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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입니다.

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by 소시야 서새이

(나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내 삶을 떠 올리게 했다. 살아온 순간들이 떠 오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이 사는 모든 순간들. 그 순간들을 기록에 남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옛날에는 동굴에 그림을 그려 남겼다가 종이를 만들어 기록하면서 책이 생겼다는 그림동화다.


퇴직 후 하루하루 지나면서 뭘 해야? 꼼꼼히 생각에 빠졌다. 뭘 하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컴퓨터를 배우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가 과연 컴퓨터를 배운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반신반의였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내 삶은 참 많이 달라졌다.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컴퓨터 배우면서 무너졌던 일상이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다. 오가는 시간이 1시간 20분 걸리고 컴퓨터 복습도 해야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점심 도시락까지 싸 가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담되면서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도시락을 나눠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컴퓨터의 꽃은 키포트판 두드리는 '타닥타닥 탁' 치는 그 경쾌하지도 않으면서 설레는 그 소리다. 물론 20대 청년소들 물 흐르듯이 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60세대는 그림의 떡이다. 새로운 도전은 신선하지만 그 호기심도 잠시다. 뭔 소리진 몰라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선생님 가르쳐 주시는 대로 했지만 내 컴퓨터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그럼 당당히 소리친다. "저기요. 어디에"라고 한다. 선생님 옆에 오면 컴퓨터는 저절로 실행이 된다.


'아이고 컴퓨터야, 너도 날 얍잡아 보냐, '


헤매다가 선생님 옆에 오면 척척박사 되는 컴퓨터 모니터를 부며 신기하기도 하면서 얄밉기도 하다. 민망함과 어색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나는 늘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께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실 때마다. 동의한다는 뜻으로 "그러니까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컴퓨터는 나에게 그러니까요."


컴퓨터 잘하고 싶어서 대화를 나눠봐도 도무지 친해지지 않는 당신. 늘 저만치 빨리 달리는 말 같다고나 할까? 조금 있으면 아래 한글 워드 시험을 친다. '잘할 수 있겠지.' '못 해도 괜찮아' '나한테 부끄럽지만 않으면 돼'라고 생각한다. 토요일에도 휴일에도 컴퓨터는 수업은 계속된다.. 쉬는 날 일요일 하루다.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다." 배우는데 노력 없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늘 나는 키포드판 타닥타닥 탁 치는 소리를 듣고 또 듣는다.


그래서 컴퓨터는 나에게 그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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