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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 # 흑화 6화 7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part 1" 마지막 이야기.

by 카테난조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part 1"

마지막 이야기.



2022년 3월 31일,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part 1'을 브런치에 처음 연재했습니다.

집필의 시작은 2021년 12월 25일입니다.


영어책과 에세이를 집필한 경험은 있지만,

머릿속에 날아다니는 상상력을 실체화하는

그런 작업, 소설을 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지금도 그렇고요.


약 10개월 동안 타인의 눈치가 아닌 나와 올곧이 씨름했던 것 같네요.


글쟁이로 삶을 살아가려는 이유는

개인적인 비전을 실현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다른 이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이유는 아닙니다.


손만 뻗으면 원하는 상념을 금방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수많은 상술꾼 틈에서 자존감을 만나는 길을

함께하는 학생과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항상 강조하는 말을

실천하고 싶어서입니다.


"조금씩, 느릿느릿, 꾸역꾸역"


이제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part 1'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조금씩, 느릿느릿, 꾸역꾸역"


감사합니다.


P.S: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part 2'에서는

가치관이 다른 우현, 효상, 그리고 승기지만

불안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동일한 선택을 하는 게

주된 스토리입니다.






Episode 7:

# 흑화 6화 7화






33.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다시 온다. 알고 있다. 경찰서다. 변호사와 통화한 후 마음이 편하다. 받아보자.



“안녕하세요, 승기 씨, 전세사기 신고로 이야기 나눈 형사입니다. 관련한 사건을 조사하니, 승기 씨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명도 동일인에게 같은 수법을 당한 것 같습니다. 승기 씨, 한 번 더 방문해, 진술조서를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쯤 방문이 가능할까요?”


“진술조서요? 저번에 이야기한 것으로는 부족했을까요?”


“승기 씨가 경찰서에 방문했을 때는 사건이라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럴 때는 보통 신고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승기 씨가 처벌에 관련한 이야기도 없었어요.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승기 씨가 방문해 바로 처벌에 대해 요구를 했다면, 그때 진술조서를 작성했을 거예요. 관련한 사건을 조사 후, 승기 씨뿐만 아니라 다른 이도 동일 인물에게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고 판단했기에, 정식으로 고소하려면 진술조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언제쯤 방문해 진술조서 작성하시겠어요?” [139]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범인을 잡으면 사기당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을까요?”


“그건,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과거의 사례를 고려하면, 온전하게 전액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용의자가 편취한 돈을 탕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경찰서에 다시 방문할 날짜를, 지금 바로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내와 상의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34. 진술조서라니? 그렇다면, 계약과 관련한 부적절한 행동도 다 이야기해야 하나? 그것보다, 고소하면 아내가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아내가 영영 내 곁을 떠날까 봐 두렵다. 아내는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된다. 진술조서를 작성하러 경찰서에는 가지 않을 거다. 어차피, 사기죄라면 내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진행하기에 친고죄[140]가 아니다. 샛길로 빠졌던 젊은 시절, 법 공부한 적이 있다. 생각만 하면, 꿈은 이루어지고, 꿈을 이루기 위한 고된 과정을 견뎌내는 노력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했던 풋내기 시절, 친고죄를 이렇게 외웠다.



“사자가 목욕하다가

비침에 찔려 비누를 밟았다.”


사자명예훼손죄

모욕죄

비밀 침해죄

업무상 비밀누설죄






35. 사기죄가 친고죄가 아니든 말든, 공권력을 사용하지 않고, 내 손으로 때려죽일 놈을 잡거나, 다른 곳에서 돈을 만들어야 한다. 그전에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 물어야겠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 조각난 정보를 이리저리 껴맞춰 마음만 졸리는 미련한 합리적 의심을 더는 안 한다.



“승기 님, 부동산 관련 공문서를 개인이 확인하기는 어렵더라도 전입신고를 해야 했어요. 그래야 확정일자를 받아 우선변제권이 발생하니까요. 더군다나,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셨고, 위임장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권대리로 계약을 진행하신 것 같네요. 집주인이 일단 중개업자에게 월세 계약을 체결한 위임을 대리한 것으로 보이네요. 이런 경우에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승기 님이 중개업자와 계약했을 때 전세 계약이 정당한지를 입증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문제는요,


승기 님은 위임장도 확인하지 않았고, 통장 명의가 자녀의 이름이라고 중개업자가 이야기했을 때, 집주인과 전화해 확인했어야 했어요. 설사 집주인이 사는 곳이 해외라도요. 미안한 말씀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는. 사기범을 검거해야 하는데요, 사기범을 검거해도 배상할 돈이 남아있을지도 의문이에요.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36. 상담하러 왔는데, 계약 당시 내 부주의를 조목조목 말한다. 혼나는 기분이다. 물론, 친절한 변호사의 의도는 아니다. 정말로 걱정한다는 게 느껴져서다. 다만, 이런 내용을 너무나 많이 접해본 변호사의 말투는 친절하지만 기계적이다. 왠지 변호사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에게는 그렇게 흔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국가가 변호사의 입을 빌려

내 사건을 구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변호사의 이야기를 종합하자. 나의 부주의로 일을 그르쳤다고 하는 건가? 작심하고 속이려고 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나? 이처럼 억울한 상황인데도, 국가는 나를 구제할 수 없다는 건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건가? 그럼, 국가의 존재는 무엇을 위해 있는가? 국가의 존재까지 부르짖기에는 너무 사소한 사건일까? 상황을 확장해석하는 건가? 내 일이라서?



아니다!!!

이 사건이 왜 사소한 일인데!!!






37. 사형선고를 받은 기분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나왔다. 지하철 탑승 후, 늘 하던 대로 스마트폰을 통해 기사를 훑어본다. 오늘따라 과욕이 낳은 섣부른 투자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신문기사 내용은 나를 슬프게 한다. 볼드몰트 사건 때, 단톡방에서 우현에게 건넨 이야기가 떠올라서다.



“고급 정보가 우현이까지 흘러 왔으면 끝물일 수도 있어.

정보라는 게 원래 그래. 돌아가는 순위가 있거든.”



그래, 그런 매물이, 그 동네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고급 정보가 나까지 올 리가 없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면, 적어도 상황이 사건으로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게 이상해서다. 그런데도 모른 척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더는 무능하게 보이기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볼드몰트 사건으로 고생하는 우현과 그를 두둔[141]하는 효상이한테 이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움직이는 게 진정한 투자라고 너스레를 떨고 싶었던 걸까? 그토록 냉정하게 다른 이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왜! 내 머리는 깎지 못할까? 우현이 알면 얼마나 날 비웃을까? 그것보다 곧 쫓겨날 처지에 놓인 상황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아내가 처녀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게 모은 비상금까지 전세 보증금에 보탠 상황이다. 역시 대답은 하나다.



아내는 이 상황을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된다.

내 힘으로 해결한다.

그 길이 설사 날 무너뜨린다고 하더라도






38. 벌써 새벽 3시다. 효상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다.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효상이한테 전화해야 하는지를 2시간째 고민 중이다. 단지 내 모든 가로등이 꺼져있다. 놀이터 주위는 암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놀이터에 있는 내 모습은, 단지 내를 배회하는 수상한 사람이다. 불청객한테는 가로등을 켜 놀이터와 길을 비추는 것조차 아까운 비용이란 말인가? 국가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 버림받은 기분이다. 구슬프게 울어대는 까마귀가 내 처지를 말한다. 이 시간에 전화하면 효상이가 나올까? 볼드몰트 사건 이후로 효상이와 관계가 서먹해졌다. 또한, 효상이가 글을 쓴다며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만날 기회도 줄었다.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가끔 통화해 안부를 묻기는 하지만, 효상이와 관계는 예전과 다르다. 그리고 우현을 그리 감싸고 달려들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우현 문제에 대해서 종종 이야기했기에 효상이의 반응에 사뭇 놀랐다. 다만, 당시의 느낀 감정은 우현을 감싸는 것은 허울이고 그동안 쌓여있던 나에 대한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했다. 사실 슬펐다. 효상이는 적어도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라 믿어서다. 어쩌면 효상이도 다른 이처럼, 공감하는 척하며 내가 실수하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적잖은 배신감도 느낀다. 아직도 효상이가 화를 낸 이유를 모르겠다. 만약에 우현의 꼬임에 넘어가 투자를 했다면? 우리 셋 모두 같은 신세였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도대체 왜 그렇게 화를 낸 거냐? 어쩌면, 서울에 올라와 속을 터놓을 친구가 효상이 하나였기에, 그만큼 효상이에게 의지했는지도 모른다. 그만 생각하자. 답도 없다. 효상이한테 돈을 빌리는 게 더 중요하다. 곧 월세로 제하는 보증금이 바닥이 난다. 일단, 시간을 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어색해졌다는 감정조차 내 기준일지도 몰라서다. 전화해야겠다.



“효상아, 자냐?

너희 집 앞인데, 잠깐 나올 수 있어?”


“승기야, 무슨 일인데? 이 시간에 여기까지?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39. 반딧불이라도 있어야 주위가 조금은 보일 것 같다. 혹시라도 효상이가 놀이터로 오다가 나를 수상한 사람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효상이가 올 때까지 담배를 태워야겠다. 적어도 그래야, 그 작은 불빛으로 얼굴이 보일 테니까. 놀이터에 쌓여가는 담배꽁초만큼 불안함과 초조함도 쌓인다. 언제 올지 모르는 효상이가 이토록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불편하기보다는 두렵다는 표현이 더 맞다. 효상이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더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다. 볼드몰트 사건을 언급하며 나를 힐난[142]할까 봐 두렵다. 나를 대하는 다른 이의 기분도 이와 비슷했을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상처받을까 두려워했을까? 내 경우는 다르다고 믿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대방에게 다소 상처가 될지라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미움을 받더라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 조언으로 많은 이가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건 옆에서 지켜본 우현과 효상이가 제일 잘 안다. 어느 순간부터 조언의 방향을 의심하지 않았다. 내 이야기가 최선의 방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들에게 행운은 기적처럼 일어났다. 그것도 자주 말이다. 스스로 믿었는지도 모른다. 매운맛 조언이 행운을 불러오는 마법의 부적이라고. 그래서일까? 난 내 조언에 취했다. 더는 무엇이 최선일까 고민하지 않았다. 행운은 또 다른 행운으로 이어지리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내가 말하는 게 최선이라 믿었다.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최선의 조언을 따르라 강요했다. ‘뜨거운 손의 효과’[143]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틀렸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니 알겠다. 철석같이 믿고 있는 자랑스러운 최선의 조언은 지금 내게서 행운을 빼앗아가고 있다. 더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선의 조언이라는 실체가 이리도 한심하다. 어쩌면, 상대방을 생각하여 이야기했던 모든 표현은 그저 우월감을 보여주려는 오만함의 결정체였을지도 모른다. 어두운 그림자가 조금씩 내게 다가온다. 효상이다. 조금만 더 천천히 이곳으로 왔으면 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루비콘 강을 건넌 시저처럼

위화도 회군을 감행한 이성계처럼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다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오만한 야만인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사람과 어울리는 삶은

외톨이가 되어야겠다.


철저하게.






40. 그간 있었던 일을 효상이에게 털어놓았다. 효상이는 정말로 놀란듯하다. 다행이다. 나처럼 반응하지 않아서. 근심이 가득한 효상이의 얼굴이 보니 여전히 우리가 끈끈한 사이라고 확신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효상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승기야, 아니 형, 오늘만 형이라 부를게. 아무래도 형이 싫어하는 소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난 형의 방식을 싫어하지 않아. 상대방이 듣기 싫어도 바른말을 하려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낄 때가 많거든.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 같아. 내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어쩌면 처음으로 조언하니까. 지금은 형의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일단 최대한 끌어다 돈은 빌려줄 수 있어. 그런데 기껏해야 최대 3개월을 버티는 게 고작이야. 알잖아, 내 상황. 글 쓴다고 회사 그만두고 지금까지 특별한 벌이가 없어. 와이프 몰래 돈도 만들어야 하고. 여하튼, 그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우현이가 저번에 말한 투자건 기억나? 벌써 이야기한 지 1년 정도 되었나? 아직도 우현이가 강변역으로 모이라는 말이 없어. 일단 볼드몰트 사건 때처럼 사기는 아닌 것 같아.


형이 우현이의 방식을 싫어하는 것 너무나 잘 알아. 그런데 지금, 방법이 없잖아. 이럴 때일수록 친구끼리 똘똘 뭉쳐야지, 안 그래? 매번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형의 꼬장꼬장한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잖아. 돈을 어디서 빌릴 거야? 결국, 그러다 사채까지 쓴다. 이번에도 내 말대로 해. 우현이한테 사정 이야기하고 투자를 같이하자고. 사실, 난 이미 결심이 섰는데, 형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어.


우리 곧 50대야. 형이나 나나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어. 얻은 게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정말 아무것도 없어. 열받지 않아? 탁자 위에 놓인 스투키가 되고 싶다고 항상 말하잖아. 그냥 그렇게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해. 아니야? 빌어먹을 돈이 없으니까, 형이나 나나 항상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삶을 살잖아. 우린 결국 열심히만 살려했지. 방향을 고려하지 않았어. 형도 돈 벌고 싶잖아? 형이 무슨 공자야? 예수야? 부처야? 설사 그렇게 살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소리 하면서 살고 싶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돈이 있어야, 아쉬운 소리도 안 하니까. 어쩌면 두 번 다시없을 기회라고. 아니 이제 이런 기회는 없어. 이번에는 그냥 내 말대로 해.”






41. 효상이가 이렇게 자기표현을 확실하게 했던 친구인가? 다소 흥분한 어조로 열변을 토하는 효상이가 오늘따라 어색하다. 혼자만 잘났다고 생각했지, 효상이가 이처럼 자기 생각이 확고한지도 몰랐다. 그동안 기에 눌려 제대로 의사 표현도 못 한 게 아닌가 싶어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든다. 새벽에 나와 자기 일처럼 격양된 목소리로 조언해주는 효상이가 고맙다. 볼드몰트 사건 때, 효상이가 그렇게나 화를 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사실, 효상이의 조언이 그리 객관적이지 않다. 너무나 주관적이고 강한 어조라 따르기도 힘들다. 하지만 말이다. 따뜻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앞뒤 재지 않고 이렇게나 흥분해 줄 수 있어서 말이다. 효상이는 우현과 내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편을 들어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효상이 말이 다 맞다. 그래, 내가 틀린 거다. 그래, 가식적인 삶을 살았다. 그래,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는 스스로 속이며, 다른 이에게 이용당하는 삶을 살지 않으련다. 누가 알아준다고? 그저 뒤에서 손가락질이나 당할 뿐이다. 이제 결심할 때이다. 행동으로 답할 때이다. 세계의 악이라 불리는 인물이 쓴 금서의 내용이 떠오른다.



“In the winter of 1915-16 I had come through that inner struggle. The will had asserted its incontestable mastery. Whereas in the early days I went into the fight with a cheer and a laugh. I was now habitually calm and resolute. And that frame of mind endured. Fate might now put me through the final test without my nerves or reason giving way. The young volunteer had become an old soldier.”[144]


1915년에서 16년의 겨울, 나는 내적 투쟁을 극복했다. 의지는 내적 투쟁의 명백한 지배력을 보여줘서다. 초기에는 나는 환호와 웃음으로 전쟁에 임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습관적으로 차분하고 단호하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적 틀을 지속한다. 그렇기에 운명은 정신력과 굴복의 이유를 초월해 마지막 전장으로 나를 이끌고 있다. 젊은 지원병은 이제 노련한 군인이 되었다.



그리고 니체는 내게 속삭인다.



He who fights with monsters should look to it that he himself does not become a monster. And when you gaze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also gazes into you.


"괴물들과 싸우는 그는 그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심연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도 당신을 깊이 들여다볼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난 틀렸다.

사람은 바른 방향으로 살 수 없다.


옳은 말을 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노력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순진한 생각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털리는 먼지가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이제 난 그 먼지가 되려 한다.

그러면 조금 더 사랑받을지도.


괴물이 되려 한다.

아니,

오늘부터 난 괴물이다.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part 1 끝.



[139] 형사소송법 제223조(고소권자):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34조(고발):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37조(고소, 고발의 방식):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하여야 한다.”,“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구술에 의한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때에는 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140] 친고죄 (親告罪): 피해자 및 그 밖의 법률이 정한 사람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범죄.

[141] 두둔(斗頓): 편들어 감싸 줌.

[142] 힐난 (詰難): 트집을 잡아 거북할 만큼 따지고 듦.

[143] “모든 것이 우연히 나타난 일이지만 잦은 행운이 계속되면 그다음에 이어질 일도 좋은 일이라고 믿는 것을 ‘뜨거운 손 효과’라고 한다.”

[출처: 문선아, 『행운은 또 다른 행운을 부른다고 믿는 ‘뜨거운 손 효과(Hot-Hand Phenomenon)’』,시선뉴스, 2015.06.24.,http://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52]

[144] Hitler,『Mein Kampf』, Vintage, 1992,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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