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13. 천둥벌거숭이처럼 이리저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확률 싸움에 취한 너를 보니 아직은 걸을만한가 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확실하게 경험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36] 이제 곧 종아리로 시작해 허리까지 전해 오는 섣부른 판단의 찌릿함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이 다가오면 사람의 약점을 희화화[37]하는 너와 다르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단어를 전부 끌어와 진심으로 위로하마.
우리는 친구니까.
난 너랑 달라.
14. 우현이가 곧잘 따라온다. 우현이 그만 생각하고, 애초의 목적으로 돌아가련다. 나무와 세상이 대화하는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산을 타면 으레 정상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절경을 바라보며 육체의 피로함을 털어내는 자신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상을 하며 얼마나 빨리 정상에 도착하느냐가 목적이었다. 물론,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허벅지는 주인의 의지를 받들어 몰라보게 변한다. 이런 점은 좋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
굳이 힘들게 오르고 내리려고
산을 타는가?
15. 정상을 다다라 지난날의 상념[38]을 털어 버리고 심기일전[39]하는 마음만 산을 타는 목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적어도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래, 잠시나마 인간의 소음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오히려 정상은 인간의 소음이 그득한 공간이었다. 어느새인가 인간은 산을 도구로써 활용하기 바쁘다. 인간에게 돌아갈 집이 있듯이 바위, 흙, 나무, 꽃, 물, 바람, 공기의 쉼터가 산이지 않을까?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룬 아름다운 틀에서 인위적으로 발자취를 남기려는 온정주의 방식[40]이 얼마나 저열한지 인간만 모른다.
그때부터다.
산을 올곧이 느끼고 싶었다.
이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다.
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인간이 아닌 자연물로서.
16. 사진에 담을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하루아침에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우두커니 이들과 같은 자세로 한동안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를 감싼다. 귀를 쫑긋 세워 이들의 대화를 몰래 듣는다. 나무와 바람이 실랑이 중이다.
바람은 나무에 말한다.
“친구로서 말하는데,
네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 사치스러워. 언제까지 초록색 타령인데?”
나무는 지겹다는 듯 퉁명스럽게 반응한다.
“친구로서 말하는데,
내 스타일에 신경 좀 쓰지 마.
사치하고 싶거든? 언제나 초록색 타령할 건데?”
바람은 나무의 반응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바람의 큰소리가 나를 두렵게 한다.
“뭐라는데? 매년 너한테 말하기도 지겹다.
초록색 옷을 입겠다고? 쭉? 계속?
너 곧 실업자가 돼. 그럼 초록색 옷을 유지할 돈도 없어.
정신 차려라. 제발!!”
바람은 당장이라도 나무의 스타일을 바꾸려 한다. 화가 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바람은 마음을 추스른 후 차분하게 나무를 설득한다.
“나무야. 곧 가을이야. 여름이 끝나가고 있어.
너도 알지? 기온이 떨어지면 수분 공급은 어려워져.
곧 실업자가 된다고. 실업자가 되면 엽록소를 사들이기도
광합성도 어려워. 이제 형편을 고려해야지. 안 그래?”
바람의 따뜻한 조언에 감동한 게 분명하다. 나무와 바람이 만나서 아름다운 연주를 시작한다. 나뭇잎의 살랑거리는 소리로 산 전체가 흔들리는 기분이다. 아름다운 협연을 더 해 줄 연주자가 걸어온다. 성숙한 여성의 발걸음 소리다. 함박꽃이다.
“오래간만이네. 둘이 연주하는 모습.
나도 입 좀 맞춰 볼까?”
함박꽃의 단아하며 우아한 풀로랄 향의 바이올린 연주가 내 코를 찌른다. 이에 질세라 또 다른 연주자가 성큼성큼 뛰어온다. 듬직한 남성의 발걸음 소리다. 화강암이다.
“나만 빼고 너희들끼리만?
그럼 너무 섭섭하지.”
사향처럼 우직하지만 부드러운 화강암의 드럼 연주가 더해져 내 몸을 떨리게 한다. 그 어떤 관현악단보다 아름다운 공연을 눈앞에서 펼치는 중이다. 서서히 눈을 떠, 이들에게 흠뻑 취하고 싶다.
그래, 가을이 오고 있다.
한순간도 이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다. 부지런히 누르는 셔터 소리는 오늘의 공연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말한다. 하지만, 때가 되었다. 협연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효상아, 그만 좀 올라가.
더는 못 간다. 내려가자 제발.”
다음에는 무조건 바다다.
산은 정말 쳐다도 보기 싫다.
이곳은 감성적 상상력이 없다고.”
to be continued....
[36] 니콜로 마키아벨리,『군주론』,김운찬 옮김, 현대지성, 2021, p66
[37] 희화화 (戲畫化): 어떤 인물의 외모나 성격 따위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함.
[38] 상념(想念): 마음속에 품은 여러 가지 생각.
[39] 심기일전 (心機一轉): 어떤 동기로 이제까지 품었던 생각과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꿈.
[40] 온정주의 (溫情主義): 아랫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려 하는 생각이나 태도.
[비즈니스 영어작문공부& 경영전략을 동시에!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
사회초년생인 MZ 세대는
직장인으로 출발하는 게 좋을까?
개인 사업가로 출발하는 게 좋을까?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는
두 남자(난조쌤과 김 과장)가
만들어 가는 경영전략 이야기입니다.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에서는
경영전략의 SM process와
비즈니스 영어를 접목해 다양한 관점으로
실무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각색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깊이로
진행하는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
영어공부와
경영전략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즐겁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MZ 세대인 김 과장과
X 세대인 난조쌤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