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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찾는중

무경력녀의 슬픔

by 다시

내가 생각해도 날 아무도 쓰고싶지 않을 거 같다. 내가 먼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헬스케어 쪽으로 준비했고, 딱히 알바다운 알바를 해본적이 없다보니 알바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게다가 임산부. 헬스케어쪽으로 하기엔 자격증이 없고, 스타벅스 알바를 하자니 5개월 후 출산 예정. 웨이트리스를 할만큼 대인 스킬이 좋지도 않고. 한국어 온라인 튜터를 해야할까... 오프라인으로도 지루한 내가 온라인으로 어떻게 덜 지루할 수 있을까.


일단 알바 찾기를 보류하고 원서부터 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절될 경력도 없어 경력단절녀도 아닌 나. 어깨가 구부정해진다.


오늘은 봉사하는 생명의 전화 같은 곳에서 커뮤니티 아웃리치가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초등학교에 있길래 다녀왔다. 거기서 알게된 피어 서포트 워커 라는 직업. 언뜻 찾아본 바로는 트레이닝에 드는 비용도 거의 없고 과정도 짧길래, 이프로그램 이수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룰루랄라 집에 갔다. 더 검색해보니 중독에서 회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직종이다. 나의 회복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추천서를 받아야 프로그램 이수 자격 조건에 해당. 요즘 한국 먹방 중독이긴 한데 이것도 자격 조건에 해당하나... 솔직히 무리인거 같다.


정말 다 때가 있다고 느껴진다. 초보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나이는 한참 지난 것 같다. 30대 중반의 다른 사람들은 많이들 어떤 경력이나 숙련된 기술/분야가 있다. 나의 숙련된 기술/분야는 타지 생활에 부적응한 상태에 적응하는 것이다. 적절히 무색 무취로, 있는듯 없는듯 살아가기. 남편과 잘 지내기. 미숙하고 느리게 육아하기. 탁월한 홈메이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별일없는 결혼 생활/가정 유지가 나의 기술이다. 중요한 기술이지만, 이력에 쓸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게다가 이건 남편의 역할도 있으니, 나만의 기술이라고 할수도 없다. 나는 언젠가 이력서를 가질 수 있을까. 정규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해서 문제인걸까. 집에서 조용히 딸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삶도 충분히 멋진 삶. 그거를 잘 감당하는거 정도가 나의 그릇일까.


인터넷 무료 사주 검색을 했을 때, 나는 화개살이 있어 외로움이 있고 종교인이나 혼자 글쓰는 사람의 사주라고 했었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꾸역꾸역 글 쓰고 있는 나를 보면 아예 틀린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쓴다는 글이야 고작 이 정돈데, 이런 글들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었다. 지금은 이런 별 의미 없는 글이라도, 기록을 위해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끄적이고 있다.


다음 스텝이 명확하지 않으니 이런 잡생각이 많아진다. 확실한건 어떤 방법과 결론으로든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 누군가는 너무나 바라는 나의 하루. 최대한 긍정적이고 산뜻하게 보내고 싶은데, 오지 않는 답변들을 기다리는 것에 지치고. 누가 보아도 승산없는 싸움을 하는 것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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