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 5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우리 서점을 가볼까?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알아보려면?”



더는 집중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 달 동안 오늘 일을 상기하며 잔소리할 게 뻔하기에 김정일에게 맹목적으로 기립박수를 보내는 인민처럼 그녀의 생각을 칭찬한다. 면접 떨어졌다고 더는 우울해서는 안 된다. 그녀의 눈초리에서 위험신호를 읽었다. 위험하다. 빨간 신호다. 더는 생떼 부리다가 마지막 남은 행운까지 날아갈 판이다. 정신 차리자. 면접은 면접이고 그녀는 그녀다. 세상을 살아가는 게 참 힘들다.






“서점? 안 그래도 자기 말 듣고 어찌할까 생각 중이었어.

설마, 자기 만나면서 다른 생각을? 그런 행동은 말이야... 타락의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에서 남겨진 재산이 그리워 뒤를 돌아봐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 미련한 일이지, 안 그래?

서점 가는 것? 너무나 좋을 것 같아. 자기는 역시... 최고야!!”



여자 친구가 웃음을 참으려 눈썹이 올라가는 게 보인다. 적절한 예시다. 훌륭하다. 여자 친구는 성경에 따른 내용을 예시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자라는 생명체가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단순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연애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많이 만나고 싶지도 않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야 자기와 어울리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요즘 스타일을 전적으로 반대한다. 설사 이전 사람의 실망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들 또 다른 실망감으로 다른 이를 기대해야 해서다. 수많은 실망감의 원인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본인의 옹졸함이라 믿는다. 사랑으로 상대방의 모든 것을 다 안아줄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천하에 없는 차가운 타인처럼 변해가는 관계를 수도 없이 목격하면서 의구심을 가졌다. 관계의 종말은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감춰진 옹졸함의 유통기한이 다할 때인가? 결국, 내가 문제라는 인식이 없는 한, 사람으로 공허함을 채우려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 생채기를 지속해서 마음에 내는 짓일지 모른다. 맹자는 아마도 사단(四端)으로 사랑의 유통기한을 이처럼 말하겠지.



상대방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사라져 수오지심(羞惡之心)과 시비지심(是非之心)이 피어날 때 사랑의 유통기한은 종료다.

[1]






이 친구와도 함께한 시간도 어느덧 7년째다. 정확하게 말하면 6년은 11개월, 2,525일, 60,600시간이다. 60,600시간 중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을 대략 따져 보면 보통 일주일에 3번 정도 만나서 데이트 시간은 7시간 정도이다. 대략 주 21시간, 월 84시간, 연 1,008시간이니까 6년 11개월 동안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약 6,972시간이다. 전화통화시간과 메시지 보낸 시간까지 계산하면, 그녀와 1년 정도를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셈이다. 6년 11개월의 만남 중 1년 정도만 함께했다고 생각하니 오늘따라 그녀가 낯설게 느껴진다. 고작 1년을 만났으면서 그녀를 다 안다고 생각한 게 얼마나 큰 착각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서점까지 걸어간다. 그녀의 손이 이처럼 향기롭고 뽀송뽀송하며 부드러웠던가? 담배 냄새에 절고 땀이 많은 내 손 때문에, 그녀의 손이 얼마나 향기롭고 부드러우며 뽀송뽀송했는지 몰랐다. 1년 내내 담배 냄새에 전 축축한 손을 잡는 심정은 어떠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녀의 상쾌함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관점을 바꾸니 면접 탈락 통보를 받은 후 지금까지 그녀를 원망한 게 미안했다. 그동안 그녀의 철없는 투정을 받아주느라 괴롭다고 생각했었는데 철없는 투정으로 고생한 것은 내가 아닌 그녀였다. 이처럼 못난 생각을 지닌 한심한 놈을 6년 11개월이나 견디며 만났다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비판의 왕인 순자가 이런 나를 본다면 이처럼 말하겠지.



욕망을 좇아 짐승처럼 멋대로 살면서

남들과 다르다고 여겨 고상하다고 착각하거나

수양을 게을리하면서 쓸모가 없는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보고 들은 게 많아 말이 잡다할 뿐 분별이 없고 풀이가 없다. [2]






서점에 도착했다. 각자가 지닌 현재의 고민을 해결해줄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도서관에 있을 법한 마법의 주문서를 발견하는 게 서점으로 향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많은 이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분주하게 이 책 저 책을 들춰본다. 나 역시 나만의 마법 주문서를 발견하려고 가판대에 진열된 책 제목을 훑어본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지금도 의아하지만, 당시에 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라면, 세상의 흐름인 요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공무원 준비를 위한

수험서 공간이었다.



to be continued....



[1] 맹자의 사단(四端)은 다음과 같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사양지심(辭讓之心):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을 뜻한다.


[2] 열두 명의 학자를 비판한다는 순자의 비십이자(非十二子)의 내용을 각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