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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의 면접 휴기

Alignerr와의 인터뷰

by 다시

지난주"얼라이너" 라는 회사의 AI trainer, Korean language 관련하여 인터뷰를 보았다. 재택 알바라 나에겐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나의 중구난방 이력서를 제출하고, 몇 가지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인공지능과 인터뷰를 보는 것까지가 1차였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고, 뭔가 의심스러워서 나는 인터뷰를 바로 보지 않고 남겨두었었다. 그러자 얼라이너는 꽤 주기적으로 나에게 인터뷰를 보라고 이메일로 리마인드 해주었다. 어떠한 채용담당자도 나에게 리마인드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나를 재촉하는 대상이 AI라니. 우선은 이 회사가 스캠인지 아닌지 확인부터 했다. 일단 레딧에서 검색해 보기로는 형체는 있는 회사 같았다. 생각보다 프로젝트가 별로 없어 돈 벌기는 어렵다는 말 정도. 인터뷰를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딱히 내가 노출한다고 치명적인 정보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밑져야 본전으로 인터뷰를 보기로 결정했다.


인터뷰는 두 번으로, 각각 15분씩 영어로, 그리고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인공지능이 내 이력서를 보고 무언가를 질문하면, 내가 대답하는 식. 들어는 보았지만 인공지능의 요약 능력은 대단했다. 나보다 더 내 말을 잘 요약해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딴 생각을 못하니 집중력이 엄청난 느낌이었다. 내가 횡설수설한 말들을 센스있게, 찰떡같이 알아들어준다기 보다는, 필요없는 내용을 쳐내고 중요한 내용만 짚는 똑똑한 모범생 같은 느낌이었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진도나가다가 삼천포로 한참 빠졌다가, 그래서 우리가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하면 바로 대답하는, 앞에 앉는 모범생 느낌. 모집 절차 중 1라운드라 그런건지, 내가 이 직업에 정말 적합한지가 궁금한 느낌은 아니었다. 주어진 시간 15분 내에 이력서 관련해서 최대한 많이 물어보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았다. 어떤 스킬을 쌓았고 무슨 경험을 했는지 더 자세하게 물어보는 질문을 했다. 답답했던 점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 화상이든 오프라인이듯 상대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데 (물론 이게 단점이기도), 인공지능과의 인터뷰는 그런게 없으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한편으로 편하기도 했다. 그냥 혼잣말을 조리있게 한다고 생각하고 15분 동안 열심히 떠들면 되는거였으니까. 다만 한국어 인공지능은 말하다가 질문이 끊기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신경질적으로 답변했다. 영어로 나에게 질문할땐 모범생이었다가 한국어로 질문할 때는 영 총기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오늘 뛰는 중에 무심코 체크한 이메일에서, 얼라이너에 합격한 것을 알게 되었다. 뛰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집에서 애기 재우고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집에와서 다시 검색해보니 영 믿을 만한 기회가 아닌 것 같아서 할지 말지 고민이다. 일단 얼라이너가 수주하는 프로젝트 자체가 별로 없어서 나한테 일할 기회가 생각보다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걸쳐놓는 의미에서 일단 한다고 해야하는 건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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