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이었다. 이제 정확한 맥락도 기억이 안 나지만, 일본에서 여행 중에 시장에서 누군가를 만나러 육교의 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계단이 육교에서 분리되어 휘청휘청거렸다. 다행히 내가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오르던 계단이 덜덜 떨듯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데 무섭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한 주 뒤에도 비슷한 꿈을 꿨었다. 구글로 대충 검색해 보니, 긴장, 위기, 하려던 일이 좌절되거나 불안한 상태, 같은 의미라고 한다. 풀타임 엄마로 하고 있는데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의대 장학금 관련 해서 불안한 내 마음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겠다.
이제 19개월이 다되어가는 첫째와의 애착이 잘 되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헬스장 중에 내가 운동하는 동안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가 있는 곳들이 있어서 한 곳을 골라 얼마 전 회원이 되었다. 첫날 방문에서 아이는 내가 운동하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번은, 운동을 하다 중간에 아이가 너무 울고 있다고 문자를 받았었다. 그래서 하던 러닝을 그만두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아이는 울고 있었고, 막상 내가 가서 안아주니 안심하는 것 같았다. 요 시기가 분리불안이 다시 생길 수 있는 시기라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여하튼 나와 떨어져 있다가 다시 봤을 때 화내거나 모른척하지 않고 안심하는 것은 애착 형성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하지만 둘째를 봐줄 때 혼자 놀고 있는 첫째를 보고 있으면, 갑자기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첫째는 자기 목욕물에 내가 손 넣는 것도 싫어하고, 자기 영역이 확고한 편인데, 그런 성향이 나의 부주의나 연년생 동생과 관심을 나눠야 해서 생긴 것이 아닐까, 지금 와서 해봐야 쓸모없는 걱정들이 올라온다.
둘째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분유를 먹고 토한다. 분유를 바꿔볼까도 생각 중이다. 이제 4개월이 다되어가니, 역류가 멈출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나의 옷은 둘째의 상아색 분유 토 자국으로 가득하다. 사탕같이 예쁜 나의 둘째이지만 실컷 먹여놨는데 토하고 끙끙대며 성질부리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모두가 자는 이 시간, 조용한 이 시간, 소중하다. 사실 간식 먹거나 유튜브 보면서 낭비한 시간도 많다. 하지만 오늘 본 책에서, 멘토 같은 역할의 등장인물이 주인공에게 시간 관리에 중요성을 말하는 것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는 것, 의대 입시를 한 것, 간식 먹는 것, 순간의 선택들은 다 대가가 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의 흐름처럼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남은 시간이라도 더 의미 있고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다. 책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을 이미지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에게 일어날 일은, 그림으로 떠올릴 수 있다. 약혼자와 자신의 그림이랄지, 풍경이 그려지지 않아서 그녀는 파혼한다. 로스쿨도 포기한다. 내 상황에 대입해 봤다. 내가 의사인 그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불안해진다. 하지만 장학금 신청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마음이 편해진다. 계단을 다시 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