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22. 카쿠르터로 카페는 훈훈하다. 채팅으로 서로 대화만 하다가, 다들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물론, 몇 명의 카쿠르터는 우리와 안면을 튼 사이다. 무언가 의심스럽다며, 사무실로 찾아와 눈으로 직접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연락해서다. 이들의 방문은 나머지 카쿠르터의 사기와 신뢰도를 오히려 높였다. 그들이 우리를 마주한 곳은, 비좁은 사무실이 아니었다. 이태원에 있는 럭셔리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이는 우현이의 생각이다.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와 단톡방에 있는 카쿠르터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서다. ‘후광 효과[178]’를 노린 전략이다. 그리고 우현이의 전략은 적중했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럭셔리한 인테리어 공간에서 우아한 클래식 음악을 곁들인 최고급 코스 요리까지 받은 그들이다. 예상치 못한 대우에 그들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린다. 감추려 해도 이들의 속마음은 그대로 드러난다.
“카테피아는 진짜다.”
23. 우리 셋도 이처럼 럭셔리한 공간은 처음이다. 급하게 이곳을 빌려서 카쿠르터를 맞이했다면, 처음 보는 광경에 우리 역시 흔들리는 동공을 감추기 어려웠을 거다. 일주일 전에 미리 방문해 사전 점검과 예행연습을 마친 상태다. 최고급 코스 요리를 먹어 본 경험은 우리 셋도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한 음식 정보와 예절을 외우느라 애먹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럭셔리한 공간과 음식에 어울리는 슈트도 여러 벌 제공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블루 고스트의 자금력은 실로 대단하다. 도대체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끌어올까? 블루 고스트에서 준비하는 사업의 규모를 도통 모르겠다. 하긴, 승기 말대로 월급만 받으면 된다. 무엇을 고민해도 내가 고민할 영역은 아니다. 우현이기에 이 모든 게 가능한가? 그럴지도 모른다. 나와 승기에게 이러한 기회를 누가 제공하겠는가? 돈이 썩어나면 그럴지도. 그럴 확률은 없다. 그렇기에 임 대표가 부럽고 고맙다. 여하튼, 몇 명의 카쿠르터와 이른 만남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의심에서 확신으로 변한다. 이제는 카테피아가 이들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임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단상으로 걸어간다. 시작이다. 드디어.
“안녕하십니까? 카테난조의 임우현 대표입니다. 우리가 드디어 만났습니다. 저와 카쿠르터가. 여러분은 기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크 서클이 허리까지 내려온 기분입니다. 설사 다크 서클이 허리까지 내려와 피곤함에 찌들더라도 저의 기쁨과 흥분을 쉬이 사라지게 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도 흥분했고, 여러분을 만나서 너무나도 기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카쿠르터를 보면서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카테피아는 진짜라고. 그리고 카테피아를 통해서 우리의 인생 2막이 펼쳐질 거라고. 카쿠르터인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그렇게 확신을 하십니까? 아니면 여전히,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해서 의심을 지니고 있습니까? 그렇습니까? 의심하십니까? 여러분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무상으로 활동비를 지급했는데도, 여전히 카테난조에서 진행하는 천상의 카테피아를 의심하십니까? 그렇다면,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실체를 확인해 이 프로젝트가 진짜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습니까?
카쿠르터, 여러분! 우리는 종교집단이 아닙니다. 실체가 있는,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엄연한 사업체입니다.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으라 강요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도 믿음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믿음이 부족해 믿을 수 없다고 강요합니다. 믿음이 부족해 우리가 이처럼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이처럼 힘들게 살고 있다고, 이 모든 게 우리의 믿음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산 죄밖에 없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죽어라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평생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이 사회를 만든 신은 도대체 누구의 편입니까? 도대체! 왜! 신은 우리처럼 가난한 자가 아닌 부자를 위해 존재한단 말입니까? 신의 실체가 부자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천상의 유토피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카테피아입니다.
신은 말합니다. 기도하라고, 구하라고, 그러면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기도만 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러한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카테피아를 처음부터 구상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저를 두고 야반도주했습니다. 그 후로 20년 동안 빚쟁이에게 시달렸습니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아버지를 찾아 대는 빚쟁이의 울부짖음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제발, 제발, 제발!! 누군가 제게 다가와 온정의 손길을 베풀기를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같이 신께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제게 손을 건네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외로웠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언제까지 이러한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저는 카쿠르터 여러분 앞에서 고백합니다. 마포대교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수만 번 기도했음에도, 나의 사정을 모른 척하는 신을 원망하며, 삶을 포기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는데도, 신이 제가 주신 답은 하나였습니다. 마포대교입니다. 그곳에서 삶을 포기하라고 벼랑 끝까지 밀어냈습니다. 그게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면 행복해진다고 거짓말을 일삼는 신의 정체입니다.
그때입니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나를 살리는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전화 한 통이 여러분과 저를 만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카쿠르터로 카테피아를 건설할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판단입니다. 앞서 말씀했지만, 우리는 종교집단이 아닙니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체입니다. 그렇기에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한 소설 같은 이야기로 여러분을 오도[179]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업에 참여할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 함께 성전을 만듭시다. 다 함께 태평성세를 누립시다. 바로, 카테피아에서. 여러분은 유토피아인 카테피아 성전의 시작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약속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것을 구하면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저를 살린 그 전화의 주인공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통해 우리가 진행하려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점치기를 바랍니다. 그럼 소개합니다. 블루 고스트 아시아 헤드 정호 님을”
24.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며 말하는 임 대표의 모두발언[180]이다. 정말 예상치 못했다. 임 대표에게 이러한 웅변력이 있었다니, 놀랍다. 그리고 임 대표의 이야기로 어안이 벙벙하다.[181] 그동안 빚쟁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심지어 우현이가 자살할 생각을 했다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상상조차 하기 싫다. 마포대교에 올라간 우현이를. 친구로서 너무나 미안해진다. 그렇게나 슬픈 녀석이 그렇게나 기쁘게 웃을 수 있었을까? 가끔은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런 너를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은 냉철한 승기를 닮았으면 했다. 정말로 부끄럽구나. 철이 없는 것도, 이기적인 것도, 부끄러운 것도, 모두 네가 아닌 나로구나.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승기보다, 다른 이에게 티 한번 내지 않고 버텨준 우현이 네가 백배 아니 천 배는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세상에 홀로 버려진 채 살아 간 거니?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살아줘서.
to be continued....
[178] 후광 효과(halo effect)는 어떤 사람의 특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그 사람의 다른 특성에 대한 평가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말한다. [출처: Bard}
[179] 오도 (誤導): 그릇된 길로 인도함.
[180] 회의나 연설 따위를 할 때 첫머리에 하는 말. [출처:국립국어원]
[181] 어안이 벙벙하다: 놀랍거나 기막힌 일을 당하여 어리둥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