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1. 전설의 헤비급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래, 처맞기 전까지는 우현이의 계획을 긍정적인 도전이라 생각했다. 결국, 승기의 촉을 믿었어야 했다. 누구를 원망하리. 이미 셋 다 도망자 신세인 것을.
“대박! 진짜 돈 되는 아이템이야.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2. 우현이의 단톡방 문자다. 승기는 바쁜 듯 아직 문자를 읽지 않았다. 단톡방은 주로 우현이 놀이터다. 우현이는 단톡방에 좀처럼 듣기 어려운, 확인되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올린다. 누군가는 우현이의 행동을 비난할지 모르겠다. 나는 좀 다르다. 우현이의 세상 이야기를 읽는 게 즐거움이다. 오히려 기다리기까지 한다. 우현이가 퍼 나르는 내용의 주제는 일관성은 없다. 자극적이면 그게 무엇이든 퍼 날라서 공유한다. 생각보다 자극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과거의 잘못으로 그동안 쌓은 가식적인 이미지가 무너지는 유명인의 기사를 너무나 사랑한다. 얼마 전,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유명인의 이중생활로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사건을 보면서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타인의 슬픔은 나의 기쁨인가? 타인의 기쁨은 나의 슬픔인가? 짧은 시간에 명성을 얻은 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언가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룬 성과라 의심한다. 무언가 부당한 절차를 활용했다고 의심한다. 꼼수가 없다면 이처럼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다. 생면부지[53] 없는 타인의 성공과 몰락에 난 왜 흔들리고 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면 이러한 감정에 휩싸여 상대방이 잘못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사탄의 속삭임에 완전하게 농락당한 기분이다. 나는 그들을 시기하는 것인가? 질투하는 것인가? 잠을 이룰 수 없다. 복잡한 마음에 성경책을 펼쳤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54]
너희가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고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나니 너희가 다투고 싸우는 도다. [55]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목사님께 여쭤봐야겠다.
3. 주일이다. 교회 가는 중이다. 한동안 예배 보러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다시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유언이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목사님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서 시기는 7대 죄악 중 하나라서다. 내 질문을 듣고 환한 미소를 띠며 목사님은 말씀한다. 전교 4등의 성적표를 들고 환하게 웃던 아버지의 미소다.
“효상 형제님, 시기와 질투는 근본적으로 다른 감정이에요. 질투는 자신을 중심으로 상대방을 부러워하는 감정이기에 경쟁심을 통해 성장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어요. 반면에 시기는 상대방의 불행을 기뻐하는 고약한 심술입니다. 또한, 상대방의 가진 것에 대한 이유 없는 불편한 감정이기도 해요. 그래서 시기는 존경심 또는 경쟁심으로 이어지지 않아요. 상대방을 그저 공격 대상으로 삼을 뿐이지요. [56] 어떠세요, 질문의 대답이 되었을까요?”
4. 우현이가 단톡방에 올리는 자극적인 내용을 읽으면 이유 없이 불편해지고 그들이 불행해지기를 바랐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직접 중상모략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운이 꺾이기를 원했다. 원하는 대로 이들은 사악했다. 올바르지 못한 과정으로 명성을 훔쳤다고 믿고 싶다. 만약, 올바른 과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이만큼의 부와 명성을 얻었다면, 스스로 초라해져서다. 올바른 과정으로는 단시간에 부와 명성을 쌓을 수 없다고 믿는 내 가설을 우현이가 단톡방에서 공유하는 내용으로 충분히 증명했다. 결국, 그들은 감춰진 이중성으로 보호장비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악의 축이다.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암적인 존재다. 그리고 선의 승리를 조용하게 자축했다. 불행 중 다행인가? 아니면 다행 중 불행인가? 알 수 없는 슬픔이 목에 걸려 눈물샘을 자극한다. 눈물이 흐른다.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속이 시원하다고 느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난 슬픈 것 같다.
그래, 난 그들을 시기했던 거다.
그래, 난 나를 원망했던 거다.
to be continued....
[53] 생면부지(生面不知): 만나 본 적이 없어 전혀 모르는 사람. 또는 그 관계.
[54]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 (주)한일 문화사, 2016, 요한복음 8장 44절
[55]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 (주)한일 문화사, 2016, 야고보서 4장 2절
[56] 신원하,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 IVP,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