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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Mar 22. 2024

불이야,   소방대피~~^^

원장님께서  "소방대피훈련 지금합니다."  두 눈이 동그랗게 뜬 저는  "얘들아 소방대피훈련 할 거예요." "신발 다시 신어요."라고 말했다. 

저와 마찬가지로 눈만 끔벅끔벅하는 아이들. 신발을 신겨주며 "불이야, 불이야 할 거예요.  지금 불은 안 났지만 밖으로 나가야 해요." 알아들었다는 듯이 신발 신기 시작한다. 


신발 신고 준비 완료되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가요. 입과 코를 막고 몸을 숙여 나가는 거예요."라며 교사가 앞장서서 나가자 영아들이 따라 나온다.


그때 형님들은 비상계단으로 내려와 화단을 통과하여 우리가 내려오는 현관 입구에서 만난다. 우리 반 아이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듯이 형님이 내려오는 곳만 쳐다보고 있는다.


"우리도 다음 달에는 저 계단으로 대피할 거예요. 잘 봐요.~"하고 알려주었다. 


원 전체가 집결지에 모여 나쁜 공기가 폐에 들어갈 수 있으니 크게 숨 쉬어 나쁜 공기를 나오게 하자고 하자며 여러 번 숨 쉬는 것으로 소방대피훈련이 마무리되었다.  


오늘 소방대피훈련 하는 날이다. 교사들에게 특별한 일정을 알려주는 걸 깜박한 것이다. 방송으로 다른 반들은 알려 주었는데 우리 반은 옆 공원 산책하는 중이었다. 산책 중에 계단에 앉아 사진 찍자고 했더니 한 아이가 "옷 더러워지면 우리 엄마한테 혼나는데 "라고 하는 아이,  "사진 찍으려면 브이 해야 해요."라고 말하여 브이 해서 사진 찍고 여기는 괜찮다고 알려주고.....  이제 밥 먹자며 교실로 이동하는 중에 현관에서 소방대피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영아들에게는 10분의 시간이 참 크다. 10분 늦게 밥을 먹으면 잠 잠 온다고 우는 아이, 점심 먹고 하원하는 영아 가방에 챙겨야 한다. 밥을 먹으며 국과 반찬을 더 달라는 아이, 국을 쏟는 아이, 오늘따라 흰밥이 아니라 잡곡밥이나 반찬이 싫다며 안 먹겠다는 아이, 손으로 국을 주무러는 아이  등등 상황에 따라 점심시간은 다르다. 


소방대피훈련 함으로 10분이 지나간 것이다. 정말 해야 하나? 소방대피훈련은 영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갑자기 세월호 사건이 떠 올랐다. 여행을 간다고 무척이나 기뻤고 즐거웠을 아이들.

아이들의 목숨을 잃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안전에 우리가 조금만 더 마음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 한구석에 '꼭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싹 사라지고 '반듯이 해야 하지'.라고 마음으로 바뀌어졌다. 


매달 하는 소방대피훈련에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됨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 되고 소방대피훈련 할 때마다 조금 더 마음을 다하여해야겠다는 다짐 했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우리 아이가 묻는 게 있다. "선생님 이게 뭐야?" "비상대피로"라고 알려준다. 다음날도 올라갈 때 내려올 때마다 묻는다. 그럴 때마다 얼른 대답하고 내려왔다. 계단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할 때는 혹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급하게 대답한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에 관심을 가진 그 순간이 가장 안전 교육에 잘 받아들이는 순간임을 잊고 살았다. 


'아 나는 교사로서 안전에 대한 부분에 무감각하게 살고 있지는 않나'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불 불하면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다. 소방대피훈련과 안전에 관해서는 보고 또 보고 또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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