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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Apr 04. 2024

비가 온다.

    

어제부터 비가 온다. 어릴 때는 “비야, 비야 오너라. 콩 볶아 주꾸마”라는 친구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에게 비는 “비설거지”다. 무슨 말이냐고요. 비가 오면 비 맞으면 안 되는 것들을 옮겨 놓는 일 즉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나 곡식들을 재빨리 집안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비 맞으면 며칠을 널고 거둔 곡식을 못 쓰게 되거나 다시 말리는 일을 해야 한다.  비 안 맞게 하려고 얼마나 급하게 움직여야 하는지 모른다. 


만약 비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면 부모님과 할머니로부터 한 말씀을 들어야 한다. "방구석에 앉아 비 오는 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만 있냐? 곡식 널어놓은 것 거두어 들어야지." 귀에 닦지가 앉게 듣고 또 들어야 하는 그 순간과 찰나가 나는 싫어 비를 흠벽졌도록 비설거지를 했다. 


철들고 초등학교 시절에 한 일이고 그것도 가을 한 철이고 많이 하지도 았았다. 왜 그렇게 비가 싫은 걸까? 나는 지금 하는 일을 중단하는 것이 싫고 예상 밖의 상황에 내가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싫었던 것이다. 

 

지금은 비가 오면 우산 들고 아이를 마중 나가 우산을 씌워 주는 일을 한다. 우산 펴고 접는 일, 우산을 잘 챙겨주는 것까지 말이다.     


비 오는 날 아이들의 차량에 태우고 내리는 일은 나에게 부담이 된다. 우의를 입고 비가 오는 날 나간다면 다행이지만  가량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지요. 갑자기 비가 오거나 오는 듯 안 오는 듯하더니 차량 운행 중에 비가 많이 와도 아이들 맞이하려면 우산을 쓸 수는 없다. 어떤 어머님께서는 우산을 높이 들고 나도 아이도 어머님도 씌워 주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자신만 쓰고 계시는 분이 더 많다. 그때는 비를 맞는다. 축축한 옷을 입고 하루를 살면 정말 불쾌지수가 아주 높아진다. 나는 그 축축함이 싫다. 그래서 나는 비를 싫어하고 비 오는 날  처지는 기분이 든다. 


비에 대한 나의 기분과 생각을 말하자 동료 교사는 “타닥타닥 타다닥 하는 소리가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마치 연주하는 듯해요.” 비를 두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비가 오면 행복하대요. 어떤 동료는 비 오면 전 부쳐 먹으며 방에서 만화 보면서 뒹굴면 좋은데.....   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구나. 비는 그냥 비인데 그 사람이 갖는 생각에 따라 아름답게도 힘들게도 느끼는 것이구나. 를 깨달았다.      


비는 아직도 나에게는 좋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비가 없다면 먹을 물도 씻을 물도 동식물들에게......

물이 꼭 필요하고 비가 주는 가치는 정말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개인의 견해와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비 라고 하면 어떨까? 비라는 말에 교실은 온통 장화와 우산 얘기로 화재가 전환되고 물에 대한 이야기, 수영 이야기, 샤워 이야기까지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하다. 

  

비는 단순히 좋고 싫음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보느냐?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비와 조금 친해져 보기 위해 우의를 입고 행복한 마음으로 비와 친해져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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