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읽는 법을 알아봅시다!
묵음부터요!

영어의 발음법, 권5

by CCCV 츠스쿠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는 영국식 발음 (잉글랜드 남부 발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유는 권1의 2부 2악장을 참고해 주세요.

간주곡

지난 세 장에서는 영어의 기본 소리, 즉 음운론을 알아봤습니다. 이번 장에서부터는 진짜로 글자를 보고 소리를 알아내는 교육법인 파닉스phonics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 그전에 하나 확실히 하고 갑시다. 앞으로 이 단막극에서 사용할 영어 발음의 표기법이죠. 각 소리에 대한 정보는 외전 10장과 11장에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ㅏ = [a], ㅏː = [ɑː], ㅓ = [ə], ㅓː = [əː], ㅔ = [ɛ], ㅔː = [ɛː], ㅗ = [ɔ], ㅗː = [oː], ㅜ = [ɵ], ㅣ = [ɪ], ㅣː = [ɪː]

ㄱ = [g], ㄴ = [n], ㄷ = [d], ㄹ = [l], ㅁ = [m], ㅂ = [b], ㅅ = [s], ㅇ = [ŋ], ㅈ = [d͡ʒ], ㅊ = [t͡ʃ], ㅋ = [k], ㅌ = [t], ㅍ = [p], ㅎ = [h], (ㄲ = [g], ㄸ = [d], ㅃ = [b])

[j]: 반모음ㅣ, [w]: 반모음ㅗ/ㅜ, [r]: 혀를 입 가운데에 붕 띄우고 입을 둥글게 만 소리, [f]/[v]: 윗니와 아랫입술을 붙이고 사이로 바람을 내보낸 무성음/유성음, [θ]/[ð]: 혀와 이를 붙이고 사이로 바람을 내보낸 무성음/유성음, [z]: [ㅅ]의 유성음, [ʃ]/[ʒ]: 혀와 잇몸 뒷쪽을 붙이고 사이로 바람을 내보낸 무성음/유성음


그러면 이 표기들을 어떻게 합쳐서 표기할까요? 유명한 영어 단어들을 예시로 해 알아보죠.

폰phone: [fəwn] -> [fㅓㅜㄴ]
헬스health: [hɛlθ] -> [ㅎㅔㄹθ]
스프링spring: [sbrɪŋ] -> [ㅅㅃrㅣㅇ]
스트레스stress: [sdrɛs] -> [ㅅㄸrㅔㅅ]
티슈tissue: [tɪʃɵw] -> [ㅌㅣʃㅜw]
컴퓨터computer: [kəmpjɵwtə] -> [ㅋㅓㅁㅍjㅜwㅌㅓ]
프로그래밍programming: [prəwgramɪŋ] -> [ㅍrㅓwㄱrㅏㅁㅣㅇ]

각 표기를 어떻게 합치는지 감이 잡히셨죠?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건 한글로, 아닌 건 국제 음성 기호로 적으며, 각 글자를 합치지 않고 다 따로 분리해 적었네요. 저는 여러분께서 국제 음성 기호에 더 익숙해지셨으면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두 표기법을 모두 적어드리겠습니다! 점차 국제 음성 기호 표기에 익숙해지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하나 더! 이 단막극에서는 잉글랜드 남부 발음을 사용하는 만큼, 맞춤법도 영국식 맞춤법을 사용한답니다. 영국식 맞춤법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맞춤법과는 다른 점이 몇몇 있는데요, 차이점을 정리하면 영국식 맞춤법이 더 전통적이고 더 불규칙적이랍니다.


더 전통적이라는 것은 각 단어의 유래를 이해하기 쉽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현대 발음을 덜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죠. 그러니 이 단막극에서는 최대한 두 맞춤법에서 차이가 나는 단어를 예시로 사용하지 않으며, 그런 단어를 예시로 사용할 때는 두 맞춤법을 둘 다 사용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6부: 영어의 묵음 규칙

1악장 ― 맛보기

영어 맞춤법은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언제나 성립하는 일관적인 규칙이 몇 개 있죠. 바로 영어의 묵음 규칙입니다.


물론, 영어에는 다양한 묵음 규칙이 있고, 그중에는 일부 오래된 단어나 용어에만 적용되는 규칙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forecastle이라는 항해 용어는 [fㅗㅋㅅl]이라고 발음납니다. 또, {오 펜스}라는 뜻의 fivepence는 옛날엔 [fㅣㅍㅓㄴㅅ]라고 발음났죠.


이런 단어는 언어학에서 말하는 "모든 음운 규칙은 모든 단어에 적용되지만, 각 단어는 자신만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법칙의 좋은 사례입니다. 둘 다 자주 쓰이며 특수한 변화를 겪은 사례죠.


하지만 이런 사례는 영어 화자도 틀려보지 않으면 모르는 발음들이니, 굳이 우리가 이런 특이한 예외까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번 장에서는 거의 언제나 성립하는 묵음 규칙을 알아봅시다!


2악장 ― 영어의 역사

{기사} knight: [nɑjt] [ㄴㅏjㅌ]
{무릎} knee: [nij] [ㄴㅣj]
{칼} knife: [nɑjf] [ㄴㅏjf]

옛날엔 저렇게 kn이 단어 앞(어두)에서 등장할 때 k와 n을 모두 발음했답니다. "크나이트", "크니", "크나이프"처럼 말이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더 이상 발음하지 않게 되었죠.


'그럼 그냥 k를 그만 표기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영어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옛날 표기를 바꿀 수는 없어!" 라고 영어는 외쳤고, 그래서 지금도 옛날 그대로 표기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몇몇 단어는 kn을 그대로 사용해 표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여기에는 예외가 없어서 어두의 kn은 언제나 n처럼 발음하지만, 반대로 단어를 듣고 맞춤법을 맞추기는 힘들죠.


어두의 kn은 언제나 n으로 발음하면, 단어 중간의 kn은 어떨까요?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형태소 분석을 해야 한답니다. 형태소 분석이란 단어를 더 작은 단어로 자르는 걸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밤낮"을 "밤" + "낮"으로 분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weeknight처럼 week + night로 분해되면 kn을 kn으로 발음하지만, camiknickers처럼 cami(sole) + knickers로 분해되는 단어는 kn을 어두에 온 것처럼 n으로 발음한답니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영어는 외래어를 들여올 때 표기를 전혀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요, 한글을 사용하는 다른 언어가 극도로 적은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로마자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문자를 사용하는 영어는 외래어를 그대로 들여온답니다.


예를 들어, knish는 이디시어로 만두 비스무리한 음식을 부르는 단어입니다. 영어는 이 로마자 표기를 그대로 들여오며, 발음도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kn을 n이 아닌 kn으로 발음하죠. 물론 이런 예외는 굉장히 드물고, 마주칠 일도 없으니 신경 쓰실 필요도 없답니다.


한편, kn보다 좀 드물긴 하지만 어두에 gn가 올 때도 있답니다. 그나마 쓰이는 단어로는 gnarly {"좀 그런"}, gnome {노움}, gnaw {갉아먹다}, gnat {각다귀}, gneiss {편마암} 같은 단어가 있죠. 어두 kn과 마찬가지로 gn이 아닌 n으로 발음한답니다.


또, 굉장히 흔한 사례로 wr와 wh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아직도 두 소리를 둘 다 발음하는 방언이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죠. 옛날에는 이런 방언들이 더 흔했기 때문에 white를 "화이트"라고 들여온 거랍니다.


어쨌든, wr에서는 w가 탈락했습니다. 예시로는 wrong {틀린}, wrinkle {주름}, write {적다}가 있죠. 그리고 wh에서는 h가 탈락했습니다. 예시로는 wheel {바퀴}, whale {고래}, wheat {밀}이 있습니다. 그러나 wh 뒤에 입술을 둥글게 하는 모음(ㅗ, ㅜ)이 온다면 h가 살아남는답니다. 예를 들면 whole {전체}, who {누구}가 있죠.


과거의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외국어를 자국어의 맞춤법이 아닌 외국어의 맞춤법 그대로 적고, 영어는 참 웃기죠? 근데 이것만 웃긴 게 아니랍니다.


3악장 ― 영어가 아닌 영어의 역사

{암기법} mnemonics: [nɪmɔnɪks] [ㄴㅣㅁㅗㄴㅣㄱㅅ]
{익룡} pterodactyl: [tɛrədaktɪl] [ㅌㅔrㅓㄷㅏㅋㅌㅣㄹ]
{심리학} psychology: [sɑjkɔləd͡ʒɪj] [ㅅㅏjㅋㅗㄹㅓㅈㅣj]
{엄숙한} solemn: [sɔləm] [ㅅㅗㄹㅓㅁ]
{군림} reign: [rɛjn] [rㅔjㄴ]
{배관공} plumber: [pləmə] [ㅍㄹㅓㅁㅓ]
{의심} doubt: [dɑwt] [ㄷㅏwㅌ]
{섬} isle: [ɑjl] [ㅏjㄹ]

이 단어들은 모두 영어에서 유래한 단어가 아닙니다. 위의 셋처럼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아래의 다섯처럼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도 있죠. 그리스어의 경우와 라틴어의 경우가 조금 달라 나눠 설명해 볼까요?


그리스어 유래 단어의 경우, 소리 배치가 더 자유로운 그리스어의 맞춤법을 그대로 따랐지만, 그렇게 적힌 소리를 모두 발음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나 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일관적으로 가장 앞에 있는 소리가 탈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영어가 발음할 수 있는 소리 배치와 발음할 수 없는 소리 배치의 기준은 뭘까요? 이걸 알기 위해서는 꽤 긴 표를 외워야 한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영어 위키백과 "English phonology" 문서의 "Phonotactics" 문단을 참고하시면 되지만, 여기서 다루기엔 너무 길죠.


그래서 이런 것은 그냥 부딪히며 외우는 수밖에 없답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그리스어 유래의 단어들은 전문 용어가 대부분이기에 일상에서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거겠네요.


라틴어 유래 단어의 경우, 두 가지 경우로 또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olemn의 경우 후기 라틴어 sōlempnis -> 고대 프랑스어 solempne -> 중세 영어 solempne을 거쳐 solemn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p는 어디에 두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과거의 형태를 최대한 간직한 경우죠.


이런 경우 활용형에서 사라진 소리가 다시 나타난답니다. 마치 한국어의 "닭 [닥], 닭을 [달글]" 같은 경우죠. 예시의 solemn은 solemnity가 되면 [səlɛmnətɪj] [ㅅㅓlㅔㅁㄴㅓㅌㅣj]가 된답니다. 물론, reign처럼 활용형에서도 사라진 소리가 다시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다른 한 경우는 약간 화가 나는 경우입니다. 바로 구태여 사라진 글자를 추가하는 경우죠. 예시 단어의 역사들을 찾아볼까요?

라틴어 plumbārius -> 고대 프랑스어 plummier -> 중세 영어 plumber

라틴어 dubitāre -> 프랑스어 doter -> 중세 영어 douten -> 현대 영어 doubt

라틴어 insula -> 고대 프랑스어 isle -> 중세 영어 yle -> 현대 영어 isle.

모두 맞춤법이 변화하며 어느새 사라졌던 글자가 다시 추가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주 당연합니다. 지식인 계층이 자신들의 지식을 뽐내기 위한 지적 허영심으로 사라진 글자를 추가한 거거든요. '나는 라틴어를 이렇게나 잘 알지롱'하는 게 현대의 묵음으로 이어지다니, 화가 조금 나지 않나요?


심지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답니다. 영어 island {섬}, foreign {외국의}, sovereign {주권}의 경우 원래부터 s와 g가 없었답니다.

중세 영어 ey + land = iland

민중 라틴어 *forānus -> 고대 프랑스어 forain -> 중세 영어 foreyn

민중 라틴어 *superānus -> 고대 프랑스어 soverain -> 중세 영어 sovereyn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원 중 어디에서 s와 g가 나타날 곳이 없죠. 그러나 지적 허영심이 과도한 나머지 'isle하고 관련이 있겠지', 'reign하고 관련이 있겠지'라고 어림짐작해서 s와 g를 더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유행 때문에 현대의 수많은 영어 학습자들이 고통받고 있고요.


간주곡

이번 장에서는 영어의 맞춤법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면서, 맛보기로 묵음 규칙만 조금 다뤄봤습니다! 다음 장에서부터는 본격적인 영어 맞춤법을 다뤄보겠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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