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 3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면접에 떨어질 때마다 같은 패턴이다. 정말 신경질 난다. 심지어 나이도 내가 더 많은데 자꾸 애 취급한다. 그래, 난 하고 싶은 게 없다. 월급만 주면 어디서든 일할 판인데 회사를 지원할 때 하고 싶은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가? 그것을 알면서도 매번 같은 질문하는 여자 친구가 밉다. 무시하지 마라.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쾌나 했다.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 전 과목 평균 97점으로 전교 4등까지 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남들 다 가는 보습학원에 보내주지도 않으면서 볼 때마다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어서 억지로 공부했다. 나름의 목표는 있었다. 전교 5등 안에 들면 아버지 얼굴에 성적표를 던지며 한마디 하고 싶어서다.



“도와준 것 하나 없어도 이만큼 했어요.

이제 공부 안 해요.

공고(工高)에 가고 싶어요.

더는 잔소리 말아요.”




남자답게 계획한 말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심정으로 아버지에게 토해내려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원자폭탄 투하로 원폭 피해를 받게 될 아버지를 상상하니 그렇게 기쁘지가 않아서다. 그리고 공업 고등학교를 진학하려는 이유가 단순하게 진학하면 공부를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다. 공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안 하면 그만이다. 아니다, 사실은 그게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성적표에 적힌 숫자를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뚫어지라 바라보며 그렇게 기뻐하는 아버지의 표정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만 보면 벌레를 씹은 표정이었는데 저렇게도 웃을 수 있는 양반이었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기쁘니 나도 좋았다. 맹자의 말씀이 떠오른다.



矢人豈不仁於函人哉? (시인기불인어함인재)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겠는가?

矢人惟恐不傷人, (시인유공불상인)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화살을 만들면서 오직 사람을 해치지 못할까 걱정하고,

函人惟恐傷人. (함인유공상인)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만든 갑옷이 관통되어 오직 사람을 해칠까 걱정한다.




인(仁)을 실천하려면 직업의 직무를 신중하게 고르라는 公孫丑(공손추)·상의 제7장 내용이다. 어진 사람도 직무에 따라서 사람을 해할 수 있어서다. 아버지는 나를 대할 때, 화살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일까? 갑옷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일까? 아니면 이미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아버지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 걸까? 결국, 내가 문제였나?



“자기야?

내 말 안 듣고 무슨 생각해?

자기야!! 또!! 또!!”




습관적으로 데이트 도중 나의 영혼은 갈피를 못 잡고 안드로메다 은하로 종종 피신해 의식의 흐름을 중단한다. 생각이 많은 게 아니라 애처럼 날 취급하는 엄마 같은 여자 친구의 잔소리가 싫어서다. 그렇다고 손으로 귀를 막거나, 귀마개를 사용해 여자 친구의 잔소리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신호를 강하게 보낼 용기는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게 남은 유일한 행운 이어서다. 조금 더 옆에 있기를 바라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선과 악은 하나로 공존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미운 행동은 어디에도 없다. 스스로 조작한 거짓된 환영일 뿐이다. 그녀를 악한 감정으로 대하기에 그녀의 모든 관심을 악하다고 느낄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 선(善)과 악(惡)을 공정하게 구분할 수 없다. 보이는 것만 전부라 생각하는 미련한 동물 이어서다. 상대방의 악함을 느꼈다면 본인이 악해서다. 정말 선하다면 악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서다. 그렇기에 선과 악은 동시에 공존하지만 서로 충돌해 다툼과 갈등으로 번지기 어렵다. 우리가 선이라 믿고 있는 수많은 상념은 상대방에게는 악 일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각자의 악을 선이라 믿고 살아가기에 다툼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선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대상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매사에 부정적인 그녀의 행동과 말투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더 혼나기 전에 정신 차리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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