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시야 서새이 May 05. 2022

만 1세 나의 고객님

원장님: 오늘 이 아침 어떻습니까?

교사들: (만세 동작을 하며 큰 소리로) 좋~~습니다.

아침 교사 모임이 끝난 뒤 가끔 하는 아침 인사다. 아침 인사를 한 후에 교실에 들어가며 혼잣말로‘아자아자 송신향’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교실에 들어섰는데 현관문에서“우리 싱글이 왔어요~”하며 경쾌한 원장님 목소리가 들린다.나의 첫 번째의 고객님이 당도한 것이다. “네”라는 대답과 함께 뛰어나갔다. 우리 교사들은 보통 솔 톤으로 말한다. “안녕하세요? 싱글이 어머님”이라고 인사를 드리자 “쌤, 싱글이가 오늘 일찍 일어나서 피곤할 거예요. 잘 부탁드려요.”라고 하시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셨다.    

  

싱글이 안고 교실에 들어와 “싱글아 우리 손 씻을까? 여기 싱글이 수건 있어.”라고 하며 싱글이 손에 수건을 건네주었다. 싱글이는 수건을 들고 수건걸이 앞으로 간다. (교실 문과 세면대 문이 두 개인 교실이다. 세면대 문을 열면 세면대 벽에 수건을 걸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된 고리가 있다. 고리 위에 영아들의 사진을 부착되어 있어 매일 수건을 세탁하여 가방에 넣어오면 수건걸이에 수건을 걸어 사용한다.)       

수건에 달린 작은 고리를 손으로 잡고만 있어서 교사가 “싱글아 도와줄까요?”라고 하자 싱글이의 대답은 “내가 내가”라고 한다. 싱글이는 수건의 고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나의 고객님이 원하시기에 옆에 있을 뿐이다. 3분이라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고객님께서 수건을 수건걸이에 거셨다. “우와 우리 싱글이 수건 걸었어요. 최고!”라고 말하며 물개박수를 쳐 주었다. 싱글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내가 하면 2초 안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3분 만에라도 수건을 걸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평생 싱글이 옆에서 수건을 걸어 줄 수는 없지 않은가?’‘스스로 해 봐야 자신감과 자기 주도성이 생길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3분을 기다릴 수 있었다.   

  

 “타요. 타요. 타요. 타요. 개구쟁이 꼬마 버스~~”라는 동요가 나오자 타요 버스를 누르며 해 맑게 웃는 벙글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그때 벙글이의 타요 버스를 주시하고 있던 송글이가 벙글이 타요버스의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품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때 벙글이도 자신의 타요버스를 송글이가 가져갔다는 것을 눈치챘다. 울면서 “내가 내가. 내꺼야.”하며 소리쳤다.

교사인 내가“타요 버스 같이할까?”라고 말해도 아무 소용없었다. 송글이도 “내가 내가 ”라고 말하며 막무가내 떼를 써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송글아 타요 버스 하고 싶었어?” 교사가 묻자 송글이가“응”이라고 대답한다.“송글아, 지금은 벙글이가 하고 있어 조금 기다렸다가 하자”라고 말한 뒤 재빠르게 벙글이에게“벙글이 하고 송글이 하게 줄까?”라고 한다. 다시 벙글이에게 “벙글아!송글이가 지금 놀이하고, 싱글이에게 빌려준대.조금만 기다리자~”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송글아 기다리면서 자동차 차고지에 타요 버스를 넣어볼까요?”라고 하며 색깔별 타요 버스를 넣으며 제시한다.  

    

여기저기에서 “내가 내가”라는 음성이 들려온다. 나의 안테나를 돌려 더 급한 곳으로 출동했다. 그곳은 콩콩이 인형을 사이에 두고 서로 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내가 내가”라고 하여 교사가 “콩콩이 인형 두 개인데 하나는 어디 갔지? 하며 찾는다. 다른 영아가 “여기”라고 하며 바구니에서 꺼내 준다. “우와 싱싱아 고마워”라고 하며 다투는 영아에게 내밀자 하나씩 가지고 웃으며 논다. 가끔은 끝까지 다른 콩콩이 인형 싫다고 밀쳐내고 그 인형만 고집할 때도 있다. 오늘은 다행히 다른 콩콩이 인형으로 해결이 되어 “후유”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내가 내가”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았더니 교실은 평화롭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왜 그럴까? 그건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내가 ‘내가내가’이고 ‘내가내가’소리가 커지면 다툼의 현장이 되기 때문에 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헤맨다.     

만 1~2세 나의 고객님은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하루에 수십 번씩 말이다. 그 말은 바로 이 말이다. “내가 내가”. “내가내가 ”를 외치고 또 외치는 나의 고객님은 왜 그럴까요?       

그건 삶에 가장 기초가 되는 자율성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자율성은 사전적 의미로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성질이나 특성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스로 원칙에 따라’라는 말이다. 영아 스스로 정해 놓은 원칙에 따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 원 현관에서 벨을 눌러야 한다. 출근 시간이 늦어 부모님들께서 벨 누른 날은 현관에서 울며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는 말“내가 내가”라는 고객님이 계신다. 그러면 “송글이가 벨 누르고 싶었어, 송글이 벨 눌러볼까요?”라고 송글이를 번쩍 안아 벨을 누르고 나면 진정된다. 형제나 자매가 서로 벨을 누르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경우도 있다.      

 영아가 “벨은 내가 누를 거야”라는 원칙을 정했다면 그 원칙에 따라 자신이 벨을 눌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 원칙에 반하면 울고불고 드러눕거나, 아주 심하면 공격까지 불사한다. 자기가 정한 원칙에 따라 벨을 누르며 ‘어 내가 벨 눌렀더니 소리가 나. 우와 신기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은 성공들이 영아에게 자신감을 높이게 되고, 자기 주도성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내가내가’ 하려고 한다. 영아가 “내가내가”라고 말을 할 때 “우리 싱글이 벨 누르고 싶었구나 벨 눌러 볼까?”라고 말한다. 이 때 영아는 기분 좋게 웃으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이다. 기회를 줘라. 성공하게 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우와!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자기 능동성과 주도성을 갖게 된다.

      

만약에 이 자율성을 배우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나의 고객님이 말하는 ‘내가 내가’는 잠깐이다. 그 시기에 최선을 다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내가’라고 말할 때 들어 주자.      


            내가 내가를 들어 줄 수 없다면 만1세 사용설명서를 기다려 주세요.      


#만 1세 #어린이집 #영유아 #보육교사 #가정보육 #내가내가 #자율성 #만1세 셋살 

작가의 이전글 알림장 댓글 극한직업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