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그 도파민 중독 어미입니다.
일기 쓰듯 적는 이 조용한 브런치에 조회수 7,310이라니 무슨 일인가? 요 이틀 어안이 벙벙하다. 이틀 전, 과자 먹으면서 유튜브 보는 엄마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몸으로 방아 찧듯 아기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하다가, 놀아줄 레퍼토리도 동나고, 몸은 피곤하고. 아기는 징징댈 때, 과자 먹으면서 유튜브 본다는 이야기를 길게도 아니고 짧게, 단조로운 어투로 썼었다. 그럴 때 나오는 도파민에 중독된 것 같다고. 그 글에는 드라마틱한 결론도 없었고 전개도 없었다. 사진도 없었다.
도파민이라는 말 때문일까? 현재까지 그 글의 조회수가 7,310회를 넘었다. 어쩌다가 7,310명의 이목을 끈 것일까? 다음 웹사이트의 메인이라도 떴던 것일까? 아무도 모르는 내 브런치를, 검색창에 노출되도록 열심히 연구해서 쓴 것도 아닌데 어쩌다 몇 천명이 보게 되었을까? 찾아보니 신생 브런치 작가들에게 이런 기회가 어떤 경로로든, 계기로든 가끔 오나 보다. 여전히, 그런 기회가 나에게 어쩌다 오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나지막한 불량 엄마 고백을 무려 7,000여 명과 공유하게 되었다니 당황스럽다. 그 글이 그렇게 길지도, 재밌지도 않다 보니, 라이크 수는 평소의 글들과 별 차이가 없다. 내가 불량엄마라는 읊조림을 우연히 모종의 경로로, 불특정 다수 7,000명 정도와 공유하게 된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다. 더 성심성의껏 쓴 글들도 있는데, 역시 그나마 자극적인 제목들과 주제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나 보다.
그래서, 오늘도 과자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다만 초코파이, 허니버터맛 감자칩, 미니 프렛즐, 캐러멜 와플맛 과자? 까지 먹은 그날에 비해서, 오늘은 초코파이 1개와 사과 1/4쪽으로 나름 선방했다. 물론 점심을 좀 폭식하고 난 후라 덜 먹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고 군것질하고 나서 앉아있지 않고, 설거지하는 등 집안일을 더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기가 왜인지 낮잠에 늦게 들어서, 잠이 오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아기를 보행기 태우고 나름 더 질 좋은 상호작용을 해주었다. 육아 서적도 읽었다. 유튜브 보면서 과자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때로 보여주는 불량 엄마이지만, 최대한 빈도와 강도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싱거운 자기반성과 고백을 읽어준 7,000여 명의 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기 앞에서 유튜브 보면서 과자 먹는 일, 종종 있을 거 같은데요...^^; 그래도 계속되는 저의 더 나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여정을 가끔 들어와서 살펴봐주시고, 피드백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