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구조를 분석해 봅시다!

2막 9장 ― 통사론 中 문장 성분

by CCCV 츠스쿠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남녀는 그저 배우라네.
― 윌리엄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이번 장에서는 모두가 싫어하는 언어학의 갈래이자, 현대 언어학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통사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장에서 간단하게 소개했지만, 통사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알아보죠.


통사론은 말 그대로 통사에 관한 학문입니다. 간단하죠? 농담은 넣어두고, 통사론의 다른 이름인 "구문론"을 보면 통사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구문이라는 단어는 「글의 짜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는, 문장의 구조라고 이해해도 되죠.


코딩을 하신 분들이라면 통사론의 영어 이름이 더 익숙하실 수도 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보셨을 신택스 에러syntax error, 한국어로는 구문 오류의 "신택스"가 통사론의 영어 이름이랍니다.


즉, 통사론은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학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문법'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죠. 하지만, 우리가 교육 과정에서 배운 학교 문법과는 약간 다르답니다.


현대의 통사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법과는 너무 결이 달라서, 관련 서적을 보면 이게 그래프 이론을 다루는 수학 서적인지 언어학 서적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랍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언어의 기반이 되는 문법을 밝혀내려는 시도일 뿐, 언어를 창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죠.


대신, 창언창안에서는 그나마 익숙한 학교 문법을 바탕으로 통사론을 기초부터 쌓아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와 주세요!


먼저, 어순입니다. 흔히 언어를 분류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용어죠. 어순이란 단어의 순서인데, 특히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순서를 말하죠. 주어/목적어/서술어는 모든 언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구조로, 모든 언어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장은 아래의 두 요소로 만들어진답니다.

나타내는 말

나타내지는 말

여기서 나타내는 말을 "서술"한다고 해서 서술어라고 하고, 나타내지는 말을 "주제"라고 해서 주어라고 한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나 예쁘다", "나 달리다" 같은 게 있죠. 그런데, 나타내는 말한테 "목적"이 필요한 경우가 있답니다. "나 먹다"를 보면, '뭘 먹는데?'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고, "나 주다"를 보면, '뭘 누구한테 주는데?'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죠?


이렇듯 서술어의 "목적"이 되는 말을 목적어라고 합니다. 그럼 아래의 예시를 보면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찾아볼까요?


철수 걷다
영희 죽다
영희 철수 죽이다
철수 영희 선물 주다
영희 철수 선물 받다


서술어 주어 목적어

철수 걷다
영희 죽다
영희 철수 죽이다
철수 영희 선물 주다
영희 철수 선물 받다

걷다 철수가
죽다 영희가
철수를 영희가 죽이다
선물을 주다 철수가 영희에게
받다 선물을 영희가 철수에게서


아주 쉬웠죠? 이렇듯 주어, 목적어, 서술어는 모든 언어에 등장하는 아주 기초적인 개념이랍니다. 어찌나 많이 등장하는지, 아예 줄여서 주어subject는 S, 목적어object는 O, 서술어predicate는 V(동사verb)로 나타낸답니다.


물론, 언어에 따라 셋의 순서가 달라지긴 하죠. 한국어는 눈치채셨듯이 SOV 어순이랍니다. 물론 접사를 붙이면 어순을 바꿀 수 있지만요. 영어는 SVO 어순의 대표 주자죠. SOV와 SVO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어순으로, 각각 전체 언어에서 40퍼센트 정도를 차치합니다. 다만, SOV가 약간 더 많죠.


그다음으로 흔한 어순은 VSO와 VOS로, 둘 다 10퍼센트가 안 되지만 그래도 둘 중에서는 VSO가 훨씬 많답니다. OVS와 OSV는 각각 1퍼센트도 안 되고, OVS가 더 많긴 하지만 둘보다 어순이 고정 안 된 언어가 훨씬 많을 정도로 둘 다 드물답니다. 그러니 언어를 만드실 때는 SOV나 SVO 중 하나를 고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렇게 주어, 목적어, 서술어 셋을 묶어서 문장 성분이라고 한답니다. 문장을 이루는 성분이란 뜻이죠.


먼저 주어와 서술어, 이 둘은 문장의 뼈대를 이룹니다. 목적어는 서술어의 뜻을 자세히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서술어의 임무는 결국 주어를 나타내는 것이니 목적어는 서술어에 딸려있죠. 반대로 주어는 중요하기에 서술어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답니다. 물론, 여전히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술어지만요.


당장 대부분의 언어에서, 명령을 할 때는 오직 서술어만 말한답니다. "먹어라!"처럼요. 서술어가 문장의 중심이니까요. 결국 말은 나타내기 위해 하는 것이니, 나타내지는 것은 덜 중요하기 마련이죠.


서술어는 스스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경우 다른 문장 성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때, 필요로 하는 문장 성분의 개수를 (서술어의) 자릿수라고 하죠.

0 자릿수(비인칭) 서술어(동사):
(비가) 내리다.

1 자릿수(자) 서술어(동사):
고양이가 잔다.

2 자릿수(타) 서술어(동사):
개미가 사과를 먹는다.

3 자릿수(이중타) 서술어(동사):
내가 개미에게 사과를 주다.

4자릿수(삼중타) 서술어(동사):
내가 개미에게 고양이한테 사과를 주게 했다.


이때 필요로 하는 문장 성분을 논항argument이라고 합니다. 굳이 필요 없는 문장 성분을 부가어adjunct라고 하죠. "자다"라는 자동사는 주어만 필요합니다. "먹다"라는 타동사를 보면 주어와 목적어라는 논항을 필요로 합니다.


만약 문장이 '낮에 뒷마당에서 개미가 사과를 먹었다'에서, '낮에'와 '뒷마당에서'는 모두 부가어입니다. "주다"라는 이중타동사도 봅시다. "주다"는 주어와 목적어와 필수적 부사어라는 논항을 필요로 합니다? 아니, 도대체 필수적 부사어는 뭐죠?


필수적 부사어는 한국어 문법에서만 쓰이는 용어로, 한국어의 학교 문법에서는 "-을/를"이 붙는 것만이 목적어, "-에게" 같이 다른 것이 붙는 것은 필수적 부사어라고 부른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모두 서술어가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 목적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니, 그러면 목적어가 여러 개라고요? 네, 목적어가 여러 개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대게 목적어에 번호를 붙이거나 직접/간접 목적어라고 한답니다. 차이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보통 문장이 위 예시처럼 단순하진 않잖아요? 조금 복잡한 문장을 볼까요?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으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복잡한 문장을 볼 때는 문장을 쪼개면 그 아래 구조를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답니다. 일단 결국 저 문장은 "사람이 많다"라는 문장이죠? 여기에 이 문장을 꾸미는 "마침내"가 있고, "사람"을 꾸미는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이 더해진 문장이랍니다.


이렇게 다른 문장 성분을 꾸미는 아이들을 수식어라고 합니다. 수식어는 문장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랍니다. 여기서 "필수적"이라는 것은 뜻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 말이 되는 최소한의 구조에 들어가는가 아닌가로 정해진 것이죠.


단순히 "사람이 많다"라고 하면 어마무시한 뜻이 사라지지만, 말은 됩니다. 그런데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예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위의 문장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침내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이 뜻을 능히 펴지 못한다)


위의 문장은 사실 문장 안에 문장이 들어가 있었던 거네요! 두 문장의 주어가 같으니 저런 식으로 합쳐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이건 한 문장인 걸까요, 두 문장인 걸까요?


"내가 달린다"처럼, 가장 단순한 문장은 하나의 서술어와 하나의 주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서술어가 필요로 하는 목적어도요. 이렇게 서술어가 주어를 서술하는 관계를 주술관계라고 하는데요, 한 개의 주술구조를 한 절節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서술어나 주어가 두 개 이상이라면, 절이 여러 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반대로, 주술관계가 없는 단어 뭉치를 구句라고 하죠. 단어가 뭉쳐서 만들어진 구, 절, 월(문장의 순우리말)은 그 자체로도 서술이나 수식을 할 수 있답니다. 아, 그러면 예시 문장은 두 개의 절로 이루어진 한 문장이었군요! 안의 절이 바깥 절의 주어를 수식하는 구조네요!


그러고 보니, 수식어를 제가 두 종류의 색으로 칠한 것이 보이시나요? 왜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정답을 알기 위해서는 품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답니다.


품사는 단어를 성질에 따라 나눠둔 것이랍니다. 전문적인 정의는 멀쩡한 문장에 빈칸을 뚫어 놓고 "이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들끼리 모은 것"이지만, 우리는 이미 한국어 모국어 화자! 본능적으로 각 품사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답니다.


품사는 크게 네 개로 나눌 수 있답니다.


먼저, 명사noun입니다! "나", "너" 같은 대명사나 "일", "이" 같은 수사도 포함이죠. 명사名詞는 이름대로, 이름名입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어떤 것에 붙인 이름이죠. 숫자에 붙인 이름을 특별히 수사라고 분류하기도 한답니다. 대代명사는 명사를 대代신한다는 뜻에서 붙었답니다. 말 그대로 명사를 대신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죠. 아래 예시처럼요.

영희가 철수한테 우유를 사라고 했어.
->
네가 나한테 그걸 사라고 했어.
(영희 -> 너, 철수 -> 나, 우유 -> 그것)

다음은 동사verb입니다. 동사는 행동動이나 모양, 상태 등을 "나타내는" 단어들입니다. 그래서 동動사인 것이죠. 그런데, 정의가 서술어랑 비슷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어순을 나눌 때도 SO"V"였던 것이죠. "예쁘다", "아름답다" 같은 것을 한국어 문법에서는 "형용사"라고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모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니 동사가 맞답니다. 형용동사라고 해도 되겠네요.


다음은 관형사adjective입니다. 관형사는 명사를 꾸미는 단어들이랍니다. 한국어에는 "새 옷"의 "새", "순 거짓말"의 "순" 같은 게 있죠. 영어 adjective의 번역으로 형용사를 쓰기도 하지만, 관형사가 더 걸맞는 번역이랍니다. 영어의 adjective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면 바로 이해가 되죠.


마지막으로 부사adverb입니다. 부사는 나머지 모두입니다. 뭐, 일단은 「동사나 관형사나 문장 전체를 꾸미는 단어」라는 정의가 있긴 하지만, 결국 위 세 개에 안 맞는 것들이 모여 있다는 분류라는 것은 똑같죠.


사실 감탄사interjection도 품사이긴 한데, 감탄사는 문장 안에 들어간다고 보기도 힘들 정도로 따로 노니 일단은 버려 둡시다.


어쨌든, 이렇게 단어마다 각각의 성질이 있어서 문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답니다. 이때 문장에서 맡는 역할을 "문장 성분"이라고 하는 것이죠. 품사는 모두 "사", 문장 성분은 모두 "어"로 끝나서 구분하기도 쉽답니다.

문장이 연극이라면, 내용과 의미는 대본이고, 문장 성분은 배역이며, 품사는 배우랍니다. 그런데, 배우는 특징에 따라서 보통 맡는 배역이 정해져 있잖아요? 선역을 주로 맡는 배우, 악역을 주로 맡는 배우, 개그 캐릭터를 주로 맡는 배우, 이렇게요.


위의 예시를 다시 볼까요?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마침내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못하는"은 동사지만, 여기서는 수식어, 그것도 관형어로 쓰였습니다. 관형어가 명사를 수식하는 문장 성분이란 건 아시겠죠? 마찬가지로, "펴지"는 동사지만, 여기서는 부사어로 쓰였죠. 부사어가 부사의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인 것도 아시겠죠?


또, "능히"는 명사 "능"에 "-히"가 붙어 부사어로 쓰이고 있네요. 마찬가지로 "나라의 말"에서 "나라의"도 관형어랍니다. 이렇듯, 품사는 변하지 않지만, 문장 성분은 쉽게 변하죠. 물론, 품사가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능히"를 하나의 새로운 단어로 본다면 부사일 것이고, "얼음"도 "얼-"에 "-음"이 붙은 것이지만, 새 단어로 보면 동사가 명사가 된 것이죠.


아차, 너무 길어졌네요! 그럼 이번 장은 문장 성분과 품사를 다룬 데에서 만족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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