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살아진다

솔로육아 다시 시작

by 다시

2.5주간 시아버지가 와주셔서 한동안 오전시간에 첫째만 돌봐서 편했다. 어른과 같이 지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두 딸이 할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는 기회였기 때문에 의미 있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난 첫째 딸에게 우유를 주고, 좀 놀아주다 아침을 주고, 공원에 나가 놀다가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 와 점심을 먹는 일상이 다시 시작됐다. 이 모든 일정에 동행하며 자주 방치되는 둘째에게 미안하다. 다만 오늘 첫째는 낮잠을 거부했다. 왜일까. 너무 각성되었던 걸까? 좀 더 피곤하게 해 줘야 되나 하고 침대에서 놀리다가 아기가 떨어져서 입에서 피도 나고.. 육아는 달콤 살벌하다,


그래도 도서관 같이 다니는 다른 학부형들이랑 이야기 나누려고 하고, 우연히 교회 분들도 만나고, 다행히 남편이 집에 일찍 오니 낮잠도 잤고, 좋은 하루였다. 해외에서 연년생 키우는 사람들 중에선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 남편 직장 유연하고, 집에 일찍 오고, 육아 참여도 높고, 도시 트래픽이 높지도 않고. 여하튼 오후에 도넛 간식을 먹어서 밥 적게 먹었다가 나중에 간식 폭식한 건 반성한다. 그래서 밤에 헬스장 가서 뛰었다. 그러는 김에 드라이브도 하고 돌아왔다. 원래 가던 코스를 반대로 가봤는데, 산 밑의 풍경이 보이면서 웬걸 풍경이 너무 좋아 감동했다. 못 봤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첫째는 요즘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곤 좀 듣다가 휙 등 돌려 가버린다. 오늘은 부스터 시트의 버튼 열고 닫는 것도 마스터했다. 봤던 사람에게 손 흔들며 인사도 하고, 여전히 바나나 간식을 좋아하는 귀여운 나의 아기. 기타 케이스 위에 앉는 나의 아기. 둘째는 역류가 좀 덜해진 것 같고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다. 귀엽다.


나의 귀여운 두 아이들. 눈에 넣으면 아프겠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요즘. 그래도 밤에 찾아오는 약간의 공허함과 엄청난 피로함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왠지 이 경험이 나에게 너무 중요해서 이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는 앞으로 공감대가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다. 외로운 인생. 짧은 인생. 그 인생에서 내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해야 할까. 언젠가 커서 내 둥지를 떠날 나의 아가들. 실은 의대 장학금을 위해 군 장학금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아 그만두었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공허함에는 청춘이 끝났다는 생각, 인생의 사계절에서 뭔가 가을 초입인 느낌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다 열매를 거둘 시기이지만 나는 아직 뿌린 씨앗에서 싹이 안 난 상태.


사실 요즘 우리는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남편의 커리어를 위해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조용한 동네에서 애기 셋 낳고,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게 좋은가 싶다가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고 싶기도 하다. 내 공부가 발을 잡는다. 간호사로? 그냥 한해 더 늦추고 피에이로? 의대로? 고민이다. 가정과 육아는 참 무거운 축복이다. 오늘은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 한 편으로는,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딸들만 바라보며 살 수 있어 편하다고 느껴지고, 세상에 나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이력서나 데드라인, 조직 생활 등에 시달리지 않는 현재의 삶이 너무 편하다. 하지만 이 이유로 전업주부를 선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대학 졸업 당시엔 전업주부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늘 전업주부를 존중은 하지만 이해는 어렵다는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역시 오래 살아봐야 한다. 너무나 이해가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신경 쓰면 된다. 전업주부라는 옵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 다 장단이 있다. 그건 그렇고, 솔로 육아자는 내일을 위해 얼른 자야 한다. 내 눈앞에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며 사는 연습이다, 육아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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