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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Oct 20. 2023

Episode 14: # 개미지옥, 7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Episode 14:

# 개미지옥, 7화





28.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사무실은 시끄럽다. 모두 흥분한다. 광적이다. 그나저나 우현이의 말을 나만 이해 못 한 건가? 아무리 들어도, 레벨 2의 투자금을 미끼로 부자의 돈을 낚겠다는 소리로 들려서다. 사기를 치겠다는 건가? 사기를 치겠다고 했는데도, 다들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미친 건가? 승기 역시 힘찬 박수로 이 상황을 답한다. 그만 쳐라. 손바닥 부서진다. 그게 아닌가? 이 상황을 나만 오해하고 있나? 블루 고스트와 임 대표의 생각은 무엇인가? 하긴, 설마 투자자 앞에서 범죄로 돈을 벌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정신 나간 대표가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다. 내 귀가 이상한 거다. 내가 미친 거다. 그게 맞는 거다. 여기에 있는 모든 이를 미쳤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오늘따라 너무나 덥구나. 더워. 그래서 그런가 보다. 너무나 더워서. 더위를 먹은 거다.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다.

폭염으로 인한 찜통피해다.      


장대비가 40번을 넘는다.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다.      


모든 게 미쳐 돌아간다.

나 역시 미치는 중이다.


이는 누구의 탓인가?      


내 탓이냐?

네 탓이냐?      





29. 결국, 레벨 2를 달성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그래서 요즘 사무실은 시끌벅적하다. 임 대표, 승기, 그리고 이들의 지시를 받은 직원과 카쿠르터 간의 통화로 분주해서다. 요즘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임 대표와 승기가 도통 업무와 관련한 내용을 공유하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업무 내용 공유만 빼면 모든 게 예전 그대로다. 저번에 임 대표가 참여한 회의에서 승기만 언급하는 상황으로 대충 눈치는 챘다. 아마도, 경제특구지역을 시찰 후, 보여준 불안감이 원인인 듯싶다. 임 대표의 방문이 살짝 열렸다. 승기와 대화를 나눈다. 대화가 들린다. 일부러 열어둔 게 아닐까? 나 들으라고. 우린 친구니까.      



“승기야, ○○동, ○○동, 그리고 ○○동에서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에 매물을 사들여. 이 지역의 특징은 구획 상으로는 경제특구지역에 속하지 못한 곳이야. 정말 건널목만 건너면 경제특구지역인데,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어. 무 자르듯, 코앞에서 벌어지는 경제특구지역의 이익을 볼 텐데. 지금 부동산 사이트 확인하면, 관련한 곳에서 꾸준하게 매물이 올라와. 거주민은 혹시라도 이곳을 꾸준하게 어필하면 경제특구지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미련이 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 여하튼, 블루 고스트는 ○○동, ○○동, 그리고 ○○동에서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에 나오는 매물을 ‘에러’라 생각해. 그리고 부동산 버블이라고 확신하고.”     


“임 대표, 할 일은 뭐지? 카쿠르터에게 무엇을 전달해야 하지?”      


“카쿠르터에게 이곳에 나오는 매물을 전부 사라고 해. 승기야, 그리고 우리가 시세보다 비싸게 사준다는 소문을 내라고 해.”      


“임 대표, 그리고?”     


“공동명의로 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니, 관련한 매물을 구매할 때는 전부 회사 이름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해. 공동명의는 추후 진행한다고. 승기야, 그렇게 해야 소문도 빨라. 한 회사가 지역 매물을 지속해서 구매하고 있다고.”      


“임 대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해?”     


“아직 거기까지는 나도 몰라. 일괄적으로 지정한 이 지역의 매물을 사라는 이야기만 들어서. 곧 다음 일정을 알려주겠지.”      






30. 승기는 임 대표에게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직원에게 전달한다. 직원은 각 지구의 카쿠르터 대표에게 관련한 업무를 전달한다. 부동산 사이트로 임 대표가 말한 지역을 살펴본다. 아직은 블루 고스트가 말한 부동산 버블은 보이지 않는다. 관련한 지역의 매물도 많지 않다. 그냥 보통 수준이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블루 고스트가 틀렸다. 이처럼 조용한 지역에서 무슨 부동산 광풍이 불어 버블이 생긴다니. 더군다나, 경제특구지역이 아닌, 이러한 지역의 매물을 사는 게 무슨 득이 될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블루 고스트가 말한 이 지역에서 정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하니, 관련한 지역에 매물도 얼마 안 나왔어. 승기야, 소액 투자자의 피와 땀으로 모은, 그들의 종잣돈이 우리 투자금의 원천이야. 하지만,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곳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안다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네가 우현이와 말을 자주 섞으니, 한번 이야기하는 게 어때?”      


“효상아, 블루 고스트는 현재 가치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곳은 아니야. 앞으로 일어날, 100%에 수렴하는 정보로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이라고. 그 영역을 너와 나 그리고 임 대표가 판단한다는 게 어불성설[230]이지. 쓸데없는 걱정은 건강만 축나게 해. 지금 네가 하는 게 딱 쓸데없는 걱정이야. 안 들은 것으로 할게. 그리고, 네 불안감은 충분히 알겠는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카테피아를 완성하고 싶잖아,안 그래? 그러니 초 치는 소리는 그만해.”      



초 치는 소리라니? 객관적으로 이곳은 부동산 버블 지역으로 되기는 어렵다고 말한 건데? 모든 부동산 사이트에서 올라온 매물은 이렇게 적은데? 올라온 매물을 다 사들여도 20채 안팎이다. 그리고 상대방 의견에 찬물을 끼얹어 시베리아 기단을 형성해 분위기를 차갑게 만드는 네가 할 소리는 아니다. 나만 이 상황을 너무나 의심하나? 내가 이상한가? 나만 의심병이 도진 건가? 도대체 왜 나만 이 모든 게 가짜 같다는 말이냐!!     



“김 팀장님, 와! 정말로 모든 게 팀장님이 말씀한 대로예요. 관련한 지역에 매물이 폭발하고 있어요. 너도, 나도 집을 내놓고 있다고요. 어떻게 이처럼 변할 수 있을까요? 전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요!”      



행복의 탄성을 내지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승기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한다.      



딱, 3개월 걸렸다.      


시침과 분침과 초침은  

6시 6분 6초를 가리킨다.    

  

모든 의심은 기우였다.

블루 고스트는 신이다.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함은 그 눈이 가리어져서 보지 못하며

그 마음이 어두워져서 깨닫지 못하느니라. [231]






31. 구획 상으로 잘려, 아쉽게도 개발할 수 없는 지역을 우리는 ‘자투리’로 부른다. 경제특구지역의 땅값은 천정부지 치솟는다. 경제특구지역은 대부분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선점한 땅이다. 물론 반사적 이득을 보는 개인도 있다. 하지만, 그 개인조차 몇 년 전에 들어온 외지인이다. 경제특구지역에서 자투리로 이사 온 거주민과 대화한 게 떠오른다.      



“현지인은 거기 아무도 안 살아. 거기는 그린벨트 지역이야. 물론 말이 그렇다고. 그만큼 느껴지는 가치가 없어. 산간지역이니까. 누가 짐작이나 해? 울퉁불퉁한 지형과 군데군데 삐죽한 야산을 밀고 평야로 만든다는 계획을. 정말 아무도 몰랐지. 그것을 알았다면, 몇 년 전에 팔지 않고 버텼을 거야.”     


“대중교통이 있으니까, 조금 더 버티시지. 엄청난 돈을 벌었을 텐데, 아쉽네요.”     


“대중교통? 그런 것 없어. 거기는. 물론 마을버스가 있기는 했어. 아주 잠깐. 그런데 말이야. 마을버스가 떨어지는 큰 낙마 사고가 있었어. 당시에, 버스 기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아마도…… 7명은 중상 그리고 나머지 4명은 중경상을, 맞아 그랬어.”     


“그런 사고가 있었군요. 그런데 12명 인사 사고 큰일은 분명히 맞는데,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기는 한데요, 이게 그렇게 큰 사건인가요?”     


“당신도 외지인이니까, 12명 사고가 크지 않은 숫자처럼 느껴질 거야.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속사정 듣고 나면 완전히 생각이 바뀔걸. 그 지역의 등록된 세대주가 몇 명인지 알아? 7명이라고. 가구 수가 7개뿐이었어. 나를 포함해,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은 20명이던가? 아니다, 그 친구가 서울로 가버렸지? 그럼 19명이네. 그러니까, 19명이 사는 마을에서 11명이 사고를 당했다는 뜻이야. 버스 기사를 제외한 11명의 사고는 그 지역의 거주하는 사람 대부분 다쳤다는 소리야. 왜 이게 그렇게나 큰 사건인지를? 이제 좀 감이 와? ”     


“듣고 보니까, 큰 사고네요. 지역 언론의 취재로 한참 시끄러웠겠어요.”     


“언론? 하하하, 기사 한 줄조차 나지 않았어. 그래, 기자 코빼기도 보지 못했지, 그런데, 기사에 나지 않아서 억울하거나 그런 것은 없어. 세상이 흉흉한데, 우리 마을의 사건은 기삿거리로 별로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이미 우리끼리는 입을 모아 말해. 예견된 일이라고. 90%가 비포장도로야. 그리고 산간지역이라 대부분 아찔한 오르막길이고. 이번처럼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 관련한 조짐은 늘 있었지.”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럼 그 이후로 마을버스 운행을 어떻게 되었나요?”     


“말해 뭐 해. 그 후로 끝이야. 너무 위험하니까. 버스사업이 자선사업도 아니고. 그동안 정말 자선사업이었지. 19명을 위해 버스 정류장을 만들었으니. 마을버스도 사라지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이곳까지 개인차로 오거나 얻어 타거나. 그래서 우리끼리 회의를 했어. 7세대 모두 차가 있었지. 그러니까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마을버스 대신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하기로.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당번을 정해도, 급한 사정이 생기면, 다른 이에게 부탁하는데, 신기한 게 무엇인지 알아? 급한 사정은 늘 한 사람에게만 생긴다는 거지. 처음에는 모른 척했어. 정말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 그런데, 그게 아니야. 차를 바꾼 지 얼마 안 돼서 공유하기가 싫었던 거야. 이게 말이나 돼? 그렇게 큰 사고를 함께 겪었으면서 자기 차를 아끼는 상황이라니! 정말 인간은 아이러니한 존재야.”     


“정말, 그렇네요. 자기 가족도 사고를 당했을 텐데, 어떻게 그 와중에 자기 차를 아끼다니. 그래서요?”  

   

“그래서 결국, 대판 싸움이 났고, 그 이후로 끝났지. 각자도생이야. 각자도생. 지나고 보니까, 참 신기해. 그렇게 일곱 가구가 감정이 안 좋아 서먹해졌을 때, 외부인이 나타난 거야. 자기들끼리 펜션을 짓고 싶은데, 이 지역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그리고 꽤 비싼 가격을 제시했어. 지금 생각해 보니까 완전 헐값이네. 헐값. 그렇게 팔았지. 그 노다지를.”     


“경제특구지역이 꽤 넓은데요, 겨우 일곱 가구만 살았다는 게 참 이상해요.”     


“그래, 그 지역 엄청 넓지.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전부 야산이야. 물론, 그 경제특구지역에 있는 큰 산, 거렁산을 경계로 우리 쪽으로 일곱 세대가 살고, 그리고 반대쪽에도 몇 세대가 살았지. 혹시 아는 소식이 있어? 그쪽 지역도 우리처럼 팔고 나온 거야? 아니면 버틴 거야?”     






32. 이들을 포함해 자투리에 거주하는 많은 이는 여전히 기대하는 눈치다. 경제특구지역을 바로 보인다. 정말 눈앞이다. 그렇기에 이 지역의 부동산도 곧 오를 거라고. 하지만 물리적으로 어렵다. 이미 경제특구지역에 거주를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해서다. 앞으로 완공될 아파트 세대 규모만 고려해도, 아무리 새롭게 유입될 인구를 고려해도, 남는다. 충분히 남는다. 이는 구획 상으로 잘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자투리의 가격 상승은 어렵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성벽은 그들과 이들을 구분한다.      



블루 고스트의 전략은

개인의 심리를 자극해

군중의 힘으로 키운다.      



자투리, 4m 남짓의 2차선 도로 사이로, 걸어서 직진해서 5분, 딱 5분이다. 땅값이 10배나 차이 나는, 외적으로는 100% 같은 아스팔트를 밟는다. 자투리에 사는 현지인 처지에서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겨우 몇 미터 길이를 두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한다니.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일 거다. 블루 고스트는 자투리에 사는 현지인의 마음을 그대로 읽었다. 그리고 소문을 내었다. 특정 회사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고.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한다는 소문은 금세 퍼진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하지 않았나. 떠다니는 형태 없는 소문이 하나의 단단한 힘이 되어 현상을 이루어야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임 대표와 나 그리고 승기는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블루 고스트가 그리는 청사진을 믿고 따르는 게 전부다. 임 대표와 승기는 한 점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문제를 품고 삐딱한 시선으로 블루 고스트를 바라본 이는 나다. 소문을 낸다고 원하는 지역에 이처럼 매물이 쏟아질 거라 솔직히 예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다는 것도 충분히 의심스럽다. 자투리 지역까지 포함해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 없다는 사실을 현지인이라면 모두 안다.



블루 고스트는

이들의 상실감을 노린다.






33. 임 대표가 매입을 지시한 지역의 아파트는 준공 후 30년을 넘은 오래된 건물이다. 대한민국은 준공 후, 30년이 넘으면 재건축할 수 있다. 임 대표가 주목한 지역 아파트 모두 재건축이 가능하다. 다만,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재건축에는 관심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한 여유가 없어서다. 재건축한다고 거주하는 모두가 마냥 좋은 게 아니다. 물론, 새로운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은 모든 이의 꿈일지도 모른다. 새롭게 태어나는 아파트를 일반분양 가격으로 들어가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 재건축 아파트는 로또일지도 모른다. 그래, 감당할 누군가에게는 로또이다. 재건축을 위한 만만치 않은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다면. 추가분담금은 다양한 요소로 증가한다. 세계의 경제가 암울하다면, 재건축에 관련한 각종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추가분담금은 발생한다. 더군다나, 예상 밖의 사건으로 공사를 중단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금액의 몫은 올곧이 조합원이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분담금은 원금만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대출을 받아서 재건축을 진행하기에 관련한 이자도 상당한 금액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 상승은 대한민국 금리의 상승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그리고 현재, 소비자 물가도 미국의 금리도 내릴 기미는 없다.    


  

그래도,

욕심은 부려볼 만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그래, 당신이 어리다면.



to be continued....




[230] 어불성설 (語不成說): 말이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음.

[231]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 (주)한일문화사, 2016, 이사야 44장 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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