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는 말아 줘.
5. 우현이가 또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
“너희들한테만 주는 정보인데,
나도 힘들게 얻은 정보야.
특히 효상이 너 말이야.”
나를 위한다고? 하긴 대학 시절, 사생활에 관심을 둔 사람은 우현이뿐이었다. 고맙게 생각한다.
“우현아, 나를 위한다고?
진짜냐? 무슨 정보인데?”
우현이는 영업사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승기가 듣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를 주위에서 얻는다. 일단 들어보기는 하자.
“이거 아는 형님이 사업하는 아이템인데, 같이 투자하면 좋을 것 같아. 특별하게 우리가 뭘 하지는 않아. 투자만 하고 매달 이자와 3년 후 원금을 받는 거야. 일종의 회사채를 구매하는 거야. 알지? 채권?”
대화에 참여는 안 하지만 승기는 우현이가 올리는 자극적인 내용을 분명히 싫어한다. 승기가 드디어 참여한다. 우현이의 말을 검증하고 싶나 보다.
“우현아, 무슨 사업인데? 그렇게 좋은 정보면 이미 주위 사람이 다 투자하지 않았을까? 너와 우리한테까지 온 거라면 사업 자체가 리스크가 큰 것 아니냐? 저번에도 설레발치다가 와이프 몰래 모은 비상금 한꺼번에 다 날렸잖아. 기억 안 나? 볼드모트[57] 사건?”
6.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끄럽고 비밀스러운 사건이기에 우리끼리 볼드모트 사건이라 부른다. 3년 전으로 거슬러 가자.
“더는 바보처럼 고객사에 굽신거리며 살고 싶지 않아.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나 싶다.”
또 시작이다. 우현이의 술주정. 영업일이 힘든가 보다. 나와 승기는 선생질로 먹고살기에 우현이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우현이가 이럴 때면 안쓰럽다.
“우현아, 일이 많이 힘든가 보구나. 돈 버는 일이 쉬운 게 어디 있겠냐.
그래도 너니까 지금까지 참아낸 거야.
긍정왕, 우갈량 선생, 술 한잔 마시고 털어내시게.”
우현이가 우울할 때 우현이의 대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하면 좋아한다. 하긴, 그렇게 수많은 여자를 울리며 연애상담으로 제 돈 내고 밥 사 먹은 적이 거의 없었던 우현인데, 이렇게 살아갈 줄 꿈에도 몰랐을 거다.
“효상아, 맞아, 넌 알지? 나? 나 우갈량이었어. 긍정왕이었다고. 그런데 안 통해. 내 말이 먹히지를 않아. 각 부서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부장님은 영업량 채우라고 쪼아대고, 동료끼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하루하루가 힘들다. 이런 마음 꾹 참고 고객사 찾아가면 고객사는 물량으로 협박하고, 진짜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지? 나 돌아갈래. 긍정왕, 우갈량이었던 시절로.”
7. 아무 말 없던 승기가 우현이의 어깨를 다독인다. 우현이의 술주정은 비단 우현이의 이야기가 아니어서다. 우리의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목에 걸려 있는 사원증의 무게를 감당하려고 우리는 자존감을 멀리했다. 자존감을 멀리하여 맞바꿔 일군 현재의 성과가 그리 자랑스럽지는 않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아진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믿고 싶었다. 도망치듯 내 향기를 무거운 돌덩이로 꽁꽁 감아서 시커먼 저수지에 던졌다. 승기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승기가 말수가 적었던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입을 닫은 거다. 승기의 칼바람 같은 매서운 통찰력을 좋아하는 이가 없어서다.
몰라도 따라가고,
알아도 모른 척하고,
못 봐도 본 척하고,
봐도 안 본 척하고,
안 들려도 들은 척하고,
들려도 안 들은 척하며 살았다.
8. 대중매체에서 성공한 사람이 떠드는 따뜻한 말은 정말 듣기 싫다. 얼마나 세상 물정 모르고 떠드는 원론적인 이야기인가? 너희는 얼마나 좋으냐? 방송에 나와서 따뜻하고 건설적인 몇 마디 말만 떠들면, 너희의 말을 경청해 따라 하는 수많은 추종자가 생기니... 그게 다 돈 아니더냐. 그래, 부럽다. 부러워. 그렇다고 스스로 못났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 그렇게 살아간다. 너희가 이상한 거다.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누구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다. 누구는 그것을 몰라서 이처럼 사는 게 아니다. 당장, 나만 바라보는 가족이 있는데, 무슨 꿈 타령인가? 무슨 내 향기를 찾아가겠는가? 얼어 죽어도 자존감은 밥을 주지 않는다. 성공하지 않았다고 게으르게 살았다는 뜻이 아니다. 타인에게 기약 없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 밥벌이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너희는 너희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 세상에서
넘어갈 마음 없다.
서로 만나지 말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양천 대소[58]할 일이다.
to be continued...
[57] 영화 해리 포터의 등장인물로 해리 포터와 대립하는 악역이며 최종 보스이다. 영화에서 볼드모트의 이름을 실제로 불러서는 안 된다. 그만큼 위험한 존재다.
[58] 양천 대소(仰天大笑):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거나 어이가 없어서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