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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도, 나도 성장 중

여전히... 성장하는 엄마

by 다시

첫째가 벌써 다음 달에 돌이다. 믿을 수 없다... 예정일이 잘못 계산된 것인지, 3주 먼저 태어나 새벽 3시쯤 수면바지 입고 아기 낳으러 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꼬물거리던 신생아가 혼자 잡고 일어서기도 하고, 엄마~ 엄~마~ 부르는 돌쟁이가 되어간다. 하루하루는 길고 지루한데 1년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호르몬인지 뭔지, 이러다가 어느새 훌쩍 커서 집 떠나 카톡으로 겨우 연락하는 사이가 되겠지, 하면서 슬퍼지기도 한다. 아이는 빨리 1년 크는 새에 나는 빨리 늙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기가 자라는 것을 이렇게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한편으로 요즘 나는 모두와도 이야기하고 싶다. 하루 종일 말이 안 통하는 아이와 있다 보니, 말이 통하는 어른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말이 통하는 어른이라는 것이 얼마나 만나기 어려운 것인지, 이제는 알고 있다. 통하지는 않더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는 것만도 너무 좋다. 동시에!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 나가는 것도 힘들고, 나의 어수선한 집으로 누구를 초대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은 어수선한 집보다도, 어수선한 마음속이 더 문제인 것이지만.


어제는 우리 동네의 위험한 지역에 있는 중독 재활 시설의 테크니션 자리를 위한 면접을 보고 왔다. 만족스럽게 대답했는지는 모르겠고, 6월 출산인 것도 말했으니 실제로 이 자리에 합격할 가능성은 역시 적은 거 같다. 게다가 내가 일할 수 있는 오후 시간대는 근무 인원이 적은 시간대인데, 그런 시간대에 경력 적고, 문화적으로도 차이나는 나를 뽑을 가능성은 역시 적은 거 같다. 인터뷰를 기다리는 며칠 내내,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가서 나의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고, 그리고 일단 미국 사람을 만나 내 이야기, 어필을 하고 돌아온 것이 좋은 경험이라 마음에 든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집에서 혼자 있는 거보다, 일하는 어른들의 기운을 받고 돌아온 것이 뿌듯하고 보람 있었다. 오는 길에는 외식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돌아와서는, 거의 인생 처음으로 집에 있는 재료로 크림 파스타도 내 느낌대로 만들었는데, 맛있게 되어서 기분도 좋았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도 마시고, 견과류도 먹고, 커피도 연하게 마셨다. 유튜브 좀 보다가 자존감 있는 엄마,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본이 되는 엄마가 되기 위해 이렇게 브런치를 다시 켰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마침 아기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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