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도봉산? 나도 갈래.
감성적 상상력이 풍부할 것 같아.
내일 아침 7시, 역 앞에서 보자고”
5. 그냥 던진 이야기에 행복한 표정으로 제안을 수락한다. 이상하리만큼 우현이는 다른 이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항상 불편하다. 그렇다고 친해지려 다가오는 손짓을 모른척할 만큼 사람이 싫지는 않다. 다만, 등산은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일정이다. 사진 동아리를 가입한 이유도 산을 타며 자연과 만났을 때의 다양한 감정을 사진으로 담아 당시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다. 문제는 다른 이와 산을 타면 페이스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또한, 산을 탈 때만 느낄 수 있는, 올곧이 몸과 대화하는 다양한 고통을 즐기기 어렵다. 무엇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물을 내 시간으로 만나기도 어렵다. 등산의 목적이 사람과의 친목 도모가 아니었기에 우현이의 관심은 불편하다. 혼자서 산을 타는 행복을 방해받기 싫다.
“우현아, 산 타는 게
익숙지 않으면
도봉산은 힘들 수 있어.”
6. 넌지시, 거절의 표현을 돌려서 말했지만, 우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물론, 혼자 가고 싶은 마음에 우회적으로 말했지만, 도봉산은 정말 힘든 코스다. 그래, 고생을 해봐야 우현이도 느낄 거다. 십중팔구, 오늘 너의 행복한 상상은 괴로움의 결과를 맞이하리라. 그나저나 우현이뿐만 아니라 많은 이가 내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다. 언어 소통의 문제가 있나? 심리학 교양 시간에 교수님께서 말씀한 ‘조하리의 창’[24]이 불현듯 떠오른다.
7. 나의 대화방식은 ‘숨겨진 창’에 가깝다. 이 영역에 속하면 자신은 알고 있는 성향을 남들은 모르기에 의사소통의 오해가 일어난다. 또한, 비밀이나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숨겨진 창에 속한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특별하게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가 있는 걸까? 콤플렉스까지는 모르겠는데 남들과 공유하지 않은 비밀은 있다. 비밀은 누구나 하나쯤 있지 않은가? 공유하고 싶지는 않다. 비밀을 공유하면 때로는 약점으로 활용해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른 이의 소중함을 악용하지는 않겠지만 빌미[25]를 제공해 내 공간의 좌표를 노출하기 싫다. 달리 생각하면, 천성[26]적으로 사교성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교성이 없었기에 짧은 인생 무탈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모든 20대가 싱글벙글 활짝 핀 파리지옥의 포충엽처럼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영화 속에 슈퍼영웅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물론 내가 히어로라는 뜻은 아니다. 그냥, 숨겨진 창에 속한 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비밀이 있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우현아, 이제 죽었다고 생각해라. 도봉산에서는 그 어떠한 감성적 상상력도 있지 않아. 하하하.
“효상아,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다.
감성적 상상력이 이곳저곳에서
피어날 것 같아.”
8. 우현이 복장에 기가 찬다. 샌들을 신고 왔다. 샌들을. 거기다가 맨발이다. 맨발.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반기는 우현이. 30분만 지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는 우현이. 이런 차림으로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동네 뒷산도 아니고 초입부터 정상인 신선대까지 쭉 오르막길이다. 더군다나 신선대를 오르려면 미끌미끌한 화강암을 밟고 가파른 절벽을 타야 한다. 샌들로? 거기를? 아 정말 아서라. 아서. 중간에 마당바위의 평지가 있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오르는 길도 험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누군가와 산을 타는 게 싫었던 거다. 하산할 때는 Y 계곡의 아찔함을 즐기려 했는데, 우현이에게는 무리다. 이 정도까지 산을 타본 경험이 없는 줄 몰랐다. 죄책감의 밑물이 양심의 바다로 나를 이끈다. 복장을 어제저녁에 이야기해야 했었다.
“우현아,
샌들을 신고 등산하기 어려워.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이라
이곳저곳에 몸도 쓸릴 거야.
여름이라 벌레도 많고.”
to be continued....
[24] 러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이 공동 집필한 논문에 게재한 ‘조하리 창’ 이론은 타인과 자신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관계를 개선할지를 보여주는 분석도구이다.
[25] 빌미: 재앙이나 병 따위 불행이 생기는 원인.
[26] 천성(天性):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품.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 다섯 번째 경영전략 이야기]: VRIO 분석, VRIO FRAMEWORK 실전분석 PART 2
"잠실 본동에서 클로버 장사하면 잘 될까?"
VRIO 분석, VRIO FRAMEWORK 의
마지막 이야기네요.
SM process를 활용할 다음 동네는
어디로 정할까요?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는
두 남자(난조쌤과 김 과장)가
만들어 가는 경영전략 이야기입니다.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에서는
경영전략의 SM process와 비즈니스 영어를
접목해 다양한 관점으로
실무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각색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깊이로
진행하는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
영어공부와 경영전략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즐겁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MZ 세대인 김 과장과
X 세대인 난조쌤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