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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Jun 08. 2022

3월 보육교사의 하루

     3월 보육교사의 하루      

어린이집 대문 앞에서 손 넣어 누르면 톡 하는 소리와 함께 철컥 대문이 열린다. 2~3년 다닌 재원생 학부모님은 대부분 대문을 여신다. 원 대문이 열리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 골대와 자동차, 미끄럼틀, 시소를 지나 현관에 도착한다. 현관문은 열쇠로 열거나 비밀번호를 누른다. 우리 원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가끔 “다시 입력하세요.”라는 멘트가 나와 누르고 또 누르며 “얘가 나를 거부하네”라는 말로 민망함을 감춘다. 현관문이 열리면 “안녕하세요?”라고 동료 교사들과 원장님께 서로 출근 인사 나눈다. 가끔은 어르신께서 인사를 받으신다. 무슨 말씀이냐고요? 네~~ 시니어 일자리 하시는 어르신 두 분이 현관문과 현관에 있는 곳을 닦고 계신다. 어르신께서 청소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많은 도움이 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나와 동료 교사를 불러 세우며“아이들 모래 밖으로 뿌리지 못하게 해라. 그것도 교육해야지. 모래가 밖으로 나오면 잘 안 쓸린다.”라고 일장 훈계의 말씀을 하신다. “네”라고 답할 뿐이다. 지당한 말씀이고 교사들도 모래 밖으로 뿌리지 말자고 말한다. 어느새 모래 담아 모래 밖으로 붓거나 모래 뿌리는 영아가 있어 모래 전쟁이 예상된다. 밖으로 뿌리는 애들과 밖으로 뿌리지 말자고 말하는 교사의 말이 메아리가 되어 모래 모래래래래 하고 있다.      

가끔 출근하며 어린이집 대문에서 영·유아를 만나“안녕하세요? 감사는 어린이가 되겠습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함께 출근한다. 출근카드를 찍고 체온 측정하고 동선 적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첫 임무는 조리실에 담겨져 있는 주전자를 갖고 오는 일,  교사와 영아가 먹을 식판을 갖고 오는 일, 씻어놓은 쓰레기통을 비치하는 일이다.      

아침 교사회의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며 혼자 주문을 외운다. “아자아자 송신향 파이팅”

교실에는 아침 일찍 등원한 심쿵이가 있다.“심쿵이 안녕하세요?”인사하고 꼭 안아준다. “우리 손 씻을까?”라고 말하며 가방 지퍼 열어 손 닦을 수건(고리가 있는 개인 수건을 세탁하여 갖고 옴)과 물병(물통을 씻어 옴)을 꺼내 수건은 수건걸이(세면대에 수건걸이) 물병은 물 담아 물병자리에 둔다. 책끼읽끼(집에서 읽은 책 제목을 적어 오는 노트)을 꺼내 동화 읽은 여부를 확인하고 도장 찍어 가방에 넣는다. 외투는 벗어 옷걸이에 거는 것으로 기본 정리한다. 기저귀와 여분옷,  이불(낮잠 이불을 매주 월요일에 세탁하여 갖고 옴)까지 정신없이 정리할 때 누구 것인지 반듯이 확인하고 이름 없는 경우에는 이름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필수다.


가끔은 무료 나눔으로 작아진 옷이나 신발을 물려 주시는 학부모님이 계신다. 무료나눔 정리하여 필요한 영유아에게 물려 준다. 동료 교사와 소통이 되지 않아 누구의 무료 나눔인지 찾는다고 단톡방 마비가 될 정도로 카톡이 울린 적도 있다. 흐흐흐     

모두 기분 좋게 등원하여 평안하게 가방 정리하고 교구 놀이하면 최상의 날이다. 심쿵이는 수건을 들고 수건걸이에 교사의 도움 받아 걸고 손을 씻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아 우는 영아가 있다. 우는 영아 기분을 풀어주고 달래주는 것이 가장 먼저다. 우는 아이 안고 “그래, 속상했어요.”라고 얼레고 달래 겨우 진정시켜 놓았다. 또래 친구가 와서 겨우 진정된 영아의 배에 청진기를 되었다고 울고 보챈다. 그 속상함이 금방 풀리지는 않는다. 그러면 특효약이 있다. 교사의 어부바다. 업어주면 점차 진정이 되고 풀린다. 내 어깨와 허리에 바위 하나 올려놓은 것 같은 아픔이 있어도 일상에서 주는 평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몸이 조금 아프고 쑤시는 것을 감수해야겠지요. 3월은 너무 많은 아픔을 감수하여 링거 사랑하는 나와 동료 교사가 되었지요. 우는 영아가 평안하여 까르르 웃으며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열어본다.      

 특효약인 교사의 어부바로 진정이 됨과 동시에 “간식 먹게 손 씻어요.”“옷 소매 동동”이라며 옷 소매를 걷어준다. 물을 좋아하는 영아는 세면대에서 떠날 생각이 없다. 그런 영아는 손 씻을 시간을 길게 주어 속상하지 않도록 배려 해 준다. 손 씻고 들어와 간식 먹을 자리에 앉는다. 간식을 잘 먹는 영아들은 먹고 더 먹는다. 간식을 먹지 않으려는 영아가 있어 보육교사인 제가 다가가서“맛만 봐요.”라고 포크 찍어 입술에 대 보지만 고개 획 돌리는 나의 고객님, 간식을 입에 넣었다가 뱉는 고객님에게 더 이상 권할 수 없어 정리한다.    

  

타요 버스를 누르면“타요 타요 타요 타요 개구쟁이 꼬마 버스 뿡뿡뿡~”이라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영아, 공룡 찐 사랑하는 영아가 있어 공룡 들고 온 교실 바닥을 나와 영아가 기어 다니며 정글 숲을 만들며  “아빠 카”라고 아빠 크앙 놀이 중이다.      

“애들아 바깥놀이 갈까요?”라는 말에 영아는 한 손을 위로 올리며“좋아”,“선생님도 좋아요”다. 바깥놀이는 언제나 환영이다. 모래놀이. 비눗방울놀이, 미끄럼틀 타기, 교사와 잡기놀이.......

언제나 신나게 놀고 들어올 때는 아쉬움이 많아 매일 하는 말이 있다.“내일 또 놀자.”라고 속상함을 달랜다. 신나게 놀다가 들어와 신발을 신고 교실로 입장하는 영아가 있다. “신발 벗어 신발장에 넣어요.”라고 말한다. 신발장에 넣어 보는 일이 영아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사진이 부착된 곳에 신발을 넣음) 다리를 펴 앉아 “뒷꿈치의 신발을 당겨 벗어요.”라고 말하며 교사가 도와준다. 바깥놀이 후 손 씻을 때 물만 묻히고 가는 영아가 있어 “벙글아 비누 해야죠”라고 말하며 벙글이가 싱긋 웃는다. “선생님이가 도와 줄게”라고 하며 비누 눌러 벙글이 손에 비누 거품이 보글보글 "비누 잘 가", “수건으로 손 닦자.”. “우와 깨끗해졌지” “벙글이 좋아”벙글이와 함께 웃는다.

 식판에 밥, 국, 반찬을 담아 배식한다.     

 배식된 식판 자리에 앉아 밥을 잘 먹는다. 그런데 유독 밥에 관심이 없는 아이가 있다. 좋아하는 자동차 양손에 하나씩 쥐고 자동차 움직이며 놀이하는 중이다. 밥을 숟가락에 떠 주어도 고개 돌리며 안 먹는다. 책상 위에 “송글아 송글이 밥 여기 있어 먹어요.”라고 하며 책상 위에 배식된 식판을 올려놓았다. 냠냠쩝쩝 우적우적 밥을 먹고 있으면 슬금슬금 다가와 서서 손으로 밥을 집어 먹는다. 몇일 동안 숟가락 주는 순간 밥을 그만 먹었다. “손으로 먹어도 먹으니 다행이야.”밥 먹지 않아 걱정하여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판 달라고 요청하면 어떨까?” 여러 방법으로 시도한 결과 송글이는 탐색하는 시간이 길고 촉감이 예민하여 손으로 탐색 후에 익숙해지면 먹었다. 그래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판을 갖고 와 손으로 밥을 먹는 중이다. “외국은 손으로 먹는 나라도 있잖아”“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줘요.”라고 동료 교사와 상의했다. 

 영아들이 밥 쏟고 흘리며 먹어도 “밥 더 줄까요?”라는 말에 “네”라고 답하는 영아를 나와 동료교사는 “훌륭하다.”, “밥 많이 먹으며 아빠처럼 키가 쑥쑥 커”라고 했더니 “아빠 아빠”라는 말만 반복한다. 영아는 아빠처럼 키가 커고 싶은 마음에 밥을 먹고 더 먹는다, 그런 영아를 보며 기특하고 귀여울 뿐이다. 밥을 먹고 나면 밥풀을 찾아 삼만리 여행을 떠난다. 밥풀이 너무 많이 붙은 영아의 옷은 갈아입는다. 좋아하는 반찬 사랑에 푹 빠진 날이다. 닦고 쓸고 정리하고 놀다가 “이제 낮잠 잘 시간이에요.”라고 이불 펴 준다. 영아들의 이불은 베개와 까는 요, 이불이다. 까는 요는 두툼하고 잘 밀리지 않는 것이 좋다영아는 몸부림이 많은 편이라 잦은 움직임에 까는 요가 밀리지 않는 것이 좋다.      

 교사가 토닥여주어 잠이 드는 영아, 교사가 토닥이려 하면 교사의 손을 치우고 자신의 옆에 있으면 되는 영아, 팔꿈치를 손으로 만지며 자는 영아, ..... 잠이 들면 그때부터 보육교사들은 한 숨을 돌린다. 가장 급한 민생고 해결부터 한다. 민생고는 화장실 가는 것, 이 닦기, 물 마시기 등 개인적인 시간을 동료와 돌아가며 잠깐의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그 후에 키즈노트 작성한다. 열이나 콧물, 기침 여부와 얼마나 먹었는지, 대변 여부와 어떤 놀이에 흥미와 재미가 있었는지에 관한 내용을 적고 찍은 사진을 보낸다.      

키즈노트를 적으며 반성해 본다. 상황에 따라 사진을 많이 찍고, 재미있는 일이 많았던 아이도 있고 혼자 놀이를 많이 한 영아도 있다. 조금 더 관심 가져야 할 영아는 누구인지, 건강 상태를 민감하게 체크해야할 영아는 없는지 기분 나빴던 영아는 없었는지.....체크하고 돌아보고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한다.      

아이들이 자고 일어나면 간식을 먹고 가방 정리하고 놀다가 하원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3월의 하루는 링거를 사랑하고 덕지덕지 붙여있는 나의 옷의 밥풀을 떼며 민망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며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들에게 매일 하는 말이 있다.“귀여워”“좋아”“사랑해”“최고”“괜찮아”“속상했구나”라는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이 말을 많이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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