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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Dec 22. 2022

동전 교환 기계가 있다면 말이다

동전 교환 기계가 있다면 말이다.     

1년에 한 번 사랑의 동전 모금 저금통을 각 가정으로 보내 자라나는 새싹들이 동전을 저금통에 넣어보는 사랑의 동전 체험하도록 권한다. 동전을 하나씩 저금통에 넣어보는 것만으로 부모님과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랑의 실천 장이 열린다.     

사랑의 저금통이 채워지면 원으로 갖고 와 “엄마와 함께 넣었어요.”“선생님 무거워요.”라고 하며 저금통을 꺼내는 아이의 얼굴은 해맑아 기쁨이 저절로 난다. 경북 어린이집 연합회로 전달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사랑으로 모은 동전을 받아 뜯고 뜯었다. 사랑의 저금통은 종이로 되어 있어 뜯기를 반복하여 비닐봉지에 모았다. 모은 동전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동전과 지폐를 모아 경북 어린이집 연합회 전달하기 위해 입금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이들 하원하고 나에게 잠깐의 여유의 시간이 주어진 상태였다. 그때 원장님께서 동전을 바꿔 카드에 입금을 부탁하셨다. 모아 놓은 동전이 무거워 은행까지 들고 가기 버겁다며 어린이집 차량 탑승하여 은행 앞에서 내려가라고 하신다. 아이들은 “선생님 두 명 타요.”라고 하며 싱글벙글이다. NH농협에 도착하여 동전이 든 종이 가방의 끈을 잡자 끈이 끊어졌다. 민망함에 얼른 동전 가방을 둘둘 말아에 가슴에 안고 NH농협 들어갔다.      

도착하여 멍하니 상황을 살피고 있자 직원이 “번호표 뽑아서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신다. 번호표 뽑아 잠시 기다려지자 제 차례가 온 것이다. 동전 가방을 풀었다. 은행 직원의 표정이 밝지만 않다 “동전은 3시 전에 오셔야 바꿔 줄 수 있어요?”라고 하신다. 이걸 다시 들고 끙끙대며 갈 생각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때 한 말씀하신다. “이왕 오늘은 왔으니 해 드릴게요.”라고 말이다. 은행 도착은 3시 47분 되었다. 은행 직원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자. “지폐는 펴 주세요.”라고 하신다. 저금통에 들어 있든 지폐는 접어 있고 순서가 뒤죽박죽 헝클어진 상태였다. “네”라는 말과 동시에 손이 자동 지폐 펴기 시작했다. 다 펴진 지폐는 카드에 입금되었다.      

동전은 동전 교환기에 넣어 돌리기 시작했고 돌려진 동전이 잘 분류가 되지 않는지 방망이로 두드리고 한창 바쁘게 일하셨다. 그런 후 제 앞에 오셔서 “동전이 많을 때는 동전을 분류해 오세요. 그리고 이물질이 너무 많아 동전 교환기가 자꾸 걸려요.”라고 하신다. 나는 할 말이 없다. 그저 “네”라고 대답할 뿐이다. 이 물질은 종이로 된 저금통을 뜯으며 작은 종이 알갱이들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물질을 잘 골라내지 않은 실수와 직원의 배려 덕분에 입금을 마치고 오려고 할 때 작은 메모지를 한 장 내밀었다.    

동전을 바꾸려면 매달 1~10일에 와야 하고 

시간은 10~3시 전까지 와야 한다는 말과 

작은 글씨로 동전을 분류하여 오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

이 메모지를 보는 순간 왜 기분이 나쁠까?라고 생각했다.     

과연 뭘까? 누구를 위한 메모지인가?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은행을 직접 가는 일은 거의 없다. 거래는 주로 온라인으로 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은행에 가진 않는다. 

그 런 데 

동전을 바꾸는 일을 날짜(1~10일)를 정해주고 시간(3시 전)까지 제한한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일인가? 저금통에 있는 동전 바꾸는 일은 참 힘든 일이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저금통은 내가 일하는 동안은 은행에 가서 바꾸는 일은 없게 되었다.  돼지 저금통 동전 교환을 위해 휴가를 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것도 월초에 내야 하고 오전 3시 전까지 돼지 저금통을 들고 가야 한다면 말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까?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쓸쓸함이 밀려온다. 누구를 위한 규정인가? 은행 편의로 규정된 메모지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전은 돈이 아니고 귀찮고 하찮은 것이라 그걸 갖고 오는 사람도 그렇게 느껴지나 은행 직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특권인가?  

   

나는 아이들처럼 때를 부리고 싶다. 

동전은 언제든지 은행 문 열었다면 닫을 때까지 동전 교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 것이다. 작은 메모지를 은행 직원이 내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전 교환 기계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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