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34. 임 대표와 블루 고스트가 선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평균 연령대는 60대 중반이다. 선정한 지역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와 40대의 비중은 작다. 대부분 노인이다. 문화 시설은 둘째 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서다. 자투리는 젊은 사람의 먹거리가 충분치 않아 상권을 이루기 어렵다. 죽어가는 시골이다. 그곳의 아파트 시세는 1억이 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니다. 그런 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재건축을 상상하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그곳을 개발하려 않는다.
이는 정말
블루고스트의 신의 한 수다.
블루 고스트는 처음부터 그곳에 거주하는 30대와 40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들은 매일매일 바랐을 거다. 이곳까지 경제특구지역으로 선정되기를. 그래야, 그들도 꿈을 꿀 수 있어서다. 앞서 말했지만, 그럴 일은 없다. 처음부터 젊은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에만 집중했다. 카쿠르터는 그들의 집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면서 집주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말 억울하시겠어요, 바로 앞이 개발지역인데, 이럴 수 있나요? 무 자르듯, 이렇게 구획 정리하면 안 되지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 시골에, 울퉁불퉁한 쓸모없는 땅을 밀고 개발을 한다니요, 정말 당시에 소식을 듣고, 해가 서쪽에서 뜨는지 확인했다고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굳이 개발하려면 여기를 먼저 해야지요.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편의 및 문화 시설도 그렇고요. 거기는 정말 사는 사람도 없다고요.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맞습니다, 억울해서 잠도 오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집을 내놓았나요?”
“네 그렇죠, 눈만 뜨면, 건너편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로켓을 쏘아 올린 것처럼 오르는데, 이곳은 아시지요?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 같네요. 이러니 어찌 여기서 살 수 있겠어요. 마음속 편하게 살라면 눈에서 멀어져야지요. 그래서 이사 가려고요.”
“맞습니다. 사장님,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획기적인 제안을 하려는데요, 일단 사장님이 내놓은 가격에 오천만 원을 얹어 거래하려는 데 어떠세요?”
“에끼, 이 사람아. 부동산에서 웬 헛소리하는 양반이 왔다고 하길래, 하도 궁금해서 직접 오기는 했소만, 어떠한 바보 천치가 아무런 호재도 없는 이곳에 오천만 원을 더 내고 사려고 합니까? 당신네 회사는 바보예요? 아니면 무슨 우리가 모르는 좋은 소식이 있어요?”
“사장님, 맞아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 그러니 오천만 원을 더 얹어서 사장님 매물을 구매하려고 하지요?”
“그게, 무엇인가요? 그러면 집을 안 팔고 버텨도 된다는 소리인가?”
“하하하, 사장님, 아쉽지만, 사장님이 원하는 이 지역까지 확장해 개발한다는 소식은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요. 다 아시면서, 괜스레 욕심낸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렇네요. 그러면, 도대체 무슨 소식이길래, 이렇게 정신 나간 가격에 거래한다는 소리인가요? 아니, 돈을 더 준다는데, 사기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말 좀 해보세요. 네?”
“사장님, 부동산에서 말하기는 조금 그렇네요, 소문이 퍼지면 안 되는 일이라서요. 일단 고민을 해보시고, 거래하고 싶으면, 이곳으로 연락해 주세요. 부디 신중한 선택으로 인생 2막의 기회를 잡았으면 합니다.”
“농담이 지나칩니다. 오천만 원 더 받는다고 인생 2막의 기회라니요, 하하하,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그래서 고민 후에 연락 줄게요.”
35. 말은 업자가 들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선정한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10명과 이미 사전에 입을 맞춰 놓은 상황이다. 대략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가 50명 정도 된다. 50명 모두와 일하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블루고스트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한정된 수량으로 소비자를 자극하는 희소성 마케팅을 좋아한다. 카쿠르터 역시 이 방식으로 모집했다. 정호 님의 말씀 중, 뇌리에 박힌,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정말로 좋다면, 누구도 그것을 공유하지 않아요. 독차지할 수 있는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그것을 공유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까요? 그래요, 그것을 공유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좋은 게 아니거나 그만큼 소중한 게 아니거나 그것으로 돈을 벌려는 술수지요. 미치지 않고서야 남편, 아내 그리고 아이를 남과 공유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좋은 것은 독점하려 합니다.
좋은 것은 공유하지 않아요.
좋은 것은 절대로 퍼지지 않아요.”
솔직히, 홧김에 집을 내놨을 확률은 꽤 높다. 어차피 안 팔린다. 개발할 계획도 없는 매물을 누가 사주겠는가? 자투리에서 거주하는 젊은 세대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려는 미친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십중팔구, 다른 중개사에게 문의[232]한다. 자기만 이러한 제안을 받았는지, 혹시 사기가 아닐지, 궁금하니까. 하지만, 관련한 일을 아는 중개사는 없다. 이미 같이 일하는 10명의 중개사에게도 일러둔 상태다. 누군가 관련한 일을 물으면 모르는 일이라 답하라고. 그리고, 이 제안을 이들에게 둘도 없는 기회이니 걱정말라고. 그렇게 상담하라고. 어느 곳에서도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없다면, 보통 젊은 세대가 하는 다음 행동은 뻔하다. 인터넷 검색이다. 스스로 판단해 결정해야 하니까. 그리고 블루 고스트는 그 뻔한 행동으로 이어질 다음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 아파트 부동산 가격”
“경제특구지역 근처 시세”
“경제특구지역 관련 지역 개발계획”
“시세보다 높은 매물을 제시하면?”
“부동산 사기”
“카테난조”
무엇을 검색해도, 카테난조에 관련한 기사는 단 한 줄도 없다. 또한 경제특구지역 관련한 어떠한 정보를 뒤져도, 자투리를 개발할 계획은 없다. 그리고 민법상 가족이 아니라면,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는 예도 없다. 타인이 타인에게 이처럼 이상한 친절을 베푸는 상황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적은 없어서다.
민법상 가족의 범위
① 다음의 자는 가족으로 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② 제1항 제2호의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233]
36. 물론, 인터넷 검색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는 있다. 타인이 타인에게 비싸게 또는 싸게 부동산을 거래하는 예도 있어서다. 이를 ‘업계약 또는 다운계약’이라고 한다. 시세 조작 또는 양도소득세 인하를 목적으로 실제 거래액과 신고 거래액을 달리한다. 이는 불법이다. 그리고 불법은 범죄행위다. 블루 고스트가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순수하다. 그리고 투명하다. 임 대표, 승기 그리고 내가 속한 곳은 불법을 저지른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홧김에 내놓은 상실감의 울분이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벗어날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부동산에 매물 관련해 이야기 나눈 ○○○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결심이 섰나요? 우리에게 팔기로?”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도대체 정보가 없어서요. 현재 근무하는 회사를 검색해도 정보가 없어요.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하하하, 저희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조용하게 움직여요. 그래야,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기회가 오니까요. 그럼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혹시, 업계약입니까?”
“사장님, 그럴 리가요, 업계약이면, 실제 거래액은 사장님이 말씀하신 금액으로 거래를 해야지요. 아닙니다. 우리는 사장님께 실제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업계약은 100% 아닙니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회사가 아니에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네요. 아무리 뒤져도 이 지역 관련한 개발 소식은 없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왜? 시세보다 높게?”
“사장님, 관련한 이야기는 사장님이 결심이 서면, 그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번에도 이야기했어요, 인생 2막을 위한 첫걸음이라고요.”
“그래요, 인생 2막이라....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듣기만 해도 기분은 좋네요. 조금 더 고민 후, 다시 연락 줄게요.”
무엇이든지 처음은 어렵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첫발을 내디딜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도 걷지 않았기에 따라갈 발자국이 없어서다. 작은 용기를 스스로 만들기는 어렵다. 함께 걸어갈 동역자가 필요한 이유다. 블루 고스트가 우리 셋에게 작은 용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우리 또한 카쿠르터에게 작은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카쿠르터가 지금 이들에게 첫발을 내디딜 작은 용기를 불어넣는다. 카테피아 건설을 위한 선순환이다. 이는 선한 영향력이다. 그렇게 발자국을 만든다. 더는 외롭지 말라고. 더는 힘들지 말라고.
to be continued...
[232] 문의 (問議): 물어서 의논함.
[233] 민법 제779조,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