 같았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둘러보고, 숨쉬기와 달리기에 대한 집중력이 흩어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말 그대로 길을 잃었다. 



험한 길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저기 멀리 보이는 대곡역을 찾았다. '천신만고'.. 


그 사이에 시간은 흘러 달린 시간이 1시간 40분에 이르렀다. 능곡에 접어들면서 1km당 랩타임은 아마도 6분~6분 30초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길은 뛰었다기보다는 길을 찾아다니는 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어렵사리 도착한 대곡역.

결국 1시간 50분 동안을 달려서 목적지인 대곡역에 도착했지만 원래 목적인 2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지하철을 이용해 대곡을 벗어난 후 거리공원길에서 다시 15분을 달렸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2시간을 채워서 달렸다. 

처음 시도한 도전이고 성공했다. 코스를 좀 더 세심하게 골랐다면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괜찮다.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테니까. 이제 고작 처음 시작했을 뿐이다. 


10km 이상을 달리면서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달리면서 물을 마시고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도 처음 해보았다.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집에 돌아와 한동안 드러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지쳤지만 뿌듯한 나만의 레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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