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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May 26. 2022

만 1세 사용설명서

만 1세 사용설명서     

선물 보냈다는 카톡을 받고 무슨 선물인지 궁금하여 선물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택배 아저씨의 문자를 받고 어린아이처럼 기뻤다. 선물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드디어 선물의 포장을 풀자 선물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리 요리보고 조리 살펴봐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선물을 보낸 친구에게 전화하여 사용법을 물었다. “아하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구나, 선물 받고도 사용을 못할 뻔하였네. 선물 고마워 잘 사용할게.”라고 친절한 친구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런 적이 있는가?

만 1세 자녀를 둔 아빠 마음이 이럴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몰라 거저 헛웃음만 짓는다. 그러다 아내에게 “아이 엄마잖아”라는 말로 미룬다. 아내 역시 아이 엄마지만 만 1세는 처음이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른다. “안 울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면 되는데 그게 왜 이리 힘드냐?”라고 매일 밤 아이를 재우고 탄식의 말을 내뱉는다.      


그럼 만 1세 자녀를 둔 부모님은 왜 힘들어할까?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로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순간순간 알 수 없다. 영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 달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부모가 보기에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떼를 쓰면 부모는 “원하는 것이 있구나”라고 알게 되고 아이를 봐준다. 이미 마음이 상했고 화가 폭발하여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가 된다. 부모가 말해도 아이는 화를 내고 들어주지 않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만 1세 영아는 자율성 공사 중이므로 이성적이지 않고 무조건 재미있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만 1세 벙글이는 동화책을 갖고 와 “일거”(읽어)라고 한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아빠가 동화책을 받아 쥐고 “응 우리 벙글이 아빠가 동화책 읽어 줄게”라고 기분 좋게 동화책 편다.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가고 있었어요. 다람쥐를 만났어요. 나랑 친구 할래”라고 말하는 순간 벙글이가 벌떡 일어나 장난감 상자로 간다. “벙글아 동화책 안 볼 거야, 벙글이가 동화책 읽어 달라고 했잖아”라고 볼멘소리로 말한다. 벙글이는 장난감 상자에서 장난감을 하나씩 꺼내고 있는다. 아빠는 ‘내가 읽어 주는 동화책이 재미없나?’라고 기분 상해하며 자책한다.      


그런데 벙글이는 동화책 보다가 왜 장난감 상자를 뒤질까요? 비밀은 여기에 있다. 사랑하는 아빠가 읽어 준 동화책에 벙글이가 평소에 갖고 놀던 토끼 인형이 나온 것이다. 아빠가 읽어 준 동화책에서 토끼 인형을 발견하고 “와우 여기에 토끼 인형이 나와”“아빠, 나 토끼 인형 있어요.”그 순간 토끼 인형을 찾아 아빠에게 보여 주고 싶을 뿐이다.


여기서 포인트 1) 왜 동화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한 권을 다 읽어야 동화책을 읽은 것인가요? 아니에요. 이유는 간단하다. 동화책에 나오는 토끼를 보고 늘 갖고 놀던 토끼 인형을 찾을 수 있다면 오늘 동화책을 잘 읽은 것이다. 아이가 원할 때 동화책을 진심을 담아 읽어 주었고 읽는 순간 아이는 눈이 반짝 빛이 난 것이다. 아빠가 읽어 주는 동화책에 나온 토끼를 아빠에게 보여 주고 싶었으니까? 아이 스스로 터득한 것이기 때문에 동화책을 잘 읽은 것 아닌가요?      

여기서 포인트 2)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행동한다. 처음에는 동화책을 보고 토끼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장난감 상자에 뒤적거리다 보니 토끼 인형은 안 보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타요 버스를 보게 된 것이다. “우와 재미있겠다. 잠깐만 할까?”라고 하며 타요 버스를 누른다. 타요 버스를 누르는 벙글이를 보고 (2가지 예시)

잘못한 예시) 아빠는 “벙글아 동화책 안 읽고 뭐 하고 있어?”라고 야단친다.

             아이는 말없이 타요 버스를 누르고 누르며 속상해한다.

좋은 예시)   아빠는 벙글이 장난감 상자에서 뭘 찾았어?”

             아이는 아빠 타요버스라고 말한다.      

장난감 상자에서 토끼 인형을 찾다가 다른 재미난 것을 보는 순간 토끼 인형을 잊어버리고 타요 버스에 집중하여 놀이한다. 영아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놀잇감에 집중한다. 동화책을 다 읽어 줘야 잘 놀아준 것은 아니다.      


만 1세 영아는 놀고 싶은 놀이에 푹 빠져 놀 수 있도록 그저 놀이를 따라가면 된다.      

교실에서 싱글이 가 타요 버스 놀이에 푹 빠져 놀고 있는다. 벙글이가 타요 버스를 하겠다고 다툼이 생겼다. 벙글이에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도, 다른 놀이 제시하여도 막무가내로 떼를 쓸 때 사용한다.

교사 : 벙글아 고양이 봤어?

벙글이 : 야옹이

교사 : 벙글이 야옹이 봤어?

벙글이 : 야옹이 없어

교사 : 벙글아 야옹이 어디 갔어?

벙글이 : 야옹이 엄마 갔어.

교사 : 벙글아 야옹이 엄마 갔어, 벙글아 야옹이 엄마랑 뭐 할까?      

참 이상한 대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영아는 상황과 분위기를 전환하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떼를 쓰고 울고불고하는 일이 있다면 엉뚱한 이야기를 나누면 울음을 그치고 엉뚱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다른 예를 들어 보겠다. 영아가 분홍색 공주 컵에 물을 먹겠다고 하는데 언니가 먼저 마신다. 그 후에 언니가 분홍색 공주 컵에 물을 마시고 분홍색 컵을 주었는데도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떼를 쓰고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먼저 하지 못한 것이 심통이 난 것이다.  

엄마 : 어 벙글아, 토끼가 놀러 왔네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이나 동물)

벙글이 : (드러누워 있다가 토끼를 본다.)

엄마 : 벙글아 나랑 놀자 나랑 친구 할래(토끼 인형을 손에 잡고 흔들며)

벙글이 : 응

엄마 : 벙글이 속상했어, 그래서 울었구나, 언니가 분홍색 컵에 물을 먼저 먹었어!

벙글이 : 고개를 끄덕인다.      

만 1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면 기분이 풀린다.


자율성 공사 중이므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말할 수 없어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때 당황하지 말고 영아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캐릭터 인형을 제시하여 엉뚱한 이야기로 분위기 전환하고 감정을 읽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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