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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Mar 09. 2023

나의 스카이라운지

창씩이(4)

창씩이 (4)     

창씩이는 나를 긴장시킨다. 잠시 다른 영아를 돌보고 나면 다른 교사로부터 창씩이가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는 말 듣기 일쑤다. 내 사랑 창씩이는 나를 늘 긴장시킨다.      

하원 차량에서 같은 또래 3명이 함께 내린다. 안전벨트 풀면 차량 문이 스르르 열린다. 안전벨트를 다 풀어주고 교사가 내리면 제일 앞에 서 있는 창씩이는 뒤돌아 친구 등을 가볍게 밀어주며 먼저 내려라. 고 제스처를 취한다. 친구들 다 내리고 마지막에 내리는 창씩이에게 교사인 나는 “친구 먼저 내리게 도와준 거예요.”라고 말했다. 창씩이는 그 말에 뿌듯해한다. 그런 배려 남이고 매력 남이다.   

   

창씩이는 유희실에 놀 때 미끄럼틀에 제일 위 계단에 다리를 쭉 빼고 앉아 있는다. 미끄럼틀 내려오는 곳에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릇 안에는 음식 모형이 담겨 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달려갔다. 창씩이는 해맑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때 드는 생각이 ‘아 창씩이는 즐기고 있구나’‘밥상 차려놓고 창씩이만의 식사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였으면 무조건 “위험해”라고 내려놓았다.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다리를 꺼내며 중심을 잘못 잡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바로 응급상황 발생하는 건 불 보듯 한 상황이다. 그걸 부인하고 싶진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창씩이의 마음이 궁금한 것이다. 

창씩이의 마을을 들여다봤다. 창씩이는 그릇에 담은 음식 모형들을 들고 미끄럼틀을 올라가 보니 “어 여기 앉으면 되겠네.”라는 생각인 든 것이죠. 미끄럼틀 제일 위 계단에 앉아 보니 “우와 장관이네”“다 보여” “위에서 친구들 노는 것도 보이고 선생님도 보여”라고 그 상황을 즐기는 중에. 교사인 내 눈에 창씩이의 모습을 보게 된 상황이었다. 제가 다가가 “창씩아 밥 먹고 있었어.”라고 말하며 “내려와서 먹자.”라고 하며 내려 주었다.      

아이들과 20년 동안  한 번도 미끄럼틀 위 계단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회장님이나 특별한 날에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나만을 위한 한 끼 식사를 하잖아요. 경치가 좋은 곳에서 말이죠. 우리 나이로 4살이 된 창씩이는 유독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올라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걸 좋아하여 위에서 한 끼의 식사를 한 것인데..... 그것뿐인데 말이죠. 다들 호들갑을 떨고 계시니 말이다. 

물론 안전이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성장판이 있다. 성장판이 다치고 손상 입으면 회복하는 길이 어렵고 성장에도 문제가 된다. 아이들마다 몸을 보호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조절이 잘 되지 않아 가끔 다치거나 사고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다독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낮잠을 자려고 이불 펴 주고 누워 자요.라고 말하는데 교구장에 서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그 근처에 누워야 하는 친구는 불편하다고 창씩이 바지를 잡고 “비켜”라고 하고 창씩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제가 다가가 창씩이에게 “자는 시간이에요.”이라고 창씩이를 안고 와 이불 자리에 눕히며 “창씩아 낚시놀이 많이 하고 싶었어요?”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양손을 잡고 “코 자고 정말 많이 하자”라고 양팔을 움직여 큰 원을 여러 번 그려줬다. 창씩이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마음을 알아줬고 자고 일어나하자고 한 것이 이해가 된 것이다.   

   

요즘 아이의 의도가 무엇인지 자꾸 궁금해졌다. 왜 창씩이는 그렇게 했을까? 의도를 알면 이해가 휠씬 쉽다. 우리 창씩이처럼 호기심이 많고 배려남인 아이도 없다. 그냥 창씩이가 예쁘고 귀엽다.  다만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그 호기심은 앞으로 세상을 주름 잡을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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