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우갈량과 두리안 2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4:

#우갈량과 두리안 2화






6. 잘못 들었나? 선생님이라고? 수제자였구나. 내게는 왜 전수를 하지 않는 거냐? 나도 너의 수제자가 되고 싶다. 가입절차가 따로 있는 거냐?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 이제야 주위 사람이 우현이를 우갈량이라 부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렇다면 썸 타는 단계에서는 넌 무엇을 해야 하지?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지? 최선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잘 모르겠어요. 어렵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갈량 선생님. 제발 현명한 답변을 가르쳐주세요. 그나저나 한 번에 다 말하지. 왜 이리 감질나게 문답형으로 진행하는 거야? 이전에는 돈키호테 타령이더만, 오늘은 소크라테스냐? 소크라테스의 산파법[42]은 사람을 환장하게 한다. 전공 교수님이 자주 활용하는 고문이다. 답을 정해 놓고 피 말리는 질문으로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는 게 우리 교수님의 특징이다. 산파법의 특징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사실, 질문 자체가 무의미한 거다. 질문의 수가 늘어날수록 답변하지 못하는 학생의 부족함은 더욱더 드러난다. 빠른 결과만 원하는 제도권 사회에서 산파술을 통해 느긋한 과정의 즐거움을 알게 한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대화를 산파법으로 일관[43]하면 그곳이 어디든 다툼의 온상[44]으로 변할 수 있다. 우현이는 이를 잘 아는 것 같다. 우현이의 산파술은 누군가에게 우위를 점하고 싶을 때만 사용한다. 여자는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인가? 우현이는 입이 텁텁한지 혀를 날름거린 후 말을 이어간다.



“생각해야지. 답만 얻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 그래서 넌 아직 멀었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려면 네가 아닌 상대방이 그렇게 느껴야 해. 즉, 최선은 상대방의 기대를 넘어설 때 상대방이 전해주는 감정이야. 당사자 간의 동의 없이는 최선은 성립하지 않아. 알아듣겠어?”


“항상 여자 친구에게 최선을 다했어요. 형도 아시잖아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구나.”




7. 우현이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원래 이런 생각을 지닌 놈이었나?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오늘따라 다르게 보인다. 연애가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 가느다란 실을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써야 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연애란 말인가? 우현 선생님 더 알려주세요.



“쉽게 설명하면, 연애의 초기 단계를 생각해봐. 썸 타는 관계에서 사귀는 단계로 발전하려면, 넌 미친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야 해. 원래 모습으로는 기대 이상의 감정을 상대방이 느끼기 어려워. 시속 50km로 5시간을 달린다고 상대방이 노력한다고 생각할까? 무엇보다 5시간을 네 옆에 얌전히 있어 줄까? 결국, 3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해. 달려야 한다고. 미친 폭주 기관차처럼. 30분 안에 150km를 달려야 한다고. 30분 안에 상대방 감정의 변화가 없으면, 관계는 썸으로 끝나는 거야.”



우갈량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간다.



“썸 타는 30분의 기간을 남자가 정하는 게 아니야. 여자가 정하는 게지. 결국, 30분의 기간은 네 최선에 따라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거야. 네 경우는, 현재 사귀니까 30분의 시간은 끝났겠지.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야.”




8. 인간은 입만 열면 방정[45]을 떤다. 나 역시 인간이기에 거친 생각을 입을 통해 여과 없이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현이 역시 말이 많아 실수가 잦다. 도봉산 사건 이후로 말만 앞서는 놈이라 여겼는데 우현이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오늘따라 우현이가 낯설다. 그러고 보면, 우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관심이 없었다. 아니다. 보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질투가 났는지도 모른다. 부정하기 어렵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가 솔직한 표현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우현이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다.



“문제는 넌 폭주 기관차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기계가 과열돼 멈추지 않으려면 시속 50km인 본래 모습으로 반드시 돌아와야 해. 어차피 과열해 기계가 고장 난다면, 그 순간 이별이겠지. 본능적으로 남자는 다 알아. 그래서 서서히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반면에, 여자 친구는 어때? 섬타는 관계에서 느꼈던, 시속 150km로 미친 듯이 달렸던 과거를 본래 모습이라 생각할지 모르지. 그러니 체감이 큰 거야. 시속 150km로 아찔한 기분을 넘어서 위험하기까지 한 저돌성에 반했는데, 안전하다 못해 느려 터진 시속 50km를 경험하니 얼마나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겠니? 아마도 네가 고장 났다고 느끼지 않을까?”


“그렇겠네요, 형!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배에게 전하는 지루할 새 없는 이야기의 끝이 보여 아쉽기까지 하다. 우갈량 상담의 끝이 보인다.



“여자는 남자랑 달라. 서서히 타오르는 거야. 섬타는 관계에서는 방관자처럼 널 관찰했을 뿐이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관계니까. 썸이 지나야 비로소 타오르기 시작해. 관계에서 남자는 결과가 중요하다면 여자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우리와는 다르지. 그냥 다른 거야. 스스로 물어봐. 깜빡이도 없이 속도를 너무 빨리 줄이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서로 대화로 진지하게 풀어가려 했는지.”





9. 누가 봐도 서울 사람 같았던 자유분방한 사고와 파릇함을 연상케 하는, 싱그럽고 상큼한 시트러스 향으로 수많은 여자를 울렸던 우갈량은 청개구리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이 스스로 부정하고 억누르려고 하는 모습을 ‘그림자’라고 부른다.[46] 금지된 열매를 따려는 우현이의 모습은 어쩌면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려는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자는 온갖 말을 믿으나

슬기로운 자는 그 행동을 삼가느니라.[47]


to be continued....




[42]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산파술)은 지속적인 질문으로 상대방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43] 일관 (一貫):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태도나 방법으로 계속함.

[44] 온상 (溫床): 어떤 사물 또는 사상 따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

[45] 방정: 찬찬하지 못하고 경망스럽게 하는 말이나 행동.

[46] 로버트 그린,『인간 본성의 법칙』, 이지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 p384

[47] 대한성서공회, 『개역 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 (주)한일 문화사, 2016, 잠언 14장 1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