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독립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의 부재를 극복하고 싶은 결혼이었다. 물론 그 안에 내 커리어의 토대도 쌓았고, 대학 학비도 갚았고, 아이 둘도 낳아 키웠다. 하지만 남편의 경제력에 기대어 퇴행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의식적으로는. 태생적으로 가장에 좋은 성격을 가진 남편에 기대어 평생 누려본 적 없던 안정을 누리며 행복했다. 그래도 안주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간호사도 하려했던 거고, 의대도 준비했었다.
남편은 계속 자기가 혼자서 연년생 토들러 둘을 우리 집에서 혼자 돌보고 가끔 시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애들을 다음 2년간 키울거라고 한다. 그런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그러나 나는 그 도움을 거절한다. 그 도움을 승낙하는 것은 다시 한번 퇴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온가족의 희생이 크다. 물론 내가 그런 도움을 승낙할 정도로 독기가 없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눈팅만 하는 스레드라는 플랫폼에서, 아이 하나를 태어나자마자 남편과 시터에게 맡기고 로스쿨을 다닌 엄마, 그리고 셋째 아이를 출산하며 의대 1학년을 시작한 엄마도 보았다. 하지만 나는 언어지연 첫째와 둘째를 맡아줄 시터를 고용할 경제력도, 가까이 사는 친정도 없다. 이 모든 걸 뒤로하고 혼자 가버릴 독기도 없고, 그것이 괜찮다고 느껴진다. 우리 가족은 이미 연년생 자매 육아로 녹다운이다. 여기에 그 이상의 스트레스 요인을 더하고 싶지 않다. 엄마로서 최선의 선택이고, 따라서 최고의 선택이다.
나는 요즘 어떻게하면 최대한 적은 빚으로 간호대를 졸업할 수 있을지, 혹은 빚 변제 프로그램에 해당 될 수 있을지가 큰 관심이다. 지금까지 혼자 가장의 역할을 묵묵히 맡은 남편을 위해, 그리고 나의 아기들을 위해,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위해 필수이다. 최대한 빚을 빨리 갚고, 어느정도의 돈을 모으고, 다시 우리 가족의 현재와 미래를 고려해 재계획하고싶다.
퇴행하면서도 뭔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안주하지 않으려고 나름의 커리어 계발을 한 것,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를 잘 다져 가정의 기반을 잘 마련한 나를 칭찬하고 싶다. 의대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길에도 좋은 일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렇게 청년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