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의대에 예치금을 넣다
지난밤, 합격한 의대에 예치금을 넣었다. 2천 불, 수수료까지 하니 2천50불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둘째 육아를 위해 유예를 하려고 해도 예치금을 넣어야 하니, 우선은 넣었다. 끝까지도, 완료 버튼을 누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학교를 가게 되면, 아마도 돌쟁이와 두 돌 아이,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남편, 그리고 은퇴한 시부모님까지 사막 한가운데로 가게 된다. 날 위해서. 나의 오래된 꿈을 위해서. 남편 직장에서의 조정이나 장학금 받는 것이 어려워지면, 이 의대는 입학할 수 없다. 그런 리스크가 있는데도 예치금에 이런 큰돈을 써야 하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되어, 바로 예치금을 넣지 않았다.
논의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우선은 어제, 예치금을 넣었다. 장학금 신청을 위한 시민권 서류도 작성을 시작했고, 퇴역군인 병원 봉사를 위한 신청서도 작성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2천 불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돈으로 아이들 학비에 저금했으면, 그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선은 보험으로 넣었다. 깔끔하게 우리 동네에 있는 의대에 올해 붙으면 좋겠지만, 현재까지 빠진 인원은 단 4명. 내 번호는 한참 뒤.
상의를 하다가, PA(의사 보조)가 되어 사업을 하면 공부는 적게 하고, 더 큰돈을 빨리 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제일 현실적인 길. 하지만 내가 사업하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빨리 공부를 마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이민자, 이방인 엄마로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왠지 하나뿐인 것 같다, 돈. 내 피부색, 내 모국어, 내 성격 등 나를 이곳에서 이방인으로 만드는 나의 타고난 요소는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노력하면, 연봉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의사보조가 아니더라도, 간호사가 되어 빨리 돈을 벌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 혹은 길더라도 원래 하고 싶던 의사가 되는 것. 전업 주부가 된다고 하더라도, 다 좋은 옵션들이다. 일단 안타깝게도 올해도, 고민하고 도전하는 해 일 것 같다. 먼 의대라는 보험을 두고, 옵션을 더 가지기 위해 우선은 PA 학교 지원에 필요한 시험을 신청했다. 간호대도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늘, 미국에서는 돈 빨리 버는 게 최고라고 나 스스로 말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내릴 기회가, 나에게도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우선 또 한 번의 입시를 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다. 지금부터라도, 효율과 전략을 택한다면 더 좋은 삶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대가리 꽃밭' 모드로 원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내년 이맘때쯤 어떤 선택을 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래서라도 이번 PA 학교 원서 제출에 열심을 내봐야겠다.
오늘은, 누군가와 너무 말하고 싶지만, 또 말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식사를 그럭저럭 잘 조절하다가, 이른 오후에 시리얼 반 그릇, 바나나 1개, 그리고 저녁을 1.5그릇이나 먹었다. 아기도 잘 돌보다가, 아기의 낮잠이 늦어지면서 내가 지쳐서 아기의 필요(알고 보니 우유였음)에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의대 예치금도 넣었고, 시민권 서류 작성도 시작했고, 지인의 출산 선물도 샀고, 피에이 시험도 등록했고, 봉사활동 서류도 작성 시작하고, 지난 일주일 머릿속에 맴돌던 과제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너무 잘하려 하며 미루지 말고 일단 무엇이든 완료하자.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