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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by 소시야 서새이

정이숙 작가님이 쓴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그림 동화를 읽고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내용은 치마를 들고 장난을 친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말한 유치원 교사는, 감정이 생기면 억누르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저는 국가 공인 자격증인 ITQ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 들어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버거운 것은 한 달에 한 과목씩 시험을 쳐야 하는 힘듦이 있긴 하다.
물론 20~30대는 한 달에 두 과목을 치르기도 한다. 그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자판 실력이 800타에서 500타 정도로 매우 빠르며 소리도 다르다.
그래서 나만의 속도로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들면 눈도 노안으로 인해 ‘아’와 ‘어’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
이번 시험은 도형이 많이 들어간 파워포인트 시험으로, 도형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그래서 도형 구분이 잘 되지 않아, 도형 창을 확대하여 프린트해 준 학우가 너무 고마워 행복해하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내가 세로로 창 열지 말고, 가로로 해서 보면 더 쉽게 잘 볼 수 있다고 했잖아요.
왜 내 말 안 듣고 고집을 피워요?”라고 하셨다.

그 말에 순간 화가 났다.
가로로 창을 열든, 세로로 열든 그것은 상관이 없지 않나?
다만 내가 흐릿하게 보여서 확대한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할 수 있을까?'
'각자 시험을 치르기 편한 방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선생님을 향해 말을 꺼냈다.
“고집을 피우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래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내뺃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선생님이 사용하는 ‘고집’이라는 단어가 싫은데도 따라 했을까?
더 멋진 말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 자꾸 속상했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좋은 말이면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말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선생님은 그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지만 제가 선택한 방법도 존중해 주세요.
그리고 수업 시간도 아니고 쉬는 시간에 제가 질문하지 않을 때에는 그냥 지켜봐 주세요.
저도 연구하고, 터득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확대 프린트를 해 준 학우님께서 이 상황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자꾸 와서 시비를 걸어요. 장돌을 때리면, 같이 장돌로 한 대 때려서 같은 사람이 되어 기분이 나쁘지요.” 라고 하셨다.

그 말이 정말 맞다.
같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속상했다.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나는 계속 말 한마디에 넘어지는
아주 연약하고, 연약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더 속상했다.


그렇지만 하나 잘한 것은, 나를 지켰다는 것이다.
속상함을 적어도 표현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당신의 그 말에, 나는 속상합니다.” 라고 표현한 것은 잘했지만,
더 성숙한 사람으로 표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멋진 사람으로 사는 길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계속 나에게 장돌로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지혜를 이 동화책에서 배웠다.

친절하게 내가 해야 할 말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렇지만 단호하게, 그 사람이 또다시 나에게 무례하게 말하지 않도록 말이다.

나를 지킨다는 것은 정말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의 걸작품으로, 나를 지키며
‘나도 소중하고 너도 소중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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