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우 Aug 30. 2024

지독한 완벽주의

"다음 씬으로"

자신감


"자신감이란 도대체 뭘까?"

이 질문의 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이제 곧 나는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심장은 요동을 치면서 가만있지를 않으니 미쳐 버리겠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이 자신감이라는 걸 가지고 무대 위에 서야한다는 게 절망스러웠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를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신감의 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아니, 잘해야 자신감이 생기지!


첫 연극을 위해 계속 연습하면서 슬럼프가 온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모든 시작은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거였어요. 저는 완벽주의가 좀 심한 편인데요. 첫 연극이니 만큼 모든걸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고, 더 나아가 장애라는 리스크를 안고 저를 뽑아주신 연출님께 완벽한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전 제가 만든 덫에 걸려버리고 말았는데요. 매일매일이 물이 차오르는 우물 안에서 발버둥치는 느낌이였어요. 저는 저에게 그날의 연습을 잘했든 못했든 언제나 이상을 요구했어요. '오늘 10 보여줘서 연출님께 칭찬받았어? 오케이~ 그럼 내일은 무조건 11 보여주기다?' 이런 식으로 저를 몰아세웠고, 혹여나 제가 11이 아닌 10.8을 보여줬다면 스스로 '야 너 미쳤어? 이게 진짜 니 최선 맞아?' 라는 식으로 거칠게 대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연습의 막바지로 갈수록 자신감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떨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을 채우려고 하는 순간 내 안에서 '뭔 개소리야, 니가 잘해야 자신감이 생기는건데 그깟 허접한 연기로 되겠냐.' 라는 식으로 자신감을 앗아갔던 것 같아요.



에라 모르겠다 마인드셋


처음엔 연기로 도망갔던 것 같아요.

웃긴게, 연기를 못해서 고통받는 거긴 한데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또 행복하거든요. 슬럼프가 왔을 때는 그러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결국 연기하는 순간은 내 안의 모든 걱정과 불안을 차단하고 그 상황과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니 평화로웠어요.


그리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연기 잘함' 이런 식으로 연기하러 들어갔던 기억도 나요.(ㅋㅋㅋ) 그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알 파치노라는 대배우를 좋아하는데, 그냥 '나 지금 알 파치노임ㅎㅎ' 이러면서 연기했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이게 효과가 있더라고요. 아무리 무섭더라도 내가 지금 알 파치노라면 걱정될 게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걱정 없이 연기로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여기서 핵심은 내가 알 파치노처럼 연기를 "진짜로" 잘할 수 있다고 믿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제가 알 파치노보다 100억배 정도 연기를 못한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생각했을 때 걱정과 불안에 가있던 내 머릿속 초점을 지금 내가 해야할 연기로 돌릴 수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하는 것, 그저 하기로 마음먹는 것


그리고 사실, 정말로 연극의 막바지가 다가오니 그때부터는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연기로 도망가면서 해결하기 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진짜로 자신감을 채워넣고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거죠.


그 진짜 자신감은 어찌보면 우연히 얻게 됐어요. 유튜브에서 톰 크루즈의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요. 

영상에서 톰 크루즈가 "여러분 안에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저 그걸 표현해내면 되는 것 뿐이에요."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


사실 이 말 안에 자신감의 모든 핵심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이 말에 정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나에게도 나만의 예술적 목소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정말 크나큰 도움이 됐어요. 그동안 내가 쌓아온, 나만이 낼 수 있는 나만의 예술적 목소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 목소리는 내가 가지는 연기적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목소리는 누구든지 연습하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인데요. 그동안 내가 연습하면서,혹은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과 감정의 힘이 될 수도 있고, 나의 굳건한 표정에서 그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고, 정말 실질적으로 내가 내는 내 목소리가 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관객들은 그걸 다 알아챌 수 있어요. 이 사람이 정말 자기의 연기에 진심인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무대 위에서 얼만큼 자신만의 언어와 색채로 이 역할을 표현해낼 수 있는지 하나하나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말해, 내가 무대에서 내는 그 "진정성"이야말로 연기 실력과 상관없이 가장 고귀하고 순결하게 자신만의 힘과 아우라를 무대 위에서 뽐낼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대 위로 나아가다


그렇게 공연날이 다가왔는데요.

당연히 미칠듯이 긴장되고 몸은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떨렸지만 결국 내 안의 목소리를 믿으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어요.

조명이 어두워지며 관객들의 떠드는 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다시 조명이 켜지면서 무대 위로 나가는 순간, 그때 느껴졌던 온몸이 짜릿해져 오는 그 느낌은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전, 그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무대 위로 올라가 무대 위에서의 파라다이스를 만끽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무대에서의 첫 경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니 첫번째는 두번째가 되고, 두번째는 세번째, 세번째는 네번째, 네번째는 다섯번째... 이렇게 반복되니 이제는 긴장감을 스스로 컨트롤하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게 되더라고요.


결국 자신감은 실력과는 상관없어요. 긴장감도 결국 완벽히 없애는 것이 답도 아니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대 위에서 연기를 못해도 괜찮다는 말은 전혀 아니에요. 연기를 못하는데 무작정 자신감을 가지는건 그냥 객기고, 대책없는 낙관주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연기를 내가 지금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대 위에 못 올라가겠다는 식의 생각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게 됐다는 얘기에요.

내 연기가 맘에 안들 수도 있죠. 무대 위에 올라가면 다 망칠 것 같고, 관객들은 내 연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고 무대 올라가기가 참 두려울 거에요. 이건 정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결국 무대는 올라가야 하잖아요? 지금 내가 아니면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내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사람도 결국 나 하나 뿐이에요. 그렇다면 긴장하고 두려워하면서 무대에 올라가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망치는 것보다 그동안 내가 최선을 다했더라면 내 안에 있는 이 진정성은 누군가 알아봐줄 수 있을거라 믿고 올라갈 수밖에 없는거죠.

제 연기를 보고 누군가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한다면 그건 당연한 거고, 제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군가 제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연습한 그 진정성마저 욕한다면 그건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전 정말로 제 최선을 넘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준비했고, 제 연기가 부끄럽긴 하지만 절대 창피하진 않거든요.


지금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보여야만 하는 시간이 오면 제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해요. 내가 가진 실력은 보잘 것 없어도 결국 내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전혀 창피해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떳떳하게 나아가 보여주고 그 뒤에 저에게 오는 피드백은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나아가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제 첫 연극에서 얻었던 "자신감"에 대해 얘기해봤는데요.

이 자신감이라는 건 정말 저에게 큰 치료제가 되어줬어요.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그동안 소심하게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변화되기 시작됐고, 결국 저의 찐따같은 모습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게 됐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동아리 외적으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다가갈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들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해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월의 마무리 행복하게 보내시고 9월 1일 일요일날 다시 뵙겠습니다~!!




이전 07화 드디어 찐따 탈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