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은, 자기가 뽑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들었다.


“제가 뽑고 싶은 사람이 xxx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공고를 올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오픈 이력서 하나씩 보면서 직접 찾고 있어요.”


사실 이 분의 문제 정의도, 자세도, 해결 방법도 모두 굉장히 좋다.

그만큼 진지하게 채용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려운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HR 채용 담당자는 당연히 모르고, 심지어 대표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TO를 요청한 실무자가 그나마 알 수도 있지만, 막상 뽑고 나면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더 그렇다.

룰보다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조직이 스타트업이기에,

포지션보다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하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최근 들은 한 사례가 있다.


어떤 대표는 이런 사람을 원했다.


사업의 0 to 1을 함께 만들어주길 바라고

그 과정에서 마케팅과 콘텐츠는 AI 기반으로 초안을 만들 줄 알면 좋겠고

BM을 만들어가며 기본적인 제휴나 영업도 알아서 해주고

사후 관리나 CS도 직접 챙겨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포지션은 ‘오퍼레이션 매니저’로 공고가 올라갔다.


틀린 말은 아니다.

JD를 만들기에도 가장 그럴듯하고,

위에 나열된 잡다한 업무들을 맡기기에도 좋은 포지션이다.


문제는 따로 있다.


그 대표가 원하는 ‘레벨’의 사람이 과연 올까?

사실 위에 적힌 일들은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막상 뜯어보면 생각보다 단순하다.


노션 기반으로 가볍게 기획해볼 수 있고

GPT나 제미나이를 어느 정도 활용할 줄 알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걸 수 있으며

기본적인 CS 응대와 사과, 안내가 가능하다면 된다


JD로 풀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지고,

포지션의 레벨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그래서 결국 주니어 오퍼레이션 매니저가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주니어가 저 모든 일을 오너십을 가지고,

사업의 성과까지 책임지며 해낼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 역할은 최소한


PO / 사업 PM ~ COO 레벨 정도는 되어야

책임지고 매출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히려 매니지먼트 역량이 강한 사람이라면

입사하고 한 달 만에 “사람 좀 붙여주세요”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포지션을 보고 뽑으려다 생긴 문제.

어떤 포지션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정의해야 할 건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그 사람은 어떤 경험과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그 사람이라면 어떤 이력서를 들고 있을까?


이 질문부터 시작하면,

JD와 포지션 이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채용은 직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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