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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Aug 25. 2024

드디어 찐따 탈출?

"독백"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렇게 전 대학교 연극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전 사실 여전히 그저 찐따였던 소심이 이선우였기에 동아리에 들어가기 전에 걱정이 많이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대표적으로 말하자면 2가지 정도 있는데요.

첫번째로는 연극이 뮤지컬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어요. 뮤지컬은 노래만 잘 부르면 되는데 연극은 연기만으로 채워져있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을 한거죠. 지금보면 참 일차원적이고 무식한 오해인데 그거 하나 가지고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다면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지 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냐 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 학교는 뮤지컬 동아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노래 부르는 밴드동아리에 들어갈까 하다가 무대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거죠.

두번째로 그당시 연극동아리, 더 나아가 모든 대학교 동아리는 인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저같은 찐따에 장애까지 있는 사람이 들어가면 그저 민폐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정말 계속 장애가 나오니까 얘는 언제 그 찐따에서 벗어나나 생각이 들면서 지겹죠? 저도 그래요.

저도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느끼는건데, 참 장애라는 것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동안 날 괴롭혀왔는지 다시금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번 글들을 통해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적긴 했지만 3,4화에서 말했던 그놈의 소외감이 유치원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지겹도록 따라온 거에요. 참 어떻게보면 모든 발전이 가능하게 만든 고마운 존재가 장애이지만 또 가끔은 막 모든걸 다 떨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기도 해요.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연극동아리 회장님께 장문의 메시지를 드리게 돼요. 핵심은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동아리에 들어가도 되는지에 대한 글이였는데, 그걸 또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장문의 카톡이 되버리더라고요. 그때의 동아리 회장님께서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너무나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마음이 좀 놓이게 됐어요.

그분과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얘기할 거지만 제가 동아리에 들어와서 제 인생이 180도 바뀔 수 있게끔 만들어주신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초심자의 행운


초반 계획은 동아리 들어간 후 2,3년 뒤에 첫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였어요. 일단 첫 해에 무대에 서는건 절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동아리는 1년에 총 4번 공연을 올리는데요. 거울방학, 여름방학에 각각 한번씩 워크샵 형식으로 공연을 올리고, 1학기와 2학기에 정기공연을 올려요. 그리고 공연을 올릴 때마다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뽑는데요. 제가 처음 참여한 오디션은 여름방학 워크샵 공연 오디션이였어요.

제가 처음 참여하는 오디션이라 그런지 정말 벌벌 떨면서 봤던 기억이 나요.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였어요.

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다음에 있을 정기공연 오디션에 지원하면 되는건데 저는 또! 이상하게 해석하기 시작했어요.


'아... 나는 연기가 안되니까 이제 다음부터는 오디션에 참여하지 말라는 거구나..'

'이제 이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다 끝났어...'


정말 답답~하죠?ㅎㅎ

지금 제가 봐도 참 답답하고 너무 웃긴 것 같아요.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학기 정기공연 오디션이 찾아왔는데요. 또 한껏 소심해진 저는 오디션 지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저번 워크샵 오디션에 떨어진 애가 다시 오디션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정기공연은 워크샵 공연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큰 공연이라 당연히 못 붙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내가 오디션에 지원함으로 인해 민폐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 지원안해서 나중에 후회하는게 더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제가 동아리에 들어온 계기가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처럼 불가능해 보여도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해서 들어온건데(6화 참고), 하는 행동은 그 반대라 부끄러워진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 축구하면서 그냥 해보자!라는 식으로 객기를 부렸듯(5화 참고) 지금도 그냥 객기 한번 시원하게 부리고 시원하게 탈락하자는 식으로 다시한번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어요. 


아래 사진은 제가 보낸 오디션 영상 저의 모습이에요. 그당시 코로나가 심해 오디션을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그렇게 저의 흑역사(?)가 영상으로 남게 됐어요.

저때의 모습은 여전히 제대로 마주보기 힘드네요.

지금도 잘생긴건 아니지만 더 못생겼었던 저의 얼굴과, 말은 하고있지만 긴장해서 초점없는 두 눈, 거기에 발연기까지 정말 다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때를 생각해보면 제 모든 진심을 다해 오디션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그 열정 하나만큼은 두 눈빛 속에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오디션을 마치고 큰 기대 없이 지내고 있는데, 이게 왠걸??!! 오디션에 합격한 거에요!!

나중에 연출님께서 얘기해주셨는데, 그 전에 연출님과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연기클래스에 잠깐 같이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잘하고 있다는 걸 알고있었고(이 말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대로 기억하는 걸수도..ㅎㅎ) 또 특히 오디션 지원서에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고를 당한 캐릭터를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거라고 썼던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제가 지원했던 캐릭터 중에 국가대표 선수를 준비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캐릭터가 있었는데요. 그당시 저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는데, 룸메이트 선배님께서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부상을 입은 사람의 신체와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그전에 축구를 하면서 저의 단점을 저의 장점으로 살리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해 지원서에 썼었거든요. 그 점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사실은 나중에 들어보니 코로나 시기여서 배우로 지원하는 동아리 회원 수가 적었고, 어쩌다보니 배우로 지원한 남자 회원 수가 연극의 남자 캐릭터 수와 정확히 일치해서 제가 합격하게 됐다고 듣게 됐어요. 물론 이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결국 정말 전 행운아였던 거죠. 

근데 이 초심자의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또 한번 찾아오게 되는데요.

제가 원래는 제가 지원했던 역할에 뽑히지 못했어요. 제가 지원한 역할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캐릭터로 뽑히게 됐는데, 첫 대본 리딩 이후 새벽에 갑자기 조연출님께 연락이 와서 오늘 리딩 너무 좋았고, 연출진 상의 결과 원래 제가 지원했던 역할, 즉 국가대표 선수를 꿈꿨지만 포기한 그 캐릭터 역할로 배역을 바꾸면 좋겠다는 연락이 온거에요!

 


드디어 찐따 탈출?


그 뒤부터는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의 연속이였어요.

제가 하고싶었던 역할에, 동아리에 들어오고 나서 1년도 되지 않아 공연에 참여한 그 기쁨과 설렘 등등 모든게 다 기쁘고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제 안에서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거에요.

이 부분이 제 동아리 생활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첫 시작이였는데요.

그동안 발성을 연습하고 또 제 친구와 연기를 같이 했던 경험들이 공연에 참여하고 나니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와 내가 그동안 스스로 해왔던 것들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생각하며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 글을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제 스스로 여러 일들을 겪고 전 제가 만든 감옥 안에 그저 숨어있기만 했었어요. 하지만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고, 그 자신감은 모든 감옥을 열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 감옥으로부터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저에게 심어줬어요.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있었는데요.

연습이 지속될수록 잘 안풀리는 것들은 늘어만가고, 처음엔 실력을 인정받아 좋았지만 가면 갈수록 그 인정은 부담감이 되고, 공연이 다가올수록 내가 정말 무대 위에 서서 공연을 잘 끝마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오게 되는데요.

제가 공연을 성공적으로 잘 올리게 됐는지, 아니면 결국 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할게요!


오늘은 발행이 많이 늦어졌죠?

다음 글은 지금 계획인 30일 금요일 저녁 6시에 딱! 올라갈 수 있도록 할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날 다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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