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7. 승기답다. 뭔 이렇게나 심오하냐? 이런저런 말을 해도 결국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채널에서 소개할 내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겠지. 그렇기에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원하는 타깃을 모집하려 한다.
“승기야, 구독자 수는?
그리고 사람들의 피드백은?”
우리가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가 점차 증가한다. 승기의 예상은 적중했다. ‘적당한 전문가’는 잠재적인 고객을 우리에게 힘들이지 않고 제공하는 중이다. 기특한 녀석이다. 채널에 댓글을 다는 고객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누구라도 걸리면 된다는 식이다. 그나저나 요즘의 대한민국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살면서 이처럼 시끄러운 대한민국을 만난 적이 있었나 싶다. 특히,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을 비웃기나 한 듯, 각종 사기와 관련한 사건이 터지는 중이다. 특히, 승기가 당한 부동산 사기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일인데, 왜 그토록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데도, 대한민국은 사기꾼의 천국이 되어간다. 사기꾼의 배경과 연령대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20대부터 60대까지, 배운 자, 배우지 못한 자, 가진 자, 가지지 못한 자 등 대한민국의 모든 이가 사기꾼의 대열에 합류 중이다. 더군다나, 각종 사기 범죄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3만 건 이상 꾸준하게 증가한다.[169] 갈수록 암울한 대한민국 경제 상황으로 인한 팍팍한 살림살이가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시절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구적인 대한민국, 그 어떤 세대보다 공정과 상식을 기준의 잣대로 살아가는 청렴한 대한민국, 그리고 더는 절대적 빈곤이 존재하지 않는 부자인 대한민국. 이처럼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지표는 행복이 아닌 불행을 가리킨다. 도대체 왜?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난하고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절대적 빈곤이 당연했던 과거의 대한민국에서 사기 범죄가 더욱더 기승을 부려야 맞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은 시나브로 병들어 간다. 정답을 모르니 막을 수도 없다. 다음 세대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그래, 대한민국의 불치병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적어도 그곳에서 작은 오아시스를 만들어 숨 쉴 공간을 제공할 수는 있다. 물론 모두의 오아시스가 되기는 어렵다. 우리는 지금 그런 오아시스를 만드는 중이다. 우리만의 유토피아 ‘카테피아’를. 그렇기에 우현, 승기 그리고 내 역할은 중요하다. 병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손길이 간절한, 선량한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거라 확신해서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그들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 역할은 충분하다.
누구라도 걸려라.
너희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하리라.
8. 고속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 오랜만이다. 서울을 벗어나 또 다른 대도시를 향하는 게. 부산의 기억은 내게 강렬하다. 벌써 25년 전 일이다. 벌써 그렇게 흘렀단 말인가? 넓은 창문으로 들어온 불청객 햇빛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효상아, 머리 땜빵 보인다.
흑채 좀 뿌리고 오지 그랬어? 중요한 날인데.”
임 대표가 핀잔[170] 아닌 핀잔으로 내 아킬레스건을 건든다. 우현아, 흑채는 진작에 뿌렸다. 강렬한 햇빛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티도 안 난다. 그래도 흑채를 더 뿌리고 왔어야 했나? 신경 쓰인다. 원형탈모로 고생한 게 벌써 3년 차다. 500원 동전 크기만 한 머리 땜빵은 시가지 전투에서 폭격 맞은 도시처럼 어느 순간부터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한다. 원형탈모의 원인은 심한 스트레스 또는 면역력 저하라고 한다. 승기처럼 스트레스를 달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도 원형탈모라니! 탈모로 인해 반들반들해진 머리 표면을 나도 모르게 자꾸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이상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문지르다 보면 마음은 편안해진다. 원형탈모로 인한 신체의 변화가 오히려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다니. 특히, 글을 쓰다가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생각에 잠기면, 어김없이 손가락은 그곳을 문지른다. 처음에는 인지하지도 못했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발견한 후, 알게 되었다. 자꾸 문질러서 그런가? 50원 동전 크기만 한 원형탈모는 이제 500원 크기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래도 그 촉감이 주는 안정감을 끊기 어렵다.
스트레스로 얻은 원형탈모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도구라니.
자꾸 그곳을 문지른다.
문지를수록 커지는 원형탈모의 크기만큼
스트레스 또한 쌓인다.
스트레스를 쌓일수록 미끌미끌한 그곳을
만지는 횟수는 점점 늘어난다.
악순환의 무한 루프다.
그런데도
안정감과 바꾼 인생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단정한다.
도대체
말이야? 방귀야?
블랙 코미디의 주연임에도
정극 드라마의 주연이라 생각한다.
바름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스스로 바르다고 우기는 지구인이라서 그런가?
to be continued....
[169] 김해솔,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 사기범죄 해마다 3만건 이상 급증』,
파이낸셜뉴스, 2021.11.29.,https://www.fnnews.com/news/202111291722483195
[170] 핀잔: 맞대 놓고 언짢게 꾸짖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