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승기 씨,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요즘 힘들어서, 승기 씨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서, 상사답지 못하게 투정을 부렸네. 상사로서 미안하네. 내가 승기 씨 좋아하잖아.”
13. 여자 친구의 삐침을 달래는 듯한 말투와 표정으로 승기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과장님은 승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듯하다. 승기가 빡빡해도 허튼소리를 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기의 화는 아직 누그러지지 않았다.
“과장님, 제게 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이생망이라면서요. 왜요? 사모님 몰래 담보대출받아서 주식 투자해 다 날려서요? 아니면, 당뇨로 그리 고생하면서 지금처럼 매일 술을 먹는 삶이 싫어서요? 아니면, 치고 올라오는 부하직원이 무서워서요?”
과장님이 담보대출로 주식 투자를? 당뇨가 있었나? 그나저나 이런 사실을 승기는 어떻게 알았지? 승기가 왜 그리 화가 났는지 모르겠는데, 과장님을 철이 없는 학생 다루듯 말한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승기에게 혼나는 학생처럼 보였다.
“승기 씨, 잘해보려고 그런 거야. 먹고살고자 그런 거라고. 승기 씨는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까, 모른다고. 이 중압감을.”
14. 넋두리처럼 늘어놓은 과장님 변명과 상관없이 승기의 대포는 참새를 잡으려 최선을 다한다.
“과장님, 술 그만 드시고, 귀가해 가족에게 사과하세요. 내 남편이, 우리 아빠가, 스스로 자기 삶을 망쳤다니, 끝났다니 한다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과장님, 이제 40대 중반입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요. 살아간 날보다 살아갈 날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는 뜻이에요. 과장님은 우리 세대보다 누릴 것 다 누린 세대인데, 뭐가 도대체 이번 생을 망쳤다는 건가요? 대출할 담보도 있었고, 돈을 다 날려도 술 마실 돈은 여전히 있고, 후배가 치고 올라와도 옆에서 과장님 하소연 들어줄 부하직원도 있어요. 이제 과장님 인생에서 3분 1을 살았어요. 최소한 인생의 4분 3 정도는 살아보고 이생망이라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적어도, 전 과장님이 부럽다고요.”
참새가 대포알을 맞아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게 눈앞에 보인다. 과장님의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승기 씨, 고마워.
내 생각이 짧았네.
그만 일어나지.”
15. 두리안을 처음에 접하면 암모니아 냄새로 가득 찬 화장실에 있는 느낌이어서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 두리안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기만두 맛 같다. 그래서 두리안 맛에 중독되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승기의 대화방식은 두리안을 먹는 과정과 비슷하다. 두리안의 역한 냄새가 특정인에게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먹기도 전에 두리안은 맛이 없다고 단정 짓는다. 문제는 특정인의 생각이다. 두리안 문제가 아니다. 또한, 두리안을 좋아하는 특정인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척한다. 최소한 과장님은 두리안 맛을 즐기는 듯했다. 승기의 대화가 어려워 이해가 가지 않으면 애초에 물으면 된다. 모든 관계에서 바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법칙이다. 그런데 그게 힘들었다. 무시당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생각해 보면 승기는 누구도 무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느꼈던 것뿐이다. 승기가 말하는 내용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인정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승기를 상대방을 무시하는 거만하고 오만한 놈이라 결론지었다. 전형적인 인지부조화[51]이다. 그리고 승기가 거만하고 오만하다는 증거만을 찾아 자기 합리화했다. 확증편향[52]이다. 하지만, 정말 상대를 무시했다면, 굳이 힘들여 대포로 참새를 잡으려 했을까? 우리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를 드러내 나를 깎아내려 말하는 게 아닌데도 보고 싶은 데로 승기를 판단했다. 이성적인 머리가 다가온다. 귓가에 속삭인다. 승기를 바라보는 내 문제라고. 이성적인 머리는 조언한다. 이제는 두리안 맛을 즐기는 한 사람이 되라고.
우리는 말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만 진짜라고.
상대방의 의도는 상관없다고.
우리는 모른다.
상대방이 우리에게 전하는
다양한 감정은
상대방의 감정과 상관없는
내 마음이라는 것을.
친절의 종류는 다양하다.
두리안의 맛을 즐기는 사람과
두리안의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16. 승기는 특정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판단해 예견하는 능력을 지녔다. 다만, 좋은 쪽이 아닌 안 좋은 쪽에 촉이 밝다. 그래서 주위 사람은 승기를 멀리한다. 우현이를 보자마자 그런 촉이 발동했는지 눈을 심하게 껌벅인다. 이번에는 승기의 촉이 틀린 거다. 우현이는 가장 아끼는 친구니까. 서로에게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될까 봐 불안하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기는 짧게 우현이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to be continued....
[51] 인지부조화는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하는 이론이다.
[52] 확증편향은 원하는 바대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해 판단한다는 이론이다.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는 두 남자(난조쌤과 김 과장)가
만들어 가는 경영전략 이야기입니다.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에서는
경영전략의 SM process와 비즈니스 영어를 접목해 다양한 관점으로
실무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각색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깊이로
진행하는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
영어공부와 경영전략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즐겁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MZ 세대인 김 과장과
X 세대인 난조쌤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