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다시 태어나다

거듭남...

by 다시

이번 한 주는 엄마로 다시 태어난 한 주였다.


온 가족에 감기에 걸렸다. 내가 아마도 핫요가 클래스에서 (뜨끈한 것이 세균 배양도 잘 될 거 같았음) 감기를 옮고, 그리고는 두 아이들에게 옮겼다. 결국에는 남편도 감기에 옮고 말았다. 다행히 열은 없고, 약간의 근육통, 기침과 콧물이 주요 증상이었다.


증상의 시작은 지난 목요일이었다. 전날 밤 목이 따끈 거리 더니, 아뿔싸.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남편은 회사에 가있다. 지금 남편이 집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내가 집에 남편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남편이 집에 온다면 남편은 영원히 집에 있게 될터. 남편 퇴근까지 일단 나 홀로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목도 따끔거리고, 콧물도 나고, 몸도 지끈 거리고... 하지만 아이들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누가 뭐라든, 밖이 어떻든 쑥쑥 자라는 나의 아기들. 그만큼 많은 요구들이 있다. 나와 아이들이 지지고 볶는 동안 결국 아이들도 감기 기운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밤, 아이들의 콧방울에 콧물이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남편이 오자 얼마나 반가웠는지.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온 남편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이미 육아도 직장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감당하고 있으니 더 해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다. 몸은 욱신거리지만, 머리 감기를 싫어하는 첫째의 괴성을 견디며 목욕을 시키고, 배고프거나 불편한 걸 못 참는 둘째 아기를 먹이고 안고 먹이고 안고 하다 보니 하루가 끝나 있었다. 아프면 쉬어야 되는 것 아니었나? 엄마 빼고. 엄마는 아파도 쉴 수 없었다. 물론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처절하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러고는 내가 기대해 왔던 주말 일정이 줄줄이 취소가 되었다. 중간에 장도 보고, 공원에 갔다 오고 하긴 했지만, 대체로 집에서 감기 걸린 4인이 연달아 재채기하고, 코 풀고, 짜증 내고, 한숨 쉬고, 울고, 답답해하고, 물 마시고, 하는 것의 무한 반복이었다. 오래된 연인들이 답답해하고 지겨워하면서도 정과 애틋함때문에 서로를 떠나지 못한다고들 하던데, 딱 우리가 그 짝이었다. 예전에 잘 안 맞는 운동화를 신게 되어 뒤꿈치에 계속 상처가 나는데도, 아프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의 한 달을 그 운동화를 신었던 기억이 난다. 양말 뒤꿈치에 계속 핏자국이 조금씩 있던 기억. 온 가족이 감기를 앓고, 힘들어하면서도 서로 계속 붙어있는 것이, 계속 상처를 내면서도 참던 그때 생각이 났다.


한 달 후 나는 엄청난 굳은살을 얻었고 그 뒤로는 피부가 두꺼워져 웬만한 긁힘이나 자극에 상처가 잘 나지 않게 되었다. 지난 며칠도 그렇다. 힘들든 아프든 어떻든 계속 우리 넷이 어떻게든 해결하고 살아가다 보니, 뭐랄까, 그냥 내 삶이 변했다는 것이 이제 정말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엄마가 된 지 2년이 다돼 가지만, 어제야 말로 출구도 쉼도 없는 엄마의 삶을 내가 받아들인 느낌이다. 탈부착 가능한 (아기들이 잘 때는 잊을 수 있는) 나의 역할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드디어 나의 일부로 받아들인 느낌.


엄마인 나에게, 앞으로는 또 어떤 긁힘들이 있을까. 때로는 딱지가 안기도 하고, 딱지가 앉으려 했는데 다시 생살이 드러나는 일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다시 허연 굳은살이 생기고 건조한 겨울날엔 흰 각질이 일어나 자기 존재감이 드러나겠지. 그렇게 강해진 살은 살일까 아님 아직도 상처일까. 일단은 딱지가 앉은 듯한 나의 엄마로서의 자의식을 잠재우고, 다시 올 월요일을 위해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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