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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PM

그럼 PM은 무엇인가?


어느 날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과 술을 마셨다.

요즘 어떤 직무에 있는지 물으니 PM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PM은 무얼 하냐고 물었다.


그는 말했다.

"순환근무, 프로젝트 관리, 사업 관리 같은 걸 한다."


그는 내게 되물었다.

"얼마 전에 스타트업 다닌다던 사람이 자기는 PO라던데, 그게 뭐야?"


나는 내가 아는 지식과 내가 겪은 경험을 총동원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그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자 나도 문득 스타트업씬의 PM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돌이켜 생각해보았다.


내가 본 대부분의 PM은 탈출형 PM이었다.


사회에 들어온 한 사람이 있다.

특별한 스펙이 있지 않은 이상,

그나마 지원이라도 할 수 있는 직무는 AMD, CS, CX, 경영지원, 총무, 사업지원 정도이다.


보통 합격률이 가장 높은 곳은 CS다.

하지만 CS를 하다 보면 고민이 많아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이럴 때 보통 PM이 눈에 들어온다.


CS를 하며 내놓은 수많은 개선안은 개발팀에 닿지 않는다.

PM이라면 고객을 직접 응대하지 않으면서도, 고객의 피드백을 개발팀에 전달할 수 있다.


수많은 유니콘 기업이 본격적으로 PM을 뽑기 시작한다.

수많은 CS 매니저는 CS 탈출을 위해 PM을 공부하고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한다.


시리즈 A 단계의 스타트업에서는 CS를 담당할 사람이 없다.

고민한다.


외주를 줄까?

대표님이 외주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답이 없던 다양한 직무가 쏟아져 나온다.


Problem Solver

사업기획실 CS 담당자

Product Owner (신입)

PM팀 고객 담당자


이제 PM은 더 이상 한 가지 역할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PM과 스타트업의 PM은 다르다.

대기업에서 PM은 사업을 관리하고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역할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즉 회사의 공백을 채우는 사람이 된다.


때로는 CS를 담당해야 하고, 때로는 운영을 맡아야 한다.

기획을 하면서도, 마케팅을 도와야 하고, 영업적인 업무도 맡을 수 있다.


PM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각자의 역할이 정리되지 않은 채,

단지 탈출을 위한 직책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PM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


단순히 CS 탈출형 PM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PM이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PM도 조직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PM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헤매다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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