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도봉산 3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3-

# 도봉산 3화





“효상아,

정상에 둘시네아 공주가 나를 기다린다.

다 계획이 있으니 나를 따르라.”



9. 이미 신선대 정상에 도착해 세상을 다 품은 남자다운 표정을 지며 내게 말한다. 등산하지 말자는 소리였는데 내 의도를 못 알아들었다. 걱정하지 말란다. 다 계획이 있단다. 걱정을 왜 안 하냐. 초입 길에 문제가 터지면 내려오기나 쉽지.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려오기도 힘들다. 우현이는 내 생각은 안중에 없다. 요즘 지겨울 정도로 둘시네아 타령이다. ‘둘시네아 공주’는 돈키호테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28]의 인물이다. 돈키호테는 말,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하인이 기사가 되는 조건이라 생각했다. 농사꾼 처녀인 알돈사 로렌소를 사랑하는 여자로 설정한 후 둘시네아 공주라 칭했다.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돈키호테의 망상은 둘시네아 공주를 알돈사 로렌소와 관련 없는 완전한 허구의 인물로 만든다. 우현이는 지금 허상을 좇겠다는 건가? 돈키호테로 빙의한 네 모습을 보니까 바로 알겠다. 우현이가 책을 읽지 않는 게 분명하다.




“우현아! 우현아! 형은 네가 돈키호테처럼 열정적으로 대학 생활하기를 바란다. 돈키호테는 말이다. 용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라고 외쳤던 이 시대의 진정한 남자다! 포기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남자가 되어라. 마셔!!”



10. 얼마 전 선배와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때문인 것 같은데… 선배가 인용한 말은 돈키호테의 대사가 아니라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유명한 명언이야. 그리고 우현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선배는 동아리 내에서 유명한 ‘퀴터[29]'야. 더군다나 돈키호테가 되려면 먼저 정신이 오락가락해야 해. 마지막으로 너의 풋풋한 만용을 이해할 만큼 도봉산의 산행은 녹록하지 않아.



진정한 용기란 겁쟁이와 무모함의 중간에 있다.

-세르반테스-




11. 완벽하게 햇빛을 가리는 매쉬(mesh) 재질의 등산모와 냉각과 방수 기능을 지닌 상·하의를 착용 후 비가 와도 젖을 걱정이 없는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한 등산화를 신었다. 미끄럼 방지 기능도 빠질 수 없는 등산화의 장점이다. 혹시 날이 추워질지 몰라서 바람막이까지 챙겨 왔다. 누가 봐도 지금 난 산악인이다. 반면에 우현이는 딱 바닷가 놀러 온 차림이다. 주위 등산객이 우리를 바라보면 얼마나 나를 욕할까? 돈키호테 도전의 결말이 눈에 선하지만, 산에 볼일이 있으니 이 상황을 잠시 눈 감기로 했다. 우현이가 포기하는 순간까지 계획대로 즐기고 싶어서다. 나무와 세상이 대화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게 여기에 온 목적이다. 하여튼, 청년의 불끈한 힘을 느끼게 하는 위험천만한 도봉산을 우현이가 제대로 만나는 순간이 우리 여행의 끝이다. 빨라도 걱정이고 너무 늦어도 걱정이다.



“효상아. 안 더워?

딱딱한 등산화를 이 여름에 꼭 신어야 해?

넌 너무 팍팍해.

옆에 있던 감성적 상상력도 사라지겠다.”



12. 산에 대한 예의도 없이 바닷가 차림으로 쫄래쫄래 온 네가 감히 지적하다니 기가 찬다. 당장이라도 돌려차기로 너의 무익[30]한 옥수수를 날리고 싶구나. 빌어먹을 그놈의 감성적 상상력. 아니다. 빌어먹을 네 깐족거림. 예전에도 이 점을 고치라 그리 말했건만… 주위 사람은 우현이를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현이는 특정인을 희롱[31]해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아주 몹쓸 악마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정인의 대상은 선배, 후배, 동기 등 가리지 않는다. 누누이 말하지만, 그냥 미친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현이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놀림을 당해도 좋단 말인가? 나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밴드왜건 효과[32] 인지, 후광 효과[33]인지, 칵테일 파티 효과[34]인지, 제길...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우현이의 행동을 개의치 않으니 오히려 내가 이상한 것 같다.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떠오르네.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 [35]



to be continued...


[28] 허구(虛構): 소설·희곡 등에서, 실제로는 없는 일을 꾸며 내는 일. 픽션.

[29] Quitter: 일을 끝까지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사람, 금방 체념하는 사람, 꾀부리는 사람, 겁쟁이

[30] 무익 (無益):이로울 것이 없음.

[31] 희롱 (戲弄): 말·행동으로 실없이 놀리는 짓.

[32]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는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말한다. [출처:위키백과]

[33] 후광 효과(Halo Effect)란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할 때 그 일부의 긍정적, 부정적 특성에 주목해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주어 비객관적인 판단을 하게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출처:위키백과]

[34]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는 시끄러운 주변 소음이 있는 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자와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집중하여 잘 받아들이는 현상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런 선택적 지각이나 주의가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을 일컫는다. [출처:위키백과]

[35]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주)한일문화사, 2016, 야고보서 3장 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