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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 / 1 / 3 / 0.5 / 0.9 / 0.

이 숫자는 내 커리어 라인이다.
1 / 2 / 1 / 3 / 0.5 / 0.9 / 0.1 / 0.1 / 1.5


나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알바를 하며 살아왔다.
생계형이라기보다는 공부보다 일이 좋았다.
돈을 버는 게 좋았다.


용돈을 받고 자란 것도 아니라, 생계형이 맞을 수도 있다.
사실 용돈을 드리지도 않았다.


1년 – 카페에서 시작된 첫 경험


돈을 벌었다.
운이 좋았던 걸까? 나는 꽤 재능이 있었고, 빠르게 적응했다.


신규 오픈 매장으로 발령도 받아봤다.
그리고 모은 돈으로 혼자, 영어도 못하면서 미국 여행을 떠났다.


2년 – 군대


그냥 그 시점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보직을 신청했고, 그렇게 다녀왔다.


1년 – 복귀 후 곧바로 다시 일


전역 전 말년 휴가에 나온 순간부터 일자리를 구했다.
신발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카페로 옮겼다.
처음으로 시급이 아닌 월급제로 일하기 시작했다.


조금 빠르게 승진했고, 특수 매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면서 사무직이 하고 싶어졌다.


3년 – 사무직을 원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갔다.


사람인에 300장의 이력서를 넣었다.
가장 빨리 합격한 곳에 합류했다.


난 사무직은 다 9 to 6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주말엔 쉬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어봤다.


나는 스타트업이 뭔지도 몰랐다.
CS가 뭔지도 몰랐다.
CRM이 뭔지도 몰랐다.

이런 나를 뽑아준 그 회사에 경의를 표한다.


그 회사는 많은 이들의 피땀 어린 눈물로 스타트업으로서의

베스트한 마무리를 했다.

이 회사에서 얻은 작디 작은 스톡옵션은 내 생활비에 보탬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 후광을 얻어 많은 이직 면접을 봤다.


"거기 어때요?"
"거기 대표님 무섭지 않아요?"
"연봉이 높으신데 왜 나오려 하세요?"
"그냥 거기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수많은 사전 동의 없는 래퍼런스 요청이 기본이었다.


6개월 – 하고 싶은 산업으로 갔다.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재밌어 보였다.

연봉도 안 보고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연봉 높다고 말하는 게 피곤해서,
그냥 동일 연봉으로 맞춰주는 곳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재미가 없었다. 러프했다.
그래도 회사는 다른 곳에 인수되었고, 나는 그 타이밍에 나왔다.


느꼈다.

아 나한테 산업은 크게 중요하지 않구나.


11개월 – 꽤 큰 곳으로 이직했다.


헤드헌터를 통해 500명 이상의 꽤 큰 회사로 들어갔다.
다른 곳과 고민하니까, 연봉을 10% 더 올려줬다.
3개월 만에 승진했다. 연봉이 또 올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일이 재미가 없다.


2개월 – 코로나 대이직 시대


연봉 20% 인상 오퍼를 받았다. 갔다.

업무 과정에서 대표와 조율 후,
그냥 노트북을 덮고 나왔다.

모든 게 너무 느렸다.

이직할 자신이 있었다.


2개월 – 4% 추가 인상 후 이직


입사 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이미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
딱히 내가 할 일이 없었다.


퇴사했다.


1년 6개월 – 큰일 났다. 이직이 안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이직이 잦았기 때문이다.
면접 때마다 곤혹을 치렀다.

결국 연봉을 깎았다.


다시는 깎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3개월 내 다시 능력을 어필해 연봉을 높였다.


그리고 새로운 일이 하고 싶어졌다.
업무 범위를 더 넓히고 싶었다.


3일 – 대기업 자회사 계약직


대기업 마크를 달아보고 싶었다.
스타트업 정규직 오퍼가 왔다.


양해를 구하고 옮겼다.

꽤나 죄송했다.


ing – 현재 진행형


잘 다니고 있다.
업무 범위는 좁지만 일은 편하다.

편한 건 나랑 맞지 않는다.


기회를 찾는다.

언젠가 또 옮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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