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지나가겠지
점심때 주었던, 김 때문일까. 좀 더 바삭하게 구울까 생각하긴 했었는데. 점심에 준 김이 질기고 섬유질이 많아 아이한테 부담이 되었을 수 있단다. 여하튼 첫째는 낮잠 자고 일어나면서 토했다. 나는 환풍기를 크게 틀고 아기에게 줄 양배추를 요리하느라 아기가 우는 소리를 못 들었다. 엄청 큰 데시벨로 울면 아마 들렸을 텐데, 토하느라 힘들어서 크게 못 울었나 보다. 여하튼 아기를 데리러 들어갔는데, 시트에 까만 자국들이 있어 우리는 처음에 아이 기저귀가 샌 줄 알았다. 그러나 기저귀는 깨끗하고, 내용물을 좀 보니 구토였고, 김 때문에 까맣게 보인 것이었다. 실컷 씻기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히니 옷 입고 또 토하고. 아이는 내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를 않았다. 첫째가 조용하니 집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보통의 하루였다. 아침에 우유를 평소와 달리 두 컵을 주긴 했지만 그거랑 오후의 구토는 상관이 없다 (그 우유는 아이 주면서 나도 마셨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는 공원 가서 둘째 안고 첫째랑 미끄럼틀을 탔다. 아마 첫째는 그게 싫었을 것이다. 원래 둘째를 둘째 유모차에 놓고 첫째와 미끄럼틀을 타곤 했는데 그게 둘째의 안전에 위험일 것 같아 이제는 그냥 둘을 다 안고 타려고 한다. 어쩌자고 연년생을 낳아 이렇게 고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가 버거운 첫째, 난데없이 미끄럼틀 타게 된 둘째, 둘을 안고 다니느라 끊어질 것 같은 내 허리. 나야 내 의지로 낳았지만, 아이들이 서로에게 봉변인 존재가 되면 안 될 텐데 말이다.
첫째가 껌딱지처럼 나에게 붙어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동시에 새롭기도 했다. 둘째를 너무 일찍 가져서 첫째는 아빠랑 시간을 많이 보냈어서 인지, 엄마인 나를 더 좋아한다는 느낌은 없었었다. 근데 아빠가 둘째를 봐주어 내 품이 빈 것을 보니, 좋든 싫든 동생이 안겨있는 것보다는 자기가 안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걸까? 확실히 첫째와 내가 요즘 시간을 많이 보내어 관계가 좀 많이 회복된 걸까? 여하튼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첫째가 새로웠다.
오전에는 둘째가 터미타임 포지션에서 뒤집는 영상도 찍었다. 공원에는 좀 늦게 가는 대신 아이를 매트에 놓아서 좀 움직일 기회를 주었더니 끙끙 힘주며 배우는 것을 보았다. 기특한 것. 둘째는 난데없이 미끄럼틀 타고 하느라 무서웠어서 그런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코를 골며 잠들었다.
새벽부터 수고한 남편까지 잠들고, 나의 자유시간. 하지만 나는 첫째에게 줄 미음도 끓이고 싶고, 가능하면 두부도 계란에 부치고 싶다. 계란과 견과류로 달래 보았지만 결국 팝콘을 좀 먹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지만 집안일이 좀 남아있으면 뭔가 편하면서도 공허하고 무료하기도 해서 뭔가 먹는 것으로 해소하고 싶다. 먹는 것은 쉽고, 살에 닿는다. 아주 즉각적인 만족을 주기에 좋은 방법이고, 일단 몸을 물리적으로 채우는 것에서 오는 포만감, 만족감이 있다. 특히 오늘처럼 뛰기로 마음먹은 날에는, 뛰니까 좀 먹어도 되겠지 하면서 먹게 된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것을 고민해 봐야 되나. 한 8킬로 정도 빼야 정상 체중일 텐데, 늘 간당간당 과다 체중으로 살아왔는데 둘째 가지고 안 빠진 살이 있어 이제 곧 경도 비만이 될까 무섭다. 둘째까지 자고 나면 딴생각 안 하고 바로 잘 수 있게 최대한 많은 일과를 끝내놓으면 좋을 것 같다.
얼른 뛰고 와서 미음 만들고 자야겠다. 두부부침은 왠지 무리일 듯하다. 전업 주부, 엄마의 일상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두부를 부치거나 미음을 만드는, 아마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들로 차있고, 이렇게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갑자기 할 일들이 더 늘어난다. 오늘 아이가 일찍 자서 내일 일찍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내일 잘할 수 있을까. 당연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걱정하고 인상 쓰면서 일어나지만, 사실 막상 일어나면 하루는 잘 지나간다. 자녀들의 인생에서 아기인 기간은 아주 짧다. 더 예뻐해 주기만도 모자란 시간들. 힘들지만 최대한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