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뽑은 나에게, 핑크색 커피

돌쟁이 데리고 가느라 수고했다

by 다시

어제는 피검사를 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내가 너무 피곤하고, 아기가 작고, 임당 검사할 때 중간에 장 보느라 좀 걸어 다녔어서 혹시 임당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줬을까 걱정된다고 얘기했더니, 피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정상일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해보자는 눈치. 게다가 아무리 첫째를 돌본다고 해도 요즘 너무 피곤해서, 피검사를 좀 해보고 싶었다. 우선 오전 8시로 예약. 남편이 돌아온 후 갈까 생각했지만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서 오전으로 해버렸다. 유모차를 접어서 트렁크에 넣고, 무거운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다시 아이를 카시트에서 유모차로 옮기고, 피검사하는 병원에 가는 것… 이 모든 것이 힘들었다. 보상의 의미로 간식을 샀다. 봄을 완전히 보내기 전에, 핑크색 귀여운 폼을 올린 아이스 라테가 마시고 싶어서 주문했다. 생글생글, 밝은 목소리의 바리스타가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늘 하던 버릇처럼 ma'am을 붙여 대답했는데, 친절한 바리스타 분 오해하지 않았길...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고 제가 그냥 실수했어요.


실수로 카페인 있는 버전으로 시킨 체리 폼 라테와 치킨 할라피뇨 포켓? :) 표시가 너무 귀엽다.


피검사는 아주 빠르게 끝났고. 결과는 정상. 적혈구와 크레아티닌이 아주 약간 정상 범위보다 낮긴 하다. 그래도 검색해 보니 임신하면 있을 수 있는 수치.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갑상선 수치도, 걱정했던 혈당도, 다 정상이다.


한편으론 답답하다. 그렇다면 왜 이리 피곤한가… 오늘도 3시-5시까지 자고 1시간 누워있었는데 오후 11 시인 지금 벌써 졸리다. 예전 같았으면 새벽 3시까지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노화라서 그런 것도 있고, 연년생 임신이라 그런 것도 있고, 만삭이라 그런 것도 있겠다. 그래도 너무 힘들다. 나는 지금까지는 몸이 아프고 체력이 달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출산 예정일인 6월 초까지 너무 길게 느껴진다. 이 체력이 출산 후에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체력으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딸 둘도 키울 수 있을까. 지금 보단 나아지겠지? 확실한 건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정상이더라도 여전히 피곤한 환자들의 답답함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래도 정상 범주인 내가 이렇게 피곤한데, 갑상선 등 문제가 있어 만성적으로 피로하신 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피로한 것인지, 상상도 안 간다.


아니면 내가 전업주부라 남편 퇴근 후 쉴 수 있어서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 직장인이었으면 생활이 잡혀있으니 뭐가 좀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임신한 상태로 돌쟁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고된가도 생각한다. 아이가 이제 조금씩 서기 시작한다. 누가 웃으면 코를 찡긋 거리며 웃음도 따라 하고, 자기가 물을 먹고 싶을 때만 먹으려고 하고 (우리가 물을 주면 안 먹음), 부스터 시트도 싫어한다. 점점 자아를 표현하는 아기. 티슈를 뽑는 등 손이 더 가는 아기. 나는 그저 누워있고 싶은데, 천방지축이고 말이 안 통하는 아기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의사보조 시험 준비는 엄두가 안 난다. 아기를 돌보지 않아도 될 때는 그저 최선을 다해 몸과 머리를 쉬게 하고 싶다. 그리고 연년생 육아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싶다. 긴장 상태로 막달을 보내고 싶지 않다. 시험을 미뤄야 될지 생각 중이다. 내일은 퇴역 군인 병원 봉사 관련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1년간 두 딸 육아 잘한 다음, 그 장학금 받아서 의대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큰 것 같다. 간호대 유예 관련 답장은 오질 않는다. 내일 전화해 봐야겠다. 입시가 끝난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 이 애매한 상태, 도대체 언제 끝나나. 저질 체력의 두 딸 엄마로 아기 키우며 의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냥 빨리 끝내고 돈 버는 게 성장일까. 우선 내일을 위해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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