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여전히 그 상태입니다
지인들에게서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도와줄 어른도 없이, 온 가족을 2년간 이사시키면서 까지 의대는 무리라는 조언을 들었다. 의사와 엄마는 병행 불가능하다는 말. 미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많은 시간과 케어가 필요하다는 말. 좀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오지랖이든 참견이든 나와 가족들을 생각해줘서 하는 말인 것 같아서 나는 별 말을 보태지 않았다. 나의 입장은 여전히 같다.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포기하기 어렵다. 동네 의대 대기자 명단은 변화가 없다. 이제 오리엔테이션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솔직히 대기자 명단의 변화를 원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후회도 남고 아쉽고, 자꾸 생각하면 우울해서 최대한 생각 안하려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냥 동네 의대가 안되면 포기해야햐나. 아니면 막장/내맘대로 살아온 김에 계속 막장으로 살아볼까. 제멋대로 사는 낭인에서 제대로 된 엄마, 딸, 며느리로 갱생할 마지막 기회인걸까. 사실, 장학금 신청 결과를 봐야 이 의대를 계속 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기에, 어떤 면에선 합격 결과를 받은 것도 아니다. 여러 사람 기다리게 하고 유예하는 선택을 많이 해서, 이렇게 대기자 명단에 들어가고 합격 아닌 합격을 받아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태에 처한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수술할 의사가 될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 힘들게 하며 의대 가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도 드는데, 포기하기는 너무 아쉽다. 그리고 계속 포기하는 삶을 살까봐 두렵다. 결국 완벽히 좋은 선택이란 없고, 좋은 선택이란 내가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고있다. 다만 최악의 결과를 비교했을 때, 의대를 포기해서 의사가 되지 않는 것과 내가 의사가 되는 과정을 버티는 동안 아이들과의 시간을 포기해서 아이들과의 나의 관계가 데면데면한 것을 비교한다면? 더 최악은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한 것일 것 같다. 물론, 의대를 포기한다고 저절로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더 최악의 경우는, 의대도 포기했는데 아이들과도 소원한 것이다.
어떤 결과든 좋은 결과일거라고, 마음을 지키고 신앙을 가진 자처럼 살고 싶다고 기도했다. 하지만 마음을 지키기가 참 쉽지 않다. 차라리 불합격이었음 선택지가 줄어들어 마음은 더 편할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복이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을 지키려 해본다. 나는 미지근하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이 시간을 겪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