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1일의 끄적임
작년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었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악마의 편집인 걸 알면서도,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M.net의 역작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스우파는,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댄스 씬에서는 이미 내로라할 크루들이, 우승컵을 거머쥐며 최고의 크루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아기가 있어 TV 보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고, 아이가 잠든 찰나의 시간 TV를 켜면 나오는 것들을 보는 수준인 내가 우연히 접한 스우파는 짧은 시간 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고, 나는 TV는 못 보더라도, 유튜브, 기사, 동영상 짤 등을 오가며 콘텐츠를 흡수했다.
스우파에 이어, M.net은, 올해,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를 준비하고 있음을 예고했고, 나는 현재 방영 중인 스맨파 또한 열심히 시청 중이다.
처음, 방송을 보았을 때에는, 춤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춤의 종류가 저렇게 다양하구나"
"몸이 저렇게 가볍다고?"
"저렇게 춤을 추면 어떤 기분일까?"
회차를 거듭하며, 댄서들의 춤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 느껴지고, 좋아하는 것들을 잘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deep 한 관심이 생겼다.
"무언가가 저렇게 좋을 수가 있나?"
"어떻게 저렇게 춤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좋아하는 걸 하면서 먹고사니 얼마나 좋을까?"
다른 사람이 춘 안무를 뚝딱 카피하는 그들이 신기했고, 춤과 구성을 만드는 것들이 너무나도 대단해 보였으며, 새로운 춤을 외우고, 그에 맞는 의상과 콘셉트를 준비하는 과정들은 하나하나 생동감 있었다.
함께 TV를 보던 남편에게, 연신 신기함을 토로하니,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댄서들도 우리 보면 많이 신기할 거야~
어떻게 저렇게 사무실에 오랫동안 한 자세로 앉아있지? 워드랑 엑셀은 대체 어떻게 잘하는 거지?
얼마나 신기하겠어~"
나름 10년이 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내가 과연 전문가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 "일할 때 과연 나는 행복한가?"라는 생각들을 번갈아가며 해 왔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볼 때, 무언가를 잘하는 신기한 사람으로 여긴다고 생각하니, 남편의 답변으로 인해 나는 괜스레 뿌듯해졌다.
나는, 하나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한 존경심이 일렁인다.
춤춘 것을 후회했던 순간, 경제적인 어려움들로 인해 춤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주변의 만류와 걱정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무너졌던 순간을 하나하나 버텨 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고집하고, 그것을 잘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가면서 자신들의 마음을 매번매번 다잡아 갔을 그들의 삶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내가 스우파를 좋아했던 이유는, 재미 이상의,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분야는 다르지만 나 또한 하나의 길을 꾸준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위로 사이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어제는 오랜만에 스맨파 본방을 보았다.
멋있는 그들의 손동작을 내가 따라 하니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아무리 그들이 부러워도 춤은 못 추었겠다는 결론을 내며, 오늘도 스맨파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